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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관 "북한 인권, 피해자 중심 접근"...탈북 인권 운동가들 "고무적, 실질 노력 필요"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달 8일 공식 트위터에 올린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공식 임명 게시물. (자료사진=유엔인권이사회)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달 8일 공식 트위터에 올린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공식 임명 게시물. (자료사진=유엔인권이사회)

1일부터 임무를 시작한 유엔의 새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방 세계에서 활동하는 탈북 인권운동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증언을 청취하는 데 그치지 말고 피해자들이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페루 출신의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일 첫 임무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펼칠 계획 등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주민과 한반도의 인권 보호와 증진, 평화 도모에 대해 큰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며 “해당국 정부와 의견을 교환할 기회와 자리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It is one of my top priorities to make the utmost effort to build opportunities and open spaces to exchange views with the Government and also to preserve and multiply the sources of information regarding the different aspects of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country.”

또 해당국(북한) 내 인권 상황의 여러 측면과 관련된 정보의 출처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도 임무 수행에 있어 “피해자를 중심에 두는 접근 방식에 확고히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우리는 모든 인권 또는 인도적 노력의 중심에 언제나 피해자를 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 피해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 “My mandate will remain firmly devoted to a victimscentered approach. In the past decades we have learned that victims must always be the focus of any human rights or humanitarian endeavor…Therefore, my work will be strongly invested in strengthening the opportunities for unheard voices to be listened to and amplified. As the first woman appointed to this mandate, I am determined to dedicate special efforts to bring women’s and girls’ needs and adversities to the attention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아울러 첫 여성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 “북한 여성과 소녀의 필요와 역경에 국제사회가 더 관심을 두도록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북한 수감시설 내 인권 침해, 효율적인 대북 인도주의 지원 방안의 중요성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확고한 연대를 촉구하는 한편 몇 주 안에 포괄적인 업무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등 서방 세계에서 활동하는 북한 출신 전문가와 인권운동가들은 1일 VOA에, 새 보고관이 피해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강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도 실질적인 이행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간단체인 원코리아네트워크의 이현승 워싱턴지국장입니다.

이현승 원코리아네트워크 워싱턴지국장 (자료사진)
이현승 원코리아네트워크 워싱턴지국장 (자료사진)

[녹취: 이현승 지국장] “정말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중심을 언급했고 여성·아동을 특별히 강조하셔서 제한적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알아가는 데 중점 인물인 피해자 중심으로 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내 수만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씩 이상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계속 제기해 주시고 가장 기본적인 자유, 이동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보장이 필요합니다”

이 지국장은 또 새 보고관이 인권과 인도주의 사이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북한의 만성적인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북한 정권의 우선적 책임보다 제재를 걸림돌로 종종 강조했던 전임 보고관 토마스 퀸타나의 전례를 따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서 활발하게 북한과 여성 인권 운동을 하는 박지현 씨도 피해자 특히 여성들에 대한 살몬 보고관의 관심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씨 (자료사진)
박지현 씨 (자료사진)

[녹취: 박지현 씨] “북한과의 대화, 뭐 이런 부분은 항상 나오는 부분인데, 피해자 중심은 지금까지 많이 안 나왔잖아요? 이 부분을 확실하게 말씀하셔서 기대가 되고 함께 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들의 절박한 목소리, 이런 활동이 큰 변화를 가져왔고 21세기에 여성 인권이 많이 개선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북한 인권 운동에서도 여성의 목소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씨는 특히 살몬 보고관과 한국의 신임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모두 여성이란 점을 강조하며 “북한에서 인권 침해가 심각한 대상이 여성인 만큼 이들에 열정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연설한 국제 행사에서 북한의 강제노동 착취 등 인신매매는 개인이 아닌 정부가 조직적으로 주도한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이 훨씬 더 충격받고 관심을 보였다며, 새 보고관은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 이슈와 연계해 부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이것을 광범위하게! 왜냐하면 북한 인권 문제는 전 세계적 이슈와 연결됩니다. 가령 사이버 공격,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인신매매로, 해킹 시스템으로 벌어들인 수익도 다 여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살몬 보고관이 대담하게 글로벌 이슈로 더 세게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의회에 근무하며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펼치는 티머시 조 씨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 자세는 이미 강력히 반영됐어야 했다며 늦은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목소리를 경청할 뿐 아니라 이를 정책에 반영하듯이 특별보고관과 국제사회도 증언 청취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탈북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고 북한 주민에게 맞는 해법을 찾도록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이분이 남긴 코멘트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피해자 중심으로 하겠다, 피해를 겪었고 그 피해를 기점으로 어떻게 일에 착수하면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진짜로 대변할 수 있고 그 목소리를 북한 내부에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래서 피해자 중심에 집중하면서 이들(젊은 탈북민들)에게 투자해서 유엔에서 일하고 말할 수 있는 친구들을 키울 수 있는.”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인 지성호 한국 국회의원은 증언 청취를 넘어 실태를 직접 보면서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며, 살몬 보고관 등 국제사회 지원으로 서울에 북한인권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지성호 한국 국회의원 (자료사진)
지성호 한국 국회의원 (자료사진)

[녹취: 지성호 의원] “살몬 보고관은 마음이 열려있는 분으로 보입니다. 또 충분히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함께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를 내줄 때 대한민국 서울에 북한인권박물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보기에도 명확한, 대한민국 정부가 보기에도 북한의 실상을 잘 표현한 것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 의원은 또 북한에서 인권 침해 가해자였던 사람들의 충분한 반성, 피해자들의 포용이 모두 필요하다며, 탈북민 사회에서 먼저 이런 협력 노력이 있어야 국제사회도 더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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