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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권운동계, 투표권법 처리 요구...5G 서비스 '항공 대란' 우려


17일 미국 민권 운동가들이 투표권 확대를 요구하며 워싱턴 D.C.에서 행진하고 있다.
17일 미국 민권 운동가들이 투표권 확대를 요구하며 워싱턴 D.C.에서 행진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민권운동가들이 17일, ‘마틴 루서 킹 데이’를 맞아 워싱턴 D.C.에서 행진을 벌이며 의회에 투표권 확대법안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미국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중저대역 서비스가 곧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항공업계가 해당 서비스로 인해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이에 따라 통신업체들이 일부 공항 인근 지역이 5G 개통을 연기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증가가 쓰레기 수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17일은 인종차별에 맞섰던 미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념하는 ‘마틴 루서 킹 데이’ 였는데요. 많은 민권 운동가들이 이날 워싱턴 D.C.로 집결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킹 목사의 후손들과 민권운동가들이 17일 워싱턴 D.C.에 모여 행진을 벌였습니다. 올해는 킹 목사가 태어난 지 93년이 되는 해인데요. 지난 1963년, 청년이었던 킹 목사가 수천 명의 시민과 워싱턴에서 행진을 벌이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인종 평등을 부르짖었다면, 이날은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투표권 확대’를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 정가에서 이 ‘투표권 확대’가 주요 화두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몇몇 주가 투표를 엄격하게 하는 주법을 통과시키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런 제한 조처가 유색인종의 투표권을 막는다고 주장하며 투표권을 확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날 시위에 참석한 민권 운동가들은 의회가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행진에 누가 참석을 했고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이날 행진에는 킹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10대 딸인 욜란다 르네 킹 양 등이 수백 명의 운동가들과 함께 워싱턴 D.C.의 ‘프레더릭 더글러스 기념 다리’를 넘어 행진했는데요. 몇 년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새롭게 단장한 이 다리를 건너면서, 지난해 11월 의회를 통과한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킹 씨는 군중을 향해, “우리는 인프라, 즉 사회 기반시설에 있어 성공적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든 미국인이 투표권 행사에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일에 같은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도 마틴 루서 킹 데이를 맞아 투표권 확대를 강조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17일) 비디오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정의’와 ‘신성한 투표권의 보호’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내 모든 선출직 공직자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분명히 할 때”이자 “모든 미국인이 서서 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렇게 투표권 확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투표권 관련 법안들은 현재 상원에서 계류 중인 상태죠?

기자) 그렇습니다. 관련 법안은 ‘투표 자유법안’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안’ 이렇게 두 가지 법안입니다. ‘투표 자유법안’은 각 주가 결정하는 투표 절차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요. 지난 2020년 타계한 민권 운동가 출신, 고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이름을 딴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안’은 지난 1965년에 제정된 투표권법의 여러 보호 조치를 되살리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일부 주가 유권자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우편 투표를 제한하자, 연방 차원에서 이런 조처를 완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은 겁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투표 관련 주법을 이렇게 엄격하게 제한한 주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공화당이 장악한 19개 주에서 투표권법 개정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측은 개정 내용이 유색인종과 소수계, 저소득 계층의 투표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들 계층은 대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표권 제한은 곧 민주당의 지지를 잃는 셈이 되고요. 이를 막기 위해 민주당은 연방 차원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두 법안이 하원은 통과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상원의 민주, 공화 의석이 50대 50인 상황에서 공화당이 전원 반대하고 있고요. 따라서 민주당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단순 과반으로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지만, 일부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이 단독 처리에 반대하고 나오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안의 단독 처리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누굽니까?

기자) 네.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조 맨친 의원과 애리조나주 출신 커스틴 시네마 의원입니다. 이 두 의원은 투표권 법안 처리를 위해 상원 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차후에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했을 때, 공화당이 요구하는 법안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단독 처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 두 의원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법안 통과는 힘든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킹 목사의 아들도 17일, 두 의원을 겨냥해 “역사가 그들을 호의적으로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18일 두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두 의원이 태도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유타주 오렘에서 '버라이즌' 이동통신사 기술자가 5G 송신 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미국 유타주 오렘에서 '버라이즌' 이동통신사 기술자가 5G 송신 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곧 새로운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데요. 이를 기대하는 이동통신업계와는 달리 항공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군요 ?

