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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원전에 포격 잇따라 원자로 1기 가동 중단...IAEA 조사단 임무 개시


라파엘 그로시(가운데 오른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시내에서 원전 시찰 임무에 관해 취재진과 환담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가운데 오른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시내에서 원전 시찰 임무에 관해 취재진과 환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의 시찰 임무가 시작되는 1일, 원전을 둘러싼 무력 공세가 계속됐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탈환을 시도하며 광범위한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자체적인 공격을 벌이면서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맞섰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즉각 교전 중지를 촉구했습니다.

■ "이번 임무는 방사능 사고 방지 위한 것"

이런 가운데, IAEA 측은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끄는 지원·보조팀(조사단)이 이날(1일) 자포리자 원전에 도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조사단 일정은 현지에서 진행 중인 교전의 영향으로 약 3시간 가량 지연됐습니다.

전날(31일) 원전 인근 자포리자 시내에 도착한 그로시 총장은 1일 임무가 본격 시작된다고 밝히고 "이번 임무는 유럽 최대 원전을 보존하고 방사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1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원전 시설에 접근할 권리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으로부터 확실히 보장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우리가 상주할 수 있으면 임무가 길어지겠지만, 초기 작업은 며칠 동안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오늘 아침 불과 몇 분 전에도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여기까지 온 이상, 사찰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로시 총장이 이끄는 IAEA 조사단은 원전 단지에서 직원들을 만나고, 최근 잇따른 포격으로 인한 시설 피해 현황과 안전 대책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 포격으로 원자로 1기 가동 중단

IAEA 조사단 방문을 앞두고 자포리자 원전 일대에는 계속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원전의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으로 원전의 비상 보호장치가 가동됐고, 현재 작동 중인 2기 원자로 중 1기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어 "나머지 1기는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연결된 상태에서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IAEA 조사단이 원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를 향해 러시아군이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드미트로 올로우 에네르호다르 시장은 시의회 건물 인근 지역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이날(1일) 소셜미디어에 적고, 포탄에 맞아 구멍이 난 고층 건물 사진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원전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니코폴의 군정 당국은 "러시아군이 에네르호다르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아주 위험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점령 시도"

하지만, 러시아 측은 공격 주체가 우크라이나군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1일) 오전 6시쯤 우크라이나군 60명이 2개 그룹으로 나눠 보트 7대를 타고 드니프로 강을 건너 자포리자 원전 점령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 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인해 비상 보호장치가 가동되면서 원자로 1기가 꺼졌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포격으로 보조 전력선이 손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전이 위치한 에네르호다르 시 행정을 맡고 있는 러시아 측 인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60차례 이상 도시를 폭격했고 원전 시설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다고 러시아 매체들에 밝혔습니다.

러시아 측이 이끄는 현지 당국은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인근 도시인) 마르하네츠에서 드론과 대포를 이용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적고, 원전 내 행정동과 훈련 시설에도 폭탄이 떨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 정부, IAEA에 협조 입장

러시아 정부는 IAEA 조사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오스트리아 주재 국제 기구 담당 러시아 대사는 원자력기구 전문가들이 자포리자 원전 안에 상주하는 방안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자포리자주의 러시아 점령지 민군 합동 행정부의 예브게니 발리츠키 대표는 "조사단은 하루 동안 시설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러시아 매체들에 밝혔습니다.

발리츠키 대표는 현재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원자로 5호기와 6호기가 각각 발전 용량의 60%와 80%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유럽 최대 원전' 안전 우려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개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입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9일째였던 3월 4일,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해당 원전 시설을 점령했습니다.

최근 해당 원전 일대에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능 누출 등 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원전 주변에서 상대방이 도발하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달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IAEA 조사단 파견에 합의했습니다.

원전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음날(19일) 현장 시찰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실무 협상을 거친 끝에 조사단 방문이 성사됐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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