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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북한 동포 희망 챌린지' 소셜미디어 운동...미주 한인들도 동참


북한학자 조평세 박사와 한국전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 강성민 목사.
북한학자 조평세 박사와 한국전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 강성민 목사.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의 기독교 청년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주 한인들의 동참으로 이어지고 있는 ‘북한 동포 희망 챌린지’ 운동을 장양희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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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행정안전부 대통령 기록관에는 1953년 6월 17일에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당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원문이 사진으로 전시돼 있습니다.

누렇게 빛이 바랜 서한에는 “유엔은 공산 침략자들과 정전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당시 상황이 적혀 있고, 국가 생존에 대한 고민과 함께 “경제 원조와 한국군 증강, 한미 상호 방위조약의 성사가 정전협정의 수용에 대한 대가라면 대단한 동기가 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정전협정 반대 견해도 담겨 있습니다.

이 서한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6월 7일 보낸 서한에 대한 답신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서한을 보낸 지 40일 뒤인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전협정 체결 보름 뒤인 8월 10일 연설을 했고, “기여코 통일성취: 북한동포여 실망말라”라는 제목으로 그 내용이 한국 일간지 동아일보에 실렸습니다.

“북한 동포들이여! 희망을 버리지 마시오. 우리는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고, 모른 체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한국 국민의 기본 목표, 즉 북쪽 우리의 강토와 동포를 다시 찾고 구해내자는 목표는 계속 남아 있으며 결국 성취되고야 말 것입니다” 라는 내용입니다.

북한 동포에 대한 당시의 이런 메시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이 묶인 북한 주민들과 중국 내 탈북민들을 향해 다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을 시작으로 이 전 대통령이 연설했던 8월10일까지 보름 동안 진행되는 ‘북한 동포 희망 챌린지’ 를 통해서입니다.

‘도전’이란 의미의 영어 단어인 ‘챌린지’는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이뤄지는 운동의 한 형태로, 대중이 공감할 좋은 목적을 위한 특정 활동을 한 뒤 관련 사진을 게시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전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북한 동포 희망 챌랜지’는 ‘북한 동포들이여 희망을 버리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길이 1m 가량의 노란색 띠를 들고 찍은 사진을 이 전 대통령 연설문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운동입니다.

또 게시자가 다른 2~3명을 지목해 챌린지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방식으로 이어갑니다.

‘북한 동포 희망 챌린지’는 한국 부산에 본부를 둔 기독교청년 민간단체 ‘대한자유청년연합’ 청년들이 시작했습니다.

이 단체 자문위원인 강성민 목사는 VOA와의 통화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인용한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강성민 목사] “좌우를 떠나서 북한 인권에 대해 북한 동포들의 자유에 대해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발언을 했던 경우가 많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휴전협정이 일어날 때에 미국의 여러 반대 또 북한의 요구들을 뒤로하고 오직 북한 동포를 생각해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북한 동포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던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청년들이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이었습니다.”

강 목사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소셜미디어 챌린지 운동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합니다.

[녹취: 강성민 목사] “성경에 보면 (70년 동안 바벨론에 포로로 잡혔던) 다니엘이 예레미야서를 읽어봤더니 70년 만에 포로가 돌아가게 될 것을 (예레미아의 예언을 통해) 봅니다. 저희도 성경을 보는 중에 ‘아 70년 포로 교환이 일어나는데 68년부터 다니엘이 하루 세 번 기도하기 시작을 하더라’. 그래서 저희가 올해도 1월부터 매주 한번씩 모여서 ‘북진 기도회’라고 기도를 시작을 했습니다. 그 기도 중에 발전된 아이디어가 이 챌린지라 할 수가 있고요. 더 이상 우리의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한번 움직여보자…”

기독교 역사에 등장하는 다니엘이 포로생활 68년 만에 해방을 바라보고 기도한 것처럼 정전협정 68주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2년 뒤 70년이 되는 해에 북한 주민들이 독재 정권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강 목사는 정전협정 70주년에 북한 주민들이 해방될 꿈을 갖는 것에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겼다며, 통일이 이뤄지는 날까지 매년 같은 기간에 이 운동이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강 목사에 따르면 한국내1천여 명의 참여를 목표로 시작한 이 운동은 열흘 만에 7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현재 해외로도 전파되고 있습니다.

캠페인 참여 사진 꼴라쥬.
캠페인 참여 사진 꼴라쥬.

미 동부 메릴랜드 주에 거주하는 북한학자 조평세 박사의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도 2장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조 박사는 노란 띠를 펼친 20여 명의 미주 한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전장에서 오른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대령과 함께 ‘북한 동포 희망 챌린지’ 구호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지난 1일 올린 사진에는 웨버 대령과 나눈 대화 내용도 소개됐고, 이 게시물은 600여 명의 호응을 얻었고 100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녹취: 조평세 박사]”대령님이 너무나 이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을 하시고, 저한테 여러 번 반복을 하셨어요. 그때 통일을 시켰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북한 동포들을 해방시키고 정말로 진정한 통일을 이루는 것에 대해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를 하시더라고요. 97세 할아버지께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라고 또 물어봤는데 바로 대답하신 게 바로 이거예요. 북한을 해방시키려는 그 통일의 꿈을 절대로 잊지 말아라.”

조 박사는 VOA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면서도 초대 대통령으로서 정전협정 체결이 북한 동포들을 공산 압제로 몰아갈 것을 예견했던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예견이 현실이 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통일의 본래 의미를 되새길 목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다고 조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평세 박사] “원조 통일은 북한 동포들을 압제속에서 독재 속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잖아요. 원래의 통일의 의미가 너무나 많이 변색된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 대통령이 만나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꾀했지만 사실 북한 정권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북한의 핵무기도 그대로 북한의 인권 상황도 그대로이고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평화와 통일만을 외치는 것이 상당히 북한 정권에 이용될 가능성이 너무나 많다….”

‘인권’이란 말이 본래 가치와 다르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남용되고 있다는 조 박사는 68년 전 초대 대통령의 메세지의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자는 이 운동에 북한 인권 운동가들도 목소리를 보태고 있습니다.

영국의 대북인권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VOA에 “유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한 마이클 커비 전 위원장도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지 않는 유엔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며, “21세기 대량 학살이 일어나는 북한 내 주민들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는가?” 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침묵은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아니고, 나뿐 아니라 미래까지 어두운 터널로 몰고 가는 행위”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주목하는 이 운동

탈북민 출신의 지현아 작가는 북한에서 평생 세뇌를 당했던 자신의 어머니도 태어나 처음 듣는 한국의 대통령의 메시지에 감동받아 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노란 띠를 들고 이 운동에 나서고 있는 지 작가는 북한 주민들이 오래 전에 이 메시지를 들었었더라면 큰 위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작가] “아 정말 이 멘트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울었었습니다. 큰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아 나를 모른 체 하지 않고 나에게 관심을 주는 누군가가 있구나. 이 말은 정말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될 거고요. 우리는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고 모른체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놓지 않고

당신들은 우리의 가족이고 당신들은 우리 민족입니다. 우리 형제자매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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