기자) 그렇습니다. 5G 중저대역 서비스의 도입으로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항공업계가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4A)’는 17일 정부 당국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5G 중저대역 서비스의 신호 간섭으로 여객기와 화물 수송기 수천 편이 이륙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정부 당국자들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기자)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과 스티브 딕슨 미연방항공청(FAA) 청장,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제시카 로젠워셀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앞으로 서한이 전달됐습니다. 미국 주요 항공, 운송 업계 대표들은 서한에서 “5G 도입으로 여객기와 화물선이 여행객 수송과 화물 선적 등에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말해, 국내 상업 활동까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5G 중저대역 서비스로 왜 항공기 운항이 영향을 받는 겁니까?

기자) 이동통신 업체들이 5G 서비스를 위해 사용할 주파수 대역 때문입니다. 미국 통신 대기업인 AT&T와 버라이즌은 그간 28㎓ (기가헤르츠) 등 초고주파 대역을 활용했는데요. 앞으로는 C밴드, 그러니까 3.7∼4.2㎓의 중저대역으로 전환해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역이 항공기 전파고도계와 겹친다는 건데요. 항공업계는 전파 대역이 겹치게 되면 신호 간섭을 일으켜 결국 항공기의 이착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진행자) 이런 논란이 일면서 5G 중저대역 서비스 출시가 연기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AT&T와 버라이즌은 당초 지난해 12월 5일을 출시 예정일로 잡았다가 한 달 뒤인 올 1월 5일로 연기했고요. 이후 다시 오는 19일로,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는데요. 2주간 통신업체와 항공사들 그리고 정부 당국이 항공 운항 간섭 문제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던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항공업계는 아직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통신업계가 공항 인근 송신탑의 전력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충분한 조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항공사들의 주장인데요. 항공업계는 서한에서 정부의 즉각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항공 당국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FAA는 이달 초 통신업체의 연기 발표를 환영하며, 2주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16일, 5G 중저대역 신호의 잠재적인 간섭으로 비행기 계기판이 영향을 받아 저시정(low-visibility) 운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시정은 목표물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걸 의미하는데요. FAA는 19일, 많은 공항 지역에서 5G 중저대역 서비스가 시행에 들어가면, 미국 민간 항공기 가운데 45%가 저시정 착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이 문제가 과연 어떻게 해결될까요?

기자) 일단 통신업체 측이 물러서는 모양새입니다. AT&T와 버라이즌은 18일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일부 공항 주변의 5G 개통 계획을 일시적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주택가에 수거를 위한 쓰레기통들이 나와 있다. (자료사진)
미국 필라델피아 주택가에 수거를 위한 쓰레기통들이 나와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요. 이 여파로 곳곳에서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이바이러스 확진으로 결근하는 환경 미화 인력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어느 지역에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죠?

기자)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 테네시주, 텍사스주의 대도시 등에서 쓰레기 미수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환경 미화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아예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까지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는 재활용 수거 연기가 이달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쓰레기 수거 일정을 변경하는 곳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인데요. 볼티모어시는 지난주 발표에서 18일부터 쓰레기 수거 일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향후 발표가 있을 때까지 쓰레기 수거는 격주로 이뤄지게 됩니다.

진행자) 지역별로 어느 정도의 환경미화 인력이 부족하죠?

기자) 방금 말씀드린 볼티모어의 경우 일주일 동안 230명에 달하는 인력이 결근했고, 많을 때는 결근 인원이 340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환경 미화 인력이 투입된 곳은 뉴욕시인데요. 7천 명의 인력 가운데 2천 명이나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경우에는 900명의 환경 미화 인원 가운데 하루 평균 10%에서 15%의 인력이 결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사전에 이런 사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북미고형폐기물협회(SWANA)의 데이비드 비더먼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지난해 12월 말에 발표한 성명에서 연말 연휴부터 연초까지 쓰레기 수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쓰레기가 증가하는 데 더해서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관계 당국과 사업체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네, 일부 지역은 부족한 환경 미화 인력 확보를 위해 유인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규 채용, 그리고 직장 잔류 등에 대한 보너스 또는 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쓰는 겁니다. 테네시주 채터누가가 대표적인데요. 쓰레기 수거 차량 운전자 모집을 위해 초임 연봉을 3만1천 500달러에서 4만5천 달러로 무려 40%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처럼 쓰레기 수거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세 번째인데요. 처음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에 발생했고요. 이어, 지난해 여름 델타 변이의 출연으로 또다시 쓰레기 수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다시 한번 더 쓰레기 수거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진행자) 쓰레기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나요?

기자) 미 연방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약 2.2kg의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미국의 쓰레기 배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데요.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은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지만, 1년 동안 배출하는 전 세계 쓰레기양의 12%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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