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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2년] 비핵화 협상 장기 교착 상태…'하노이 제안' 재검토 가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과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연 지 27일로 2년을 맞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결렬로 끝난 이 회담 이후 북한은 대미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새롭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나온 양측의 제안이 장기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조은정 기자입니다.

2019년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회담을 일찍 종료했습니다.

8개월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서 의견이 본격적으로 대립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asically, they wanted the sanctions lifted in their entirety, and we couldn’t do that. They were willing to denuke a large portion of the areas that we wanted, but we couldn’t give up all of the sanctions for that… We had to walk away from that particular suggestion.”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지역의 상당 부분을 비핵화하겠다고 했지만, 그 대가로 기본적으로 모든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고, 따라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겁니다.

당시 회의에 배석했던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그 대가로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만을 고집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시설에 더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의 포기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요구 지나쳐”... “미국도 현실적 제안했어야”

미국의 전문가들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이 미-북 모두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24일 VOA에 “양측이 모두 매우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think both sides made very significant errors. Kim Jong Un may have been persuaded by his advisors that President Trump needed a deal so badly that he would accept the one-sided deal that they offered at Hanoi. That was a mistake by Kim Jong Un. I think President Trump made a mistake by counter-offering his own unacceptable proposal.”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너무 원한 나머지 자신의 일방적인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오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역제안을 한 것이 실수라는 것입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번영을 위해 미국이 돕겠다는 모호한 약속을 하면서 모든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요구했는데 이는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더 현실적인 제안을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모든 중요한 유엔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공평한 거래가 아닌 일방적 거래’라고 아인혼 전 특보는 지적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24일 VOA에 미-북 양측이 하노이에서 “서로 많은 것을 요구하며 적은 것을 제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거의 모든 유엔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한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What it was offering was just a portion of its nuclear weapons infrastructure and the oldest portion of it at Yongbyon. Some people think that the Yongbyon facilities are so old that they don’t have much serviceable life left to them anyway.”

북한이 제안한 영변은 핵 시설의 일부일 뿐이자 가장 오래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영변의 시설들이 너무 노후해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고, 피츠패트릭 전 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그 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북 실무협상이 열렸지만 곧바로 결렬로 끝났습니다. 당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과 협상에 나섰던 북한 측 김명길 순회대사입니다.

[녹취: 김명길 대사]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으나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당시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매우 흥미로운 새로운 제안들을 한 것으로 자신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m told that Steve Biegun who is the U.S. representative, made some interesting new proposals but the N Koreans didn’t react to them. Instead they read out a statement that had been written in advance in Pyongyang rejecting any new ideas. So they didn’t come with any serious intention to negotiate.”

하지만 북한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고, 평양에서 미리 작성해온 성명만 읽었다는 것입니다.

아이혼 전 특보는 북한이 스톡홀름 회담에서 진지하게 협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는 하노이 회담 이후 미-북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놓인 것은 북한의 무응답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You’ll remember the Trump administration offered over and over again after Hanoi to start working-level talks. And there were meeting in Stockholm that lasted less than a day and fell apart.”

하노이 회담 이후 대화의 자리로 나오라고 트럼프 행정부가 거듭 요청했지만 북한은 스톡홀름 회담에만 나타났고 이 마저도 결렬로 끝났다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제재와 코로나, 자연재해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협상 제안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이 먼저 제안을 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노이 협상 의제들 다시 검토하나?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협상이 재개되면 “하노이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안건들을 물론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피츠패트릭 전 차관보] “Yes Of Course. I think what was put on the table at Hanoi has to be re-examined. It won’t be the deal that either side sought. But the fact that they were putting something on the table meant that there are the elements of a deal.”

미국과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시한 조합과는 달라야 하겠지만, 하노이 회담 당시 언급한 개별 요소들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건으로 올라왔다는 자체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국에 가장 좋은 합의는 아니겠지만 영변에 다른 시설들을 더한 ‘영변 플러스 알파’와 현장 검증 조치, 그리고 이에 상응한 미국의 일부 제재 해제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카네기재단이 주최한 웨비나에서 하노이 협상의 요소들을 토대로 핵 협상의 진전을 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디마지오 연구원] “A good way forward would be to try to revisit the Yongbyon agreement. The N Koreans insisted that we lift the five major economic sets of sanctions. I think that was the starting point for them. So I think revisiting the ingredients of that deal that were left on the table in Hanoi, we should try to revive them, work them out in advance and if we’re able to, that would be perhaps an opportunity for a first summit…”

디마지오 연구원은 “북한이 당시 영변 핵 시설 해체에 상응해 5개의 주요 경제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고집했는데, 그것이 북한의 (협상의) 시작점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하노이 협상에 올라왔던 안건들을 다시 점검하고, 되살리고, 협의에 진전을 내면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2017년에서 2019년 북한과 미국간 반관반민, 1.5트랙 비공식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정상급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갈루치 전 특사] “I have nothing against summitry as an element or a stage or a phase in engagement. I just don’t think you can replace the hard work of negotiation, of putting both sides’ agendas on the table and working out a compromise which is I think what a negotiation essentially is.”

정상회담이 두 나라간 관여의 한 단계, 한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어려운 협상 과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전문가들이 일정 기간 협상장에서 세부 내용을 해결한 뒤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과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실무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실무 당국자들이 만나 정상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대독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보고한 뒤, 몇 주 뒤 다시 만나는 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가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실무 당국자들이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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