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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물난리 "농경지 보호가 최중대사"


지난 2016년 9월 북한 함경북도 주민들이 홍수로 파괴된 철로를 복원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6년 9월 북한 함경북도 주민들이 홍수로 파괴된 철로를 복원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도 요즘 집중호우로 인해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곡창지대인 황해도에 많은 비가 쏟아져 비상이 걸렸습니다. 북한의 농업 상황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연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서울과 평양을 비롯한 한반도 중부 지역에는 지난 7일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서울에는 8-9일 이틀 간 300mm 이상 비가 내렸습니다.

평양도 8일 83mm가 넘는 집중호우로 대동강 물이 범람했습니다.

평안북도 정주시에는 7일 200mm가 넘는 비가 왔고, 황해북도 송림시는 집중호우로 시내가 물에 잠겼습니다.

한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집중호우로 인해 1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고, 이재민은 1천456명에 달합니다. 또 주택과 상가 3천700여동이 침수됐으며 가축 8만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폭우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살다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폭우로 상당한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서 농업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씨] ”피해가 상당할 겁니다. 비 피해가 역대급 규모가 될 것같은데, 특히 대동강과 청천강 하류에 비가 많이 와서, 거기가 북한의 곡창지대 거든요.”

북한 당국은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일 날씨 소식을 1면에 게재하면서 “농업 생산은 국사 중의 최중대사”라며 총돌격전을 강조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북한 관영 TV도 농업 부문의 큰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황해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황해남도는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입니다.

북한의 전체 벼 재배 면적은 54만4천ha인데 이 중 황해남도는 14만2천ha로 전체의 26.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쌀 재배 면적이 가장 넓습니다.

그런데 황해남도는 6월 말 집중호우를 겪은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기록적인 폭우 피해를 입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농작물 소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탈북민 조충희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지금이 사실 비가 많이 오는 시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비가 내려서, 그 쪽 비가 온 지역은 수확고 감소가 엄청 많지 않겠나…”

실제로 올해는 폭우가 아니더라도 농사가 잘 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모내기가 늦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5월 초에 모내기를 시작해 6월에는 모내기를 완료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5월12일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사실을 발표하고 방역을 위해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봉쇄했습니다. 이에 따라 모내기 노력 동원에 나서야 할 학생과 직장인, 군인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올해 극심한 봄가뭄을 겪었습니다. 지난 4월부터 한 달 간 북한의 평균강수량은 28mm로 평년의 27% 밖에 안 됩니다. 비료 공급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북한의 모내기는 예년에 비해 보름에서 한 달가량 늦어졌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올해 작황은 예년과 비슷하게 나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작황을 보면 논 면적, 밭 면적에 비해 작황이 나쁜데, 옛날부터 계속되는 현상인데, 거기에는 해마다 일어나는 자연재해도 포함돼 있어요. 홍수,가뭄같은 것도 늘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변수로 생각하시면 될 것같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을 469만t 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전년도 생산량보다 29만t 정도 증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곡물수요량인 550만t과 비교하면 여전히 80만t 정도 부족한 규모입니다.

전문가들은 8-10월이 북한 주민들에게 ‘혹독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수확한 쌀과 옥수수(강냉이)는 현재 거의 소비한 상황입니다.

6월에는 이모작 작물인 감자와 밀, 보리 등이 나옵니다.

그러나 감자는 6월부터 한 달 정도 소비하면 끝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두 달을 버텨야 하는데 식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식량난을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 또는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수십만t의 식량 지원을 받아 부족분을 메꿔왔습니다. 그러나 북-중 국경은 2년 이상 봉쇄돼 있고 유엔 기구들은 대부분 평양에서 철수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이 8-10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김영훈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훈 선임연구위원] “이 시기가 식량이 부족한 단경기죠. 8, 9,10월이 식량이 부족한 시기가 되겠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8월 3일 현재 쌀값은 kg당 7천100원으로 연초에 비해 45%나 올랐습니다.

또 노동자를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이 사먹는 옥수수(강냉이)는 3천200원으로 28%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식량 가격이 2-3가지 요인으로 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북-중 국경 봉쇄로 중국으로부터 쌀과 밀가루같은 식량 수입이 2년 이상 중단됐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당국의 통제가 엄격해져 농촌에서 도시로 쌀과 옥수수가 유출되는 양이 크게 줄었습니다.

또 장마당 등 개인 장사가 안 돼 주민들이 쌀을 사먹을 수 있는 구매력이 떨어진 것도 한 원인입니다.

탈북민 조충희 씨는 가을에 햅쌀이 나올 때까지는 식량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사상 최고치로 쌀 가격이 오른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곡물의 양이 적다는 의미인데, 옥수수는 한 달, 그리고 벼는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 때까지는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급여는 3-4천원 수준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식량난을 풀려면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수입을 할려면 달러화가 필요하니 수출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I’d say only they increase their export…”

북-중 화물열차는 올 1월 운행을 재개했으나 4월 중국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운행이 정지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10년 안에 식량난을 완전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쏟아진 집중호우는 그같은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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