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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전쟁범죄 책임팀' 출범, 법무장관 우크라이나 방문...배우 벤 스틸러, 젤렌스키 면담


메릭 갈랜드(왼쪽) 미 법무장관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폴란드 접경 지역에서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회동하고 있다.
메릭 갈랜드(왼쪽) 미 법무장관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폴란드 접경 지역에서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회동하고 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이 21일 우크라이나를 사전 공지 없이 방문하고 '전쟁범죄 책임팀(War Crimes Accountability Team)' 출범을 발표했습니다.

법무부 측은 이날 갈랜드 장관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 폴란드 접경 지역에서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회동했다고 밝히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를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갈랜드 장관은 이날 '전쟁범죄 책임팀'을 공식 발족시켰습니다.

이 조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잔학 행위 연루자를 식별·체포하고 기소를 돕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법무부 측은 "인권 유린과 전쟁범죄, 다른 가혹행위에 관한 조사에 있어 부처 전문가를 규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전쟁범죄와 관련된 작전 도움과 형사소추 조언, 증거 수집, 포렌식, 관련 법률 분석 등 광범위한 기술적 지원도 이 조직을 통해 미국이 제공합니다.

그밖에 종군기자 살해와 상해 등 미국의 사법 관할권에 드는 사건에서도 이 조직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 로젠바움 책임고문 임명

갈랜드 장관은 이날(21일) 일라이 로젠바움 전 법무부 특별수사국(OSI) 국장을 전쟁범죄 책임고문으로 임명해, 새로 출범한 조직을 이끌고 미국 정부 부처들의 관련 활동을 조율하도록 했습니다.

로젠바움 고문은 법무부에서 36년 경력을 갖춘 인물로서, 전쟁범죄 수사에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힙니다.

특히 미국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던 나치 전범을 색출해 추방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요 언론이 '나치 사냥꾼(Nazi hunter)'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로젠바움 고문은 또한, 일본 전범을 뒤쫓고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밝히는 활동도 활발히 펼쳐왔습니다.

지난 2000년 9월 미 하원에서 열린 위안부 생존자들에 대한 인권상 시상식장에서 "일본 전범은 진작에 처벌받아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기왓장을 들춰내듯 철저히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전범이 숨을 곳은 없다"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21일) "전쟁범죄자에게 숨을 곳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 법무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와 기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모든 방안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국내외 파트너와 함께 법무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고문, 다른 심각한 위법 행위에 연루된 모든 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법무부는 이 밖에 우크라이나와 다른 나라에서 러시아의 불법 자금 활동과 제재 회피 업무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1만 6천 건에 달하는 전쟁범죄 행위를 조사 중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 바이든,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 부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유럽 순방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진 않을 것 같다고 20일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유럽에 가는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번 여행에서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상황에 따라 다르다(That depends)"면서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더 많은 어려움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G7 정상회의는 오는 26일~28일 독일에서 열리고, 이어서 나토 정상회의가 28~30일 스페인에서 진행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 거의 한 주에 서너번 꼴로 대화해왔다"면서, 이번에는 "독일에 갔다가 스페인에 가고, 그러고 나서 이스라엘에 갔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간 뒤, 아마도 곧바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개전 한달째였던 지난 3월, 이웃나라 폴란드에서 상황을 점검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하고 우크라이나 상황 대응에 관해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다짐했습니다.

또한 폴란드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아울러 바르샤바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을 만나, 현지 군사·외교·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브리핑 받았습니다.

■ 미국 외교·국방 수장 현지행

미국 외교·국방 수장들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가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습니다.

당시 회동에서 무기를 비롯한 군수품 공급과 폭넓은 외교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어서 5월에는,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바이든 여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환담하고, 피란민들을 수용 중인 현지 학교 등을 둘러봤습니다.

■ 우크라이나 EU 가입 가능성 "매우 높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것으로 확신하는지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20일 밝혔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 부여를 권고했습니다.

오는 23일부터 이틀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후보국이 됩니다. 그 뒤 정식 회원국이 되기위한 본격 협상에 들어갑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밤 영상 연설에서, EU 후보국 지위를 확정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후보 자격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게 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미 우리가 EU의 일부라는 점을 우리는 매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할리우드 배우 벤 스틸러, 크이우·이르핀 방문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벤 스틸러 씨가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스틸러 씨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귀하는 나의 영웅"이라며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세계 각국과 주요 기관에 화상 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한 것을 두고 "귀하께서 국가와 세계를 단결시킨 것은 정말 놀라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곳에 와보지 않았다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틸러 씨는 "전쟁 소식을 TV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었지만, 오늘 아침 이르핀(민간인 피해 현장)에 다녀와 보니 실제로 보고 느끼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잊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하다"고 영어로 화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코미디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틸러 씨는 세계적인 코미디 배우이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 시트콤 '국민의 종'에서 대통령 역을 맡았다가 인기를 얻어 실제 대통령까지 당선됐습다.

스틸러 씨가 이날(20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훌륭한 연기 경력을 그만뒀다"고 말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며 웃었습니다.

■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스틸러 씨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유엔이 정한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자격으로 이뤄졌습니다.

스틸러 씨는 지난 18일 폴란드에 도착해 우크라이나에서 넘어온 피란민들을 만났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입국해, 크이우 근교 도시 이르핀에서 민간인 피해 현장 등을 둘러봤습니다.

스틸러 씨는 성명에서 "강제로 (집을) 떠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은 전 세계의 공동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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