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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서해서 불법 환적 정황 추가 포착…이달 들어 4건


8일 북한 초도에서 서쪽으로 약 13km 떨어진 지점에 길이가 각각 70m와 50m로 추정되는 선박 2척이 50m 길이의 또다른 선박 1척을 가운데에 두고 접선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자료=Planet Labs
8일 북한 초도에서 서쪽으로 약 13km 떨어진 지점에 길이가 각각 70m와 50m로 추정되는 선박 2척이 50m 길이의 또다른 선박 1척을 가운데에 두고 접선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 자료=Planet Labs

북한 서해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이달 들어서만 최소 4건이 포착됐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불법 환적지로 지목한 북한 해역인데, 중국 예인선으로 추정되는 선박까지 머물고 있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북한 서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나란히 붙어 있는 선박 3척이 보입니다.

북한 초도에서 서쪽으로 약 13km, 남포에서는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지점에 길이가 각각 70m와 50m로 추정되는 선박 2척이 50m 길이의 또 다른 선박 1척을 가운데에 두고 접선하는 중입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회피 수단으로 지목해 온 선박 간 환적의 전형적인 특징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틀 전인 6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약 60m 길이의 선박에 80m쯤 되는 선박이 접근하는 듯한 장면이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에 찍혔습니다.

초도 인근에서 포착된 환적 의심 장면. 왼쪽부터 1일과 2일, 6일. 자료=Planet Labs
초도 인근에서 포착된 환적 의심 장면. 왼쪽부터 1일과 2일, 6일. 자료=Planet Labs

선박 2척이 실제로 선체를 밀착시켰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바다 한 가운데에서 선박 두 척이 이 정도로 근접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불법 환적 시도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 일대에선 지난 1일과 2일에도 각각 선박 3척과 2척이 맞대고 있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9월 들어서만 최소 4건의 환적 의심 사례가 포착된 것입니다.

물론 망망대해에서 이뤄진 선박 간 접선을 즉각 불법 환적으로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박 간 환적 의심 행위가 포착된 북한 초도 인근의 ‘서조선만’ 즉 북한 서해 일대를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했습니다.

이달 들어 잇따라 출현한 환적 의심 선박들의 동선과 일치합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에서 출항한 선박과 이 지점에서 만나 환적한 뒤, 종류를 알 수 없는 화물을 북한 남포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왔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이 공해상에서 제재 품목을 거래한다는 각국의 지적이 잇따르자 같은 해 9월 채택한 결의 2375호에서 이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하고,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공해상 환적을 통해 물품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석탄이나 유류와 같은 금지 품목을 거래하지 않더라도 선박이 물품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의미입니다.

선박 간 환적이 벌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지점에 현재 ‘터그’선, 즉 예인선으로 추정되는 중국 선박 2척의 신호가 포착되는 점도 주목됩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통해 해당 지점을 살펴본 결과 선적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인선 2척의 신호가 잡혔습니다.

이곳에서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중국 선적 예인선 1~2척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현재 위성 신호를 발신하는 선박이 해당 선박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육지에서 먼바다에 예인선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같은 중국 예인선이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인선은 바지선 등 무동력 선박을 끌 때 주로 사용됩니다.

유류와 같은 액체류를 환적할 땐 서로 호스만을 연결하지만, 석탄 등 고체 형태의 물품을 옮길 경우 선박과 선박 사이에 크레인이 설치된 바지선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바지선이 이동하려면 예인선은 필수적입니다.

저화질 위성사진과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만으로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환적 의심 선박이 연이어 포착된 해역에 예인선까지 머무는 현 상황은 이 일대가 불법 해상 활동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합니다.

북한 서해 일대에서 환적 의심 선박이 민간 위성사진에 촬영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VOA는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 4월부터 최소 10건의 환적 의심 장면을 발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번 4건을 더할 경우 지난 5개월 동안 북한 서해에서 확인된 환적 의심 사례는 14건으로 늘어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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