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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캐나다 7개 인권단체, 유엔 총장에 서울 인권사무소장 조속 임명 촉구


한국 민간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직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이 이영환 대표. (자료사진)
한국 민간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직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이 이영환 대표.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 캐나다의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을 방문 중인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중국 내 탈북 난민 문제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 사무총장실의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 캐나다의 7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11일 한국에 도착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개적으로 공동 서한을 보냈습니다.

유엔이 결의를 통해 설치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차기 소장을 조속히 임명해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유엔의 결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체들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한 유엔 북한인권조사회원회(COI)의 권고에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추진돼 설치된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가장 책임이 있는 자들을 기소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유엔의 책임규명 노력을 보장하기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난 2015년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설치됐지만, 2020년 시나 폴슨 초대 소장이 떠난 뒤 2년 넘게 후임자가 공석이어서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공동 서한] “Unfortunately, OHCHR Seoul, the field-based structure in the ROK created in accordance with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 25/25, has been leaderless for more than two years since the departure of its former Representative, Signe Poulsen (August 2015 – July 2020)."

단체들은 이런 중요한 자리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인권 옹호자들 사이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거나 문서 기록 목적으로 탈북민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언론과 시민사회에 정치적이거나 관료적이지 않으면서 권위 있게 말할 수 있는 유능한 수장이 없었다는 겁니다.

[공동 서한] “In the past two years, OHCHR Seoul has lacked an effective chief who can speak with authority to the press and civil society to maintain visibility of the issue or to guarantee access to North Korean escapees for documentation, devoid of politics or bureaucracy.”

단체들은 또 곧 출간 예정이던 북한 정권의 납치와 강제실종에 관한 보고서가 아무런 설명 없이 지연되는 것도 이런 소장 공백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우려가 소장의 부재로 인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공석의 장기화는 전체주의 국가가 자행한 반인도 범죄에 대해 책임 규명을 확실히 하겠다는 유엔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약속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동 서한] “While not all these issues and challenges may be attributed to the absence of a permanent Representative, it raises doubts about the UN and OHCHR’s commitment to ensuring accountability for the crimes against humanity perpetrated by a totalitarian state that,”

아울러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부소장의 대행 역할에 대한 모호성 등 “명확성 부족이 시민사회·다른 이해 당사자들과 관여하겠다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 서한에는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루멘, 캐나다의 한보이스,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북한인권시민연합(NKHR), 물망초, 탈북자동지회가 참여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이날 VOA에, 이번 공동 서한은 북한 인권을 개선하겠다는 유엔의 약속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유엔 사무총장이 과연 북한의 인권 문제를 중요한 여러 국제 문제 중 하나로 보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 의구심, 불만도 누적이 된 상황입니다. 한국에 오신 것을 계기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서한으로 분명히 밝히고,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우선적으로 이 중요한 자리를 채우고, 유능하고 적극적인 사람을 인선해 줄 것을 환기하도록 요청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앞서 VOA에,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문재인 전임 정부가 탈북민 단체와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해 사무조사를 강행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는 것을 법으로 처벌하며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하는 상황에 대해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적극 우려를 제기했어야 했다며, 소장 부재의 공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앞서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유엔 인권기구가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규탄 입장을 매우 명백히 표명해 왔다”고 밝혔지만,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운영 등 책임규명 이행에 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The UN human rights body has been very clear in expressing our clear condemnation of human rights violations in the DPRK.”

미국의 전문가들은 유엔 사무총장실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0일 VOA에, 유엔 사무총장실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관여할 수 있다며, 중국 내 탈북 난민 문제를 그 예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There are a variety of ways also to deal with the Secretary-General and make sure that that office is on board for promot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 There needs to be an international effort made and the Secretary General's office should be engaged with that in trying to have a negotiation with China and with other states that can try to resolve this small situation but very painful one of more than 1000 North Korea,”

중국 내 구금시설에 갇혀 있는 탈북 난민 보호를 위해서 국제 노력이 필요하며 유엔 사무총장실이 중국, 다른 나라들과 협상하며 관여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실을 비롯해 유엔 기구들이 이에 관해 적극 움직이기 위해서는 당사국인 한국과 유엔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의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1일 VOA에,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북한인권특사 지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South Korea should also point to its recent appointment of a Special Envoy on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nd publicly call on the Biden Administration to similarly appoint its human rights envoy on North Korea, filling the office which has now been vacant for more than five and half years”

한국 정부가 최근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한 것을 지적하며 5년 반 넘게 공석인 북한인권특사 자리를 채울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VOA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으로 이미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료사진)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료사진)

[녹취: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already is feeling pressure because South Korea has appointed an ambassador for North Korea human rights. And I think that that was a very good move on the part of the South Koreans to put pressure on the US.”

킹 전 특사 등 미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올가을쯤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채택하면 바이든 행정부에 특사 임명에 대한 압박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궁극적으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한국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등 4명이 모두 임명돼야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동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을 살릴 수 있는 시기입니다. 박자가 맞으려면 미국의 북한인권특사가 조속히 임명돼야 하고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도 채워져야 합니다. 이 4명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핵 문제에 덮이지 않고 중요한 사안으로 계속 관심을 환기하면서 국제사회가 비판과 압력을 가하는 한편 대화의 문을 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중요한 네 자리가 다 채워져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 시급성이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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