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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명 1년여 만에 법원 출석...미 검찰 "북한 의식해 혐의 부인"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의 미국 신병 인도를 승인할 당시 문 씨의 변호사 자깃 싱(오른쪽) 씨와 김유성(왼쪽) 북한 대사관 참사 등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1년 3개월 만에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유죄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문철명이 북한의 처벌을 우려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워싱턴 D.C. 연방검찰은 북한 정권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문철명의 심리 상태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문철명 사건을 담당한 연방검사는 4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온라인 화상방식으로 개최한 사전심리(Status Conference)에서 문철명 측 변호인이 최근 재판부에 요청한 ‘알포드 플리’ 합의 방식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알포드 플리’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는 부인하지만 검찰의 증거를 일부 인정하면서 형량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최근 문철명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이를 통한 형량 선고를 바란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검찰과 형량 합의를 이루는 ‘플리 바겐’과 달리 유죄를 인정하지 않지만 검찰의 증거를 받아들이면서 관련 혐의에 적용된 형량을 일부 삭감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왔습니다.

다만 담당 검사는 아직 문철명 측이 검찰에 ‘알포드 플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 법무부가 ‘알포드 플리’를 인정하는 경우는 피고 측이 검찰에 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미국 정부가 ‘알포드 플리’에 근거한 ‘유죄 인정’ 합의서를 받을 때에 한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철명 측이 이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미국에 ‘부드럽게’ 대하고 협조하거나, 혹은 미국에 무언가를 양보하는 데 대해 그의 모국 정부가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문철명이 미국 사법 체계가 불러들인 첫 번째 북한인 피고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고가 (정식으로 알포드 플리를) 요청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이를 승인할 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 ‘알포드 플리’를 반대해야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은 현재 문철명 측이 일반적인 ‘유죄 합의’는 물론 ‘알포드 플리’를 위해 검찰에 협조를 구하는 절차마저 회피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유죄 합의’나 ‘알포드 플리’ 모두 미국 검찰, 즉 미국 정부와 협상이 필요한 만큼 추후 북한 정권의 처벌을 두려워한 문철명 측이 법원에 ‘알포드 플리’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지적입니다.

만약 ‘알포드 플리’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문철명은 미국 정부가 제기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혐의를 인정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날 담당 검사는 문철명의 형량이 ‘유죄 합의’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알포드 플리’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검사는 “법무부는 ‘알포드 플리’를 반대하는 오랜 정책을 갖고 있다”며 “이는 피고가 자신의 범죄 행위를 온전히 인정할 때 사법 체계가 더 잘 작동한다는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에 문철명 측 변호인은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담당 판사는 ‘알포드 플리’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면서 약 30일간 이 사안을 조사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문철명의 법원 출석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입니다.

문철명은 지난해 5월 인정신문을 겸해 열린 사전심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낫 길티(Not guilty)’ 즉 ‘무죄’라고 주장하며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검찰과 변호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문철명이 격리되고 또 검토해야 할 서류가 많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당초 예정됐던 사전심리를 9번이나 연기했습니다.

문철명은 이날 열린 심리 초반부에 연결상태가 고르지 않은 듯 직접 영어로 ‘통역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잘 들리느냐’는 한국어 통역의 질문에 “네, 지금 들립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조금 크게 해 주십시오”라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변호인은 화상 방식으로 다음 심리를 진행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문철명도 그것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이후 통역을 거쳐 이런 설명을 들은 문철명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을 새로운 심리일로 잡았습니다. 이때 ‘알포드 플리’에 대한 재판부의 허가 여부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돼 지난해 3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입니다.

검찰은 문철명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위장 회사들을 이용해 미국 달러를 거래하며 북한에 사치품 등을 납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은 돈세탁 관련 혐의에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벌금 50만 달러, 혹은 관련 자금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있어 6개의 혐의를 받는 문철명에게는 최대 120년의 징역형과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추징금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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