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평양 엘리트' 출신, 미 정부 주관 교류 참가 "북한 청년들 세뇌 깨고 세상과 교류하길"


김금혁(오른쪽) 씨가 미국 연수 중 NGO 관계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금혁 씨 제공)

평양의 엘리트 출신 탈북 청년이 미국 정부가 주관하는 인플루언서 교류 프로그램에 선발돼 현재 미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사회 영향력이 큰 20~30대 외국 청년들을 초청해 교류를 강화하는 혁신적인 공공외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미국의 국제협력개발기관인 아시아재단이 한국의 20~30대 인플루언서(Influencer) 13팀을 미국에 초청해 4개 도시를 순회하며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는 사회에 영향력이 큰 사람을 의미하는데, 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즉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글을 쓰거나 영상을 제작해 인기와 수익을 올리면서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빠른 발전으로 2020년대부터 새로운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란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아시아재단은 앞서 지난 3월 홈페이지를 통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미국 교류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냈으며, 이후 선발된 13팀 15명이 지난 4일부터 17일의 일정으로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 남부 오스틴, 동부 뉴욕 등 4개 도시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의 인플루언서들이 미국의 “언론, 학계, 시민사회의 리더,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오늘날 변화하는 미국 사회에서 전통적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모색하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한국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생들을 초청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인플루언서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인플루언서 팀들 가운데는 북한 김일성종합대 출신의 김금혁 씨도 있습니다.

김 씨는 평양의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김일성대를 다니다 중국 대학에서 유학 중 김정은 정권의 역사 왜곡 등 거짓 선전에 눈을 뜬 뒤 회의감으로 탈출해 2012년 한국에 망명한 청년입니다.

김 씨는 한국 대학에 편입해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뒤 방송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현 대통령인 윤석열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16일 VOA에, 한국 출신 아내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평양남자 서울여자’를 통해 교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며 절차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제가 듣기로는 5대 1의 경쟁률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제가 운영하는 ‘난세일기’ 채널이 아닌 저랑 와이프가 함께 운영하는 ‘평양남자 서울여자’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자기소개서 등 지원서를 영어로 완벽하게 썼던 게 추가 점수를 받아서 구독자 수가 적음에도 선발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씨는 개인적으로 미국 방문은 5번째이지만 새로운 것들을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흔히 우리가 미국 하면 떠오르는 게 다양성 아니겠습니까? Diversity. 그 다양성의 여러 이면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의 빛과 그림자를 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유튜브 본사도 갔었고요. 주로 미국의 빛을 봤고 LA에서는 ‘음’의 부분을 봤던 것 같습니다.”

가령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범죄로 감옥에 들어갔다 출소한 뒤 사회 적응과 재활을 돕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와 이를 풀어가는 노력을 볼 수 있어 유익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이주자로서 한국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한국의 모습을 보고 경험한 것을 미국인들과 나눌 때 반응이 더 적극적이었다며, 그것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탈북민들의 저력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우리가 흔히 그런 말을 하잖아요. 한국인이 한국을 모르고, 미국인이 미국을 잘 모른다고. 자기 나라에 살다 보니 남들이 신기하게 느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다 보니 그것의 중요성 혹은 다양한 의미를 캐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한국에 관해 얘기할 때는 오히려 사람들이 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고요.”

지난 수십 년간 공공외교 차원에서 다양한 직업의 외국 전문가와 학생을 초청해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국무부는 최근 인터넷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교류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무부와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4월 홈페이지를 통해 미한 교류 강화를 위한 5개 분야 프로그램에 공모할 한국인 청소년과 청년 인플루언서를 모집한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공고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은 20만 달러를 투입해 다양한 혁신적 프로그램 공모를 통한 미한 동맹 강화를 모색한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 전략의 공통부분, 가치 공유, 양자 협력 증진 등을 목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공고] “PD Seoul invites SOIs for programs that strengthen U.S.-ROK Alliance through various innovative programming that highlights overlap between the IndoPacific Strategy and the Korean New Southern Strategy, shared values, and promotes bilateral cooperation.”

서울의 미국대사관은 또 이와는 별도로 한국의 교육 관련 인플루언서 최대 7명을 모집해 미국에서 열흘 동안 연수하는 교류 프로그램 지원자를 19일까지 모집 중입니다.

미국 대사관은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이 2020~2021년 기준으로 3만 9천 491명을 기록해 5년 전과 비교해 32%, 10년 전보다 45%가 감소했다며, 두 나라의 교육 교류를 재강화하는 목적 등을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미국 대사관] “We have seen a yearly decline in the number of Korean students studying in the United States with the figures for 2020-2021 (39,491 Korean students) reflecting a 32% decrease compared to five years ago (2016/17 recorded 58,663 Korean students) and 45% decrease compared to ten years ago (2011/12 recorded 72,295 Korean students)."

국무부는 지난해 미한 교류 현황 설명서(Fact Sheet)에서 1955년 이후 한국 학생 170만 명이 다양한 과정을 통해 미국 학교에서 공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금혁 씨는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며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통해 발전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데, 북한은 2년 반이 넘도록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근 채 청년의 미래를 말살하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청년들이 ‘왜?’라고 자문해 봤으면 좋겠다고 제의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북한 청년들이) 많이 답답할 것 같아요. 밖에서 들여다보는 사람보다 안에서 그것을 겪는 사람들이 가장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들이 이제는 ‘왜?’라는 질문을 좀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쯤이라도 왜 내가 2년 넘게 갇혀야 하지? 우리만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닐까?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스스로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 세계에서 아무리 북한인들에게 눈을 뜨고 세상을 봐야 한다고 얘기해도 본인들이 준비돼 있지 않고 진실을 수용할 공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개인 스스로 적극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 씨는 그러면서 바깥세상은 북한 정권의 선전과 달리 본인만 열심히 하면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등 기회가 열려 있다며, 세뇌의 견고한 껍질을 깨고 더 큰 세상을 꿈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