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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담대한 구상' 거부·윤석열 대통령 원색 비난...한국 "매우 유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윤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북한의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천’ 구상의 복사판이라며 자신들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흥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 구상이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 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북한의 비핵화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됐다며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다는 발상은 천진스럽고 어린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식량과 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 방안에 정치 군사적 상응 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정식 제안했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부 차원에서 한국 측의 공식 제안 나흘만에 낸 이번 담화는 윤석열 정부의 추진 동력을 초기에 꺼뜨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담대한 구상이라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초기에 확실한 거부 의사 그리고 정책 추진 동력을 완전히 초기부터 상실시키겠다라는 이게 가장 주 목적인 것 같아요.”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에 내건 핵 개발 중단과 실질적 비핵화 전환이라는 전제조건에 대해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 넘은 역스런 짓”이라며 핵 문제는 미국과의 담판 현안임을 부각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경제 지원과 비핵화를 맞바꾸자는 ‘담대한 구상’을 일찌감치 거부함으로써 비핵화 의사가 없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환기시키는, 우회적인 대미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없이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윤석열”이라며 현재 사전연습이 진행 중인 미한 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적대감을 표하는가 하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또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째였던 지난 17일 북한 군이 발사한 순항미사일과 관련해 발사 원점이 한국 군 당국이 발표한 평안남도 온천이 아닌 평남 안주시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미 사이의 긴밀한 공조 하에 추적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를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 어째서 발사 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체계의 제원은 왜 공개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조롱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부부장의 담화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어제 김여정 부부장이 아주 무례하고 품격없는 표현으로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또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왜곡해서 비판한 데 대해선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대통령실도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김 부부장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제에 맞선 한국의 독립운동과 자유국가 건국 과정을 반공적 시각에서 강조한 게 북한에겐 자신의 체제를 부정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그런 의도를 표출하는 상황에서 그런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트로이 목마처럼 결국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한 것으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이례적으로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매우 강도 높게 상대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중장기적으로 빙하기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한국 윤 정부 100일에 대한 종합적 평가 그러니까 한미동맹 강화, 한미 군사연습 재개, 헌법 3조와 4조를 언급한 대북정책 이런 모든 것에 대한 평가를 담은 중장기적인 자신들의 대남 전략의 기조를 밝힌 것으로 봐야 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가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에도 크게 실린 것은 경제와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돼 있지만 당분간 한국과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내부 결속을 촉구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실장은 김 부부장이 최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통해 한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행동을 예고했다며 북한은 향후 대남 비난 선전전과 함께 순항미사일 발사로 다시 시작한 무력 도발을 강도를 높이며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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