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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전력공급 일시 중단 "방사능 사고 가까스로 피해"...바이든, 원전 운영권 반환 러시아에 촉구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단지에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촬영한 위성사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단지에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촬영한 위성사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근처 포격에 따른 화재 때문에 전력망에서 한때 차단됐습니다. 원자로 냉각에 쓰이던 전력이 끊기면 방사능 누출 등 최악의 원전 사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자포리자 주의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이 전력망에서 완전히 단절됐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고, 원전에 전력 공급이 끊기자 디젤 발전기가 즉시 돌아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만약 디젤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방사능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며 "원전 직원들이 전력 차단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이미 방사능 사고를 감당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상태에서, 실무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맡는 불안정한 체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체르노빌 참사 재현 우려

이날(25일)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의 일시적 전력 공급 차단 사실을 확인하면서 "4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방사능 사고를 가까스로 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핵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체르노빌에서 발생했던 노심 융용(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자포리자 원전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 영향으로 발전소와 외부를 연결하던 마지막 송전선이 훼손됐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송전선이 총 4개였으나 3개는 전쟁 중 훼손돼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포리자에서 가동 중이던 2개 원자로와 우크라이나 전력망 연결이 차단됐습니다. 자포리자 지역 전력 공급도 그 즉시 중단됐습니다.

■ 러시아 '전력 빼돌리기' 의혹

최근 자포리자 원전 시설과 주변지역에 포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은 서로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크름반도(크림반도) 등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으로 돌리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바이든, 원전 운영권 반환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25일),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주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비무장지대화하는 데 러시아가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전화 브리핑에서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의 것"이라며 "이 전력망을 점령 지역으로 돌리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발전소 에너지를 무기화 또는 전용하려는 시도를 반대한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다만 원전 주변에서 방사선 이상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IAEA 현장 방문 협의 중

IAEA에 따르면, 지난 20일에서 22일 사이 발생한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의 기반시설이 추가로 손상되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IAEA는 자포리자 원전에 사찰단을 보내기 위해 러시아 측과 협의 중입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현지 상황이 위중해 며칠 안에 사찰단의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날(25일) 프랑스24 방송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거의 매일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사찰단 방문 계획에 관해 최종 합의에 근접한 상태라고 소개하면서 "크이우(우크라이나 정부)가 수락했고, 모스크바(러시아 정부)도 수락한 만큼, 우리는 그 곳에 가야한다"면서 "아주 아주 이른 시일 안에 그 곳에 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격 때문에 재난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IAEA의 현장 시찰을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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