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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말라' 경고...북한과 군사협력 가능성 언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발다이 토론 클럽' 제19차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발다이 토론 클럽' 제19차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한국의 무기 공급에 관해 경고하고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언급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발다이 토론 클럽' 제19차 연례 회의 마지막 날 일정에 참석해 "우리(러시아)는 대한민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양쪽 모두와 대화할 기회를 항상 가져왔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우리는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곧이어 "이것은 우리(한-러)의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만일 우리가 이 분야(무기·군사)에서 북한과 협력을 재개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물으면서 "과연 이것이 당신(한국)을 행복하게 할까"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이것에 유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 '북한제 군수 물자' 러시아군 보급

푸틴 대통령은 '이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에 관해 더 이상 구체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크나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 등에서 군수 보급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로 무기와 군수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방의 제재로 추가 생산·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단서들이 포착되는 중입니다.

우크라이나에 투입되는 러시아군 장병들의 장비 일부가 북한산이라는 관계자의 발언이 지난 주 나온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일 모스크바 남동부 외곽 랴잔 지역에 있는 서부군관구 훈련소를 찾았을 때, 장비들을 가리키며 "이것들이 러시아제인가"라고 묻자 "네, 북한에서 만들었습니다"라고 관계자가 답변하는 모습이 현지 매체에 소개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훈련소 방문에서 저격 소총 사격 시범을 보이면서 화제를 모았고, 이날 일정은 러시아 주요 매체들을 통해 방송됐습니다.

■ "우크라이나와 대화할 준비 돼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27일),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해 대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태도를 바꾸고 평화롭게 문제를 풀도록 미국이 신호를 주기만 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중국, 인도,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세계 질서의 재편을 주장했습니다.

중국에 관해서는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개방돼 있고 효율적"이라며, 최근 '집권 3기'를 시작한 시진핑 국가주석을 "가까운 친구"로 지칭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발전도 공언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 가입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 브릭스, 대러 압박 불참

'브릭스(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의 모임입니다.

브릭스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 압박에 협력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네 곳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처리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회원국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채택됐으나, 당사국인 러시아는 반대 투표했고,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기권했습니다.

브릭스 회원국 중에 찬성표를 던진 나라는 브라질이 유일합니다.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을 지지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이날(27일) 발언은, 최근 석유 감산을 결정해 미국과의 관계가 껄그러워진 사우디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 "핵무기 존재하는 한 위험 상존"

푸틴 대통령은 현재 국제 정세에 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10년을 맞이했다"고 이날(27일) 평가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타이완에서의 불안정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 사용의 위험은 상존한다"면서도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 언급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핵무기 사용은 방어에 국한된다는 러시아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 바이든 "핵무기 안 쓴다면서 왜 계속 얘기하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푸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27일)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그(푸틴 대통령)가 정말 핵을 사용할 의도가 없다면 왜 그런 얘기를 계속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서 "푸틴(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하고 "지금의 상황을 끝내고 싶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나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 미 국방 "핵 위기 격화 확실히 우려"

같은날(27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핵 위기가 격화되는 것에 관해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군의) 핵무기 사용 시 국제사회로부터 매우 심각한 반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7일 워싱턴 D.C. 인근 청사(펜타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7일 워싱턴 D.C. 인근 청사(펜타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펜타곤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우리는 (핵무기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무기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러시아 측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더티 밤' 사용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더티 밤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면서 "(반대로) 우크라이나 군이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징후도 발견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티 밤(dirty bomb)'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입니다.

이 무기를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사용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이 최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스스로 '더티 밤'이나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빌미를 꾸며내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서, 핵무기 사용 위험을 포함한 위기 관리를 위해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적대국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는다"면서 "소통 창구가 열려있는 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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