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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철명, 범죄 사실 인정…내년 1월 최종 선고 앞둬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범죄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최종 형량을 선고할 예정인데, 혐의 인정에 따라 감형을 고려할지 거액이 연루된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초점을 맞춰 중형을 선고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철명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시인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 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문철명은 6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개최된 ‘사전심리(Status Conference)’에 출석해 자신에게 씌워진 5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앞서 문철명은 돈세탁 공모 6개 혐의로 2019년 5월 미국 법원에 기소된 인물로, 이후 미 연방검찰이 혐의 1개(혐의 5번)에 대한 공소를 포기함에 따라 5개 혐의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혐의 인정은 일반적인 ‘유죄 인정(Plea of guilty)’ 방식이 아닌 ‘알포드 플리’에 의거한 것으로 알려져 공식적으론 여전히 ‘무죄 주장’ 상태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알포드 플리’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는 부인하지만 검찰의 증거, 즉 범죄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형량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최근 법원은 검찰의 반대 속에 이를 허가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검찰과 형량 합의를 이루는 ‘플리 바겐’과 달리 유죄를 인정하지 않지만 범죄 사실을 시인하면서 관련 혐의에 적용된 형량을 일부 삭감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왔습니다.

특히 검찰은 지난달 사전심리에서 문철명이 일반적인 ‘유죄 인정’ 절차 등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에 ‘부드럽게’ 대하고 협조하거나, 혹은 미국에 무언가를 양보하는 데 대해 그의 모국 정부로부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철명에게 적용된 돈세탁 혐의는 각각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벌금 50만 달러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형량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 100년의 징역형과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추징금이 선고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철명이 ‘알포드 플리’ 방식으로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 실제 형량은 이보다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판부는 문철명의 최종 선고일을 내년 1월 20일로 잡았습니다.

미국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7일 VOA에 문철명에게 어떤 형량이 내려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북제재 위반으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사건이라는 점과 ‘알포드 플리’ 방식의 전례가 많지 않은 만큼 판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형량에 대해서는 아마 오리무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주 포인트는 피고가 공소사실을 인정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무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검찰의 반대 입장을 절충하는 선에서, 또 배심원이 배제된 상태에서 담당 판사가 연방 법원의 선고 형량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검찰이 ‘알포드 플리’ 방식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가벼운 판결’을 추후 대북제재 관련 사건의 잘못된 판례로 남기길 원하지 않는 만큼 판사가 이런 요소들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해 북한에 사치품을 제공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문철명의 기소장은 혐의 1번에 문철명과 공모자들이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 사이 미국 달러를 중국과 싱가포르, 북한 등으로 이체하거나 송금받았다는 내용을 적시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문철명 등이 미국 기술이 이용된 제품이나 농산물 그리고 술과 담배와 같은 사치품을 북한 구매자들에게 제공하려고 미 금융체계를 이용해 미화 120만 달러를 거래했다고 밝혔습니다.

혐의 2번은 2014년 9월 4일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중국 선양 소재 위장회사인 ‘밍젱’이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 13만 달러를 송금하는 데 문철명이 관여했다고 지적했으며, 혐의 3번은 2015년 9월 ‘밍젱’에서 싱가포르 소재 ‘신사르 무역회사’로 미화 2만 4천395달러가 이체된 문제를 다뤘습니다.

또 문철명의 혐의 4번과 6번도 각각 8만 9천 달러와 16만 5천 달러의 자금이 북한의 위장회사에서 신사르 무역회사나 싱가포르 회사와의 거래를 위해 사용된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검찰은 문철명 등이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른 대북제재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은 거래는 궁극적으론 ‘돈세탁’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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