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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윤석열 '담대한 구상' 제안, 북한 '관여 의지' 가늠할 기회...실효성엔 한계"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자료사진)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한국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관여 의지를 가늠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고질적인 비핵화 의지 결여로 실효성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5일 VOA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대북 정책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 대통령들의 지난 수십 년간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 새 정부의 정책이 ‘채찍과 단호함’ 그 이상이며, 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주민을 도우려는 진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북한 정권에 상기하는 방법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President Yoon's "audacious plan" is the latest in a series of noble efforts undertaken by several previous ROK and U.S. presidents over the decades aimed at convincing North Korea to give up its nuclear ambitions. Today, it is the right thing to do, particularly as a way of reminding the Pyongyang regime that the new ROK government's policy is based on more than just sticks and firmness -- it is also rooted in a sincere desire to resolve the nuclear issue and help the people of North Korea. So kudos to President Yoon for reminding North Korea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his administration is committed to a peaceful resolution of the nuclear issue in a way that will improve the lives of the North Korean people. “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핵 문제를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새 정부가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상기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 비핵화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의 큰 틀을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구상에는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을 비롯해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이중 식량 공급 프로그램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면 합의 전이라도 가능하다고 한국 대통령실 측은 설명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의 적성국 분석담당 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이 구상을 통해 “우리는 전통적 보수 정부와 다르며, 북한과 기꺼이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구상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대북 관여 의지와 조건을 가늠해볼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담당 국장 (자료사진)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담당 국장 (자료사진)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I mean I think they're trying to show that they're not just another conservative administration like Park or the Lee administrations and that they're willing to engage with North Korea. And that's going to be an exercise, it's going to be criticized inside South Korea especially by the progressive elements in this might be a way of kind of tamping down a bit. I would not discount this this offer by Yoon because it does give the opportunity to see whether the North Koreans would actually react to it, and I think that will be interesting because it'll help us calibrate, you know where North Korea is in terms of its desire to have engagement”

고스 국장은 특히 북한은 미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이 구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윤석열 정부의 이 구상을 지지하고, 앞으로 일부 제재완화와 식량 지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남북한의 관여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인지 확인한 뒤 한국 측과 관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도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경제와 인도주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야심찬 계획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담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여 한국석좌는 “하지만 한국 측의 재원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조건을 내걸고 있어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여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The Yoon government’s North Korea initiative is bold in the sense that it offers a detailed and ambitious plan to address North Korean economic and humanitarian needs. However, it will be difficult for the North Korean regime to accept Yoon’s proposal because it places the condition of denuclearization upfront in order for North Korea to receive South Korean resources. There would also need to be some face-saving measure for Kim Jong-un to accept a major economic package from South Korea in addition to giving up its nuclear ambition. For these reasons North Korea will at best be lukewarm to the proposal.”

이와 함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한국의 이 같은 주요 경제지원 구상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체면 차리기’ 조치들도 필요할 것이라고 여 석좌는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구상에 대해 기껏해야 ‘미온적인 태도’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앤드류 여 석좌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윤석열 정부의 제안을 고려하길 바라고, 또 북한의 안보와 인도주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남북한이 최소한 물밑대화를 재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구상이 북한의 협상 복귀, 나아가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 결여 때문에 대체로 회의적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과거 어떤 합의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현실”이며, 이런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But the reality is that, in the past, North Korea never had any interest in such a deal. Nothing has changed to make that lack of interest disappear. like all the previous "bold," "important," and similarly "audacious" plans over the years, it is surely bound to fail. North Korea has no intention of giving up it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These weapons have become part of North Korea's political and security "DNA."”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유사한 과거의 모든 대북 구상들도 북한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이런 무기는 북한의 정치와 안보에서 ‘DNA’의 일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의 연설에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또 다른 ‘담대한 구상’이 담겼으며, 이 계획을 추구하는 것이 북한과의 노력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국의 안보환경을 강화하며, 한국의 모든 적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한반도를 담당했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 미국과 한국 등은 대규모 식량지원, 안보 보장, 군사훈련 축소,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국 독자제재의 전면적인 시행 자제 등을 시도했지만 비핵화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은 이전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혜택과 제재 완화를 점진적으로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접근에 합의했지만 북한 정권은 현재 모든 관여 시도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녹취: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The US and South Korea have previous agreed to an 'action for action' approach to denuclearization where economic benefits and sanctions relief would be incrementally provided in return for North Korean steps toward denuclearization. But the regime currently rebuffs all attempts at engagement. President Yoon was correct to offer conditional benefits but, unfortunately, North Korea has already rejected his proposal.”

윤석열 대통령이 ‘조건부 혜택’을 제안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모든 관여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은 이미 이 제안을 거부한 셈이라는 평가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 구상 역시 비핵화 관련 조치와 제재 면제 등 경제적 보상책의 ‘배열’ 문제, 즉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n the other problem is the sequencing, if they if South Koreans think that the North Koreans are going to make the first move toward denuclearization in order to get economic resources, you know, then they don't understand North Korea because North Korea is not going to make the first move.”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비핵화 관련 조치에 먼저 나설 것이라고 한국이 믿는다면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CIA 출신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입장을 바꿀 새로운 대북 접근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이 구상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계획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 정권의 진정성과 노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 의지하지만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직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수 김 미 랜드연구소 연구원] “Unless the Yoon administration has a new approach towards North Korea that will change the Kim regime’s position on denuclearization, this audacious plan is unlikely to be successful. The plan rests on the premise that there will be a sincere North Korean willingness and commitment to denuclearization, which we have yet to see from Kim Jong Un.”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좀더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한 경제적 지원과 관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과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랭크 엄(오른쪽)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프랭크 엄(오른쪽)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또 “윤석열 정부가 억지와 압박을 넘어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사안들을 다루지 않는 등 몇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I see the Yoon’s plan to be pretty similar to the Biden administration's approach in the sense that both the US and South Korea are offering assistance and engagement as long as North Korea takes denuclearization steps.…First, it is framed as an inter-Korean plan but for North Korea, the critical element is a change in what it perceives as a hostile U.S. policy. In other words, as long as there is no conciliatory gesture from the US, Yoon's audacious plan is irrelevant. Second, North Korea wants economic assistance on its terms, which requires sanctions relief to let it conduct normal economic trade and exports as it desires rather than having U.S. or South Korean economic assistance imposed on North Korea, especially with requirements for denuclearization.”

엄 선임연구원은 이 구상이 남북관계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지만 북한에게 핵심 요소는 그들이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 정책의 변화’라며, “북한을 향한 미국의 ‘화해 제스처’가 없는 한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담대한 구상’이 한반도 공동번영과 상생에 초점을 맞춘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개방에 나서면 대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또한 지금 상황이 2013년 초기와 비슷하다며, 북한은 2012년 12월 인공위성(은하 3호) 발사하고 이듬해 2월 3차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이에 미국과 한국은 억지 조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런 조치는 북한의 행동을 바꾸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13년~2017년 사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웜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 기간 미-북, 남북 관여가 없었던 것처럼 향후 몇 년간도 미-북, 남북 관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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