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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환자 급감 연일 보도...전문가들 "민생 악화 속 민심 동요 차단 선전전"


지난달 23일 북한 평양 시내 약국 관계자들과 함께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약품 공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23일 북한 평양 시내 약국 관계자들과 함께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약품 공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크게 줄었다며 방역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민생 악화와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선전전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인용해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북한 전역에서 2만3천여명의 발열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 신규 발열자 수가 사흘째 2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또 지난 4월 말부터 전역에서 발생한 발열 환자는 총 458만여명이며 이 중 99%가 완쾌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5일 기준 누적 사망자는 73명이며 이에 따른 치명률은 0.002%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신규 발열 환자 규모는 지난달 15일 40만 명에 가깝게 급증하며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큰 감소세를 보여 현재는 2만 명대까지 줄었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더라도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면서 발열자가 줄었을 수 있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원천적으로 배제된 점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 전파력 자체가 수그러든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망자 통계는 이해할 수 없는 수치라며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시스템 부재와 북한 당국의 의도적인 보도 통제 등이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방역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 상황을 “돌발적인 중대고비를 거쳐 봉쇄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봉쇄와 박멸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 매체들의 연일 발열자 수 보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을 선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그전엔 환자가 없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할 순 없는 거죠. 실제로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인원 수를 그렇게 줄이고 완치율도 높고 그렇게 되면 그거 자체론 북한 주민들이 그런 보도를 봤을 때 역시 우리 지도자가 대단하다 그런 쪽으로 하면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죠. 그러면서 이제 불안정한 내부 정세를 안정화시키는 그런 효과도 있죠.”

북한은 당 전원회의 이후 경제 발전에 국가역량을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 전원회의에선 농사와 소비품 생산 그리고 살림집 건설 사업 등을 올해 경제 과업 중 급선무로 언급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 위원장이 봉쇄 중심의 방역 정책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당면한 민생문제와 건설 등 치적사업을 챙겨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국가동원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김정은의 제일 난제는 코로나도 시급하지만 기존의 국가동원력을 유지해서 자기가 추진했던 평양시 1만세대 등 주요정책을 추진하고 당면해선 농사를 지금 잘못하면 현재 상황에선 최악의 상황이 예상이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한편에선 농업에 집중하면서 자기가 추진했던 건설도 일정대로 가야 하겠고 이게 지금 차질을 빚으니까 그런 부분에 지금 대처를 하는 거죠.”

신종 코로나 방역의 여파로 북한 주민의 생활고는 한층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평양과 신의주, 혜산 등지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가격이 약 2주일 전보다 많게는 6~7% 올랐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6월을 전후해 봄 작물들이 나오면서 쌀과 옥수수 가격이 다소 하락하는데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이동통제와 봄 가뭄이 겹치면서 주요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역 간 이동도 계속 금지되고 있어서 원래는 6월, 지금쯤 되면 그래도 감자, 밀, 보리도 나오고 해서 춘궁기가 해소되는 것이 가격에 반영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는 것들로 봐선 현재의 봉쇄가 봄철 작물이 나와도 그게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가 못되지 않나...”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난달 29일 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김 위원장이 방역 완화를 시사한 이후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서 방역 통제가 크게 완화됐지만 이는 방역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상당수의 아사자 발생 등 내부 불안 요인이 표출되면서 취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장마당에서 파는 해열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이를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있는 탈북민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달라는 연락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 당국이 내부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조치들에 나서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내부불만, 왜냐하면 전원회의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배격이 강조됐고 바로 직후에 열린 비서국 회의에서도 체제결속과 규율강화가 핵심의제였거든요. 또 전원회의 인사에서도 공안라인이 전진배치됐고 그렇게 보면 지금은 방역성공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이동통제를 완화해야 하는 그런 상황으로 봐야 되는 거고요.”

한편 ‘노동신문’은 16일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황해남도 일대에 가정 내 ‘1호약품’을 기부했다고 전하며 이들이 약품을 살펴보는 사진을 1면에 대대적으로 실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 김 위원장 핵심 측근들도 가정용 의약품을 같은 지역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절박한 김정은 위원장의 민심 이반을 달래기 위한 이미지 정치이면서 약품과 치료 시스템이 붕괴된 현실을 보여주는 정말로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돼 의약품 조달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일대에 급성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고질적인 식량난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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