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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시아, 드론 대가로 이란 핵개발 지원"...미 민주당 일각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요구했다 철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앞줄 왼쪽 두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무장병력과 함께 북부 이지움 탈환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앞줄 왼쪽 두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무장병력과 함께 북부 이지움 탈환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이란에서 드론(무인비행기)을 비롯한 무기를 받는 대가로 핵무장을 도와주고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가 주최한 '민주주의 콘퍼런스' 사전 녹화 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개월간 러시아는 4천500기의 미사일을 우리에게 쐈고 이제 미사일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래서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서 동원 가능한 무기를 물색했고 이란에서 그것들을 찾아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이란에서 무장 드론 '샤히드' 2천기를 주문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그렇다면 러시아는 무인기 제공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지불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란은 그저 돈에 관심이 있을까"라고 덧붙였습니다.

곧바로 "아마도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것이 러시아-이란 동맹의 진짜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자폭 드론' 공습

최근 러시아군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자폭 드론' 공습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해당 드론은 이란에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서방 주요국가 정보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운용을 돕는 군인들까지 파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습니다.

이란에서 공급하는 드론의 기종은 '샤히드 136'과 '샤히드 149' 등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시내 등지에서 수거한 드론 파편은 샤히드 136과 동일한 동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과 러시아 정부는 무기 거래를 일절 부인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8일, 러시아군이 이란제 드론을 쓴다는 관측을 부인하면서 "사용 중인 장비는 러시아제이고 러시아 이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이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사용할 수 있는 어떤 무기나 드론도 러시아에 공급하지 않았다"고 24일 현지 매체에 게재된 영상에서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의 무장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직접적인 논의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의사를 이미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란제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우리는 정말로 이 문제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보렐 대표에게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미 민주당 의원 30명, '휴전 협상' 요구

이런 가운데, 미국 집권 민주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가 철회하는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전쟁 지원 부담 등을 이유로 미국이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것이 서한의 골자였습니다.

민주당 하원의원 30명은 24일 서한에서 "우리는 장기화한 분쟁을 피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와 미국,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런 이유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과 적극적인 외교적 추진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휴전을 위한 현실적 프레임워크를 찾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민들이 낸 막대한 세금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점도 거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수 지원과 인도적·경제적 원조 등 약 660억달러 규모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 공화당,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 통제 예고

이번 서한은 민주당 내 의회진보모임(CPC) 의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이 주도했습니다.

서한 공개 시점이 다음달 8일 실시되는 중간선거를 약 2주 앞둔 때라 주목됐습니다.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를 새로 선출하고, 상원 100석 가운데 3분의 1도 선거 대상입니다.

현재 미 하원은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 조사 결과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야당인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지난 18일 "경제가 침체돼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매카시 대표는 하원의장직을 맡을 것이 유력합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우크라이나 정책 변화'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그들(공화당)이 지원을 줄이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 하루 만에 서한 철회

자야팔 의원은 25일 성명을 내고 "시기상 우리의 메시지는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한 매카시 대표의 발언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됐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던 서한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CPC 의장으로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야팔 의원은 아울러 "그동안 강력하게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이고 경제적 지원을 지지했던 민주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중단하려고 하는 공화당에 동조하는 듯한 불행한 모습이 연출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서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집권당 내부에서 사실상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습니다.

■ 백악관, 전략 수정 계획 없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24일) 민주당 의원 30명의 서한에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정부의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휴전론에 관해, 우크라이나가 주도해야 하고, 미국이 나설 사항이 아니라고 이날 브리핑에서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와 어떤 형식의 대화를 하든, 어떤 형식의 협상을 하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릴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미국)은 필요한 만큼 그들(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 전쟁은 명분없고 잔혹한 전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했고, 그가 원한다면 오늘이라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날(24일) "우리는 우크라이나 파트너들로부터 이 전쟁이 외교와 대화를 통해서만 끝날 것이라는 것을 거듭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스크바(러시아 정부)로부터 외교와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어떤 상호적인 성명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 합참의장,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통화

미국과 러시아는 24일 군 수뇌부 접촉을 진행했습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이날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데이비드 버틀러 미 합참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지난 5월 이후 처음입니다.

전날인 23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했습니다. 양국 국방장관은 21일에도 통화한 바 있습니다.

이날(21일) 진행된 양국 국방장관의 대화도 지난 5월 이후 처음이었는데, 이틀 만에 다시 대화한 것입니다.

이같은 일련의 대화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방사능 무기의 일종인 '더티 밤(dirty bomb)'을 사용하려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3일 영국, 프랑스,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국방장관과도 통화했습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가능성 주장이 엇갈리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서방이 활발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주목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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