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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자포리자 원전 훼손 명백"..."러시아, 조사단에 엉터리 답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끄는 조사단원들이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2일 공개한 영상에서 캡쳐한 장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끄는 조사단원들이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2일 공개한 영상에서 캡쳐한 장면.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1일 둘러본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현장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1일) 조사를 마친 뒤 "전체 시설에 대한 첫번째 접근이었고 이를 통해 핵심 구역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많은 중요한 정보를 수집했고 필요한 것들을 확인했다"고 설명한 뒤 "원전의 물리적 완결성이 수차례 훼손된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오랜 기다림 끝에 원전 핵심시설을 방문했고, 나는 첫 방문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아직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더 중요한 임무를 조사단원들이 남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로시 총장 등 조사단 14명은 이날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에 진입해, 통제실과 비상 시스템 등을 살펴봤습니다. 아울러, 전력 공급이 끊길 경우를 대비한 디젤 발전기 등 비상 대처 설비들도 점검했습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조사단원 가운데, 그로시 총장과 일부는 당일 현장을 떠났고 일부가 남아서 오는 3일까지 활동할 예정입니다.

■ 근무자·인근 주민 면담

그로시 총장은 이날(1일) 발전소 근무자들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해당 원전의 통제권은 러시아군이 갖고 있지만, 실무 운영을 맡은 직원들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 소속 등 우크라이나 측 인력입니다.

또한 그로시 총장은 도움을 요청하는 원전 인근 에네르호다르 시내 주민들도 면담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최근 원전 시설과 인근 지역을 향한 포격이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그로시 총장은 조사단이 사흘간 원전 현장을 살핀 뒤 보고서를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사단의 주요 임무는 자포리자 원전 시설의 손상 정도를 측정하고, 안전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난 3월초 이래 러시아군의 지시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 인력들의 근무 여건을 살피고, 원전 단지 안전 보장 방안을 확립하는 일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사단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세르비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됐습니다.

■ 러시아 정부, 거듭 협조 의사 밝혀

자포리자 원전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IAEA 조사단 활동에 거듭 협조 의사를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일 "조사단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 측은 러시아의 방해로 조사단이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2일, 러시아가 원전 실태에 관해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며, 결국 조사단 활동이 러시아의 선전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군이 원전 시설을 군사 요새화하고 인근에 위험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이날(2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측이 IAEA 조사단의 질문에 엉터리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관해, 그로시 총장은 현장에서 일어는 것들에 대해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기술적인 평가를 전문가들이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유럽 최대 원전' 안전 우려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입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9일째였던 3월 4일,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해당 원전 시설을 점령했습니다.

최근 해당 원전 일대에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능 누출 등 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원전 주변에서 상대방이 도발하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화재 영향으로 원전으로 들어가는 전력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핵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체르노빌에서 발생했던 노심 융용(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IAEA 조사단이 현지를 방문하기 직전에는 현재 작동 중인 2기 원자로 중 1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에서 안전 사고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IAEA 조사단 파견에 합의했습니다.

원전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음날(19일) 현장 시찰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실무 협상을 거친 끝에 조사단 방문이 성사됐습니다.

IAEA 조사단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도착해 이튿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뒤 31일 원전 인근 자포리자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현지 호텔에서 하루를 지낸 뒤 1일 오전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으로 향했으나, 주변에서 포격이 계속돼 예정보다 세 시간 정도 지연된 이날 오후 현장에 진입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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