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 북한자산 추가 열람 요구…3천만 달러 회수 여부 주목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돌아와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 재무부가 동결한 북한 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이 이를 승인함에 따라 약 3천만 달러로 알려진 북한 자산을 회수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자산 공개와 관련한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미 법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해외자산통제실은 9일 제출한 요청서에서 지난 1월 3일 오토 웜비어의 부모 측이 특정 자금의 이체 정보를 요청하는 소환장을 발부했고, 해외자산통제실은 해당 정보공개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같은 정보공개가 자칫 미국의 ‘영업비밀법(trade Secrets Act)’에 대한 위반일 수 있다며 미 법원이 이에 대한 ‘보호명령’을 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인이나 기관의 은행 계좌나 자금 이체 정보는 영업비밀법과 더불어 ‘금융비밀보호권리법(Right to Financial Privacy Act)’, ‘그램-리치-브릴리법’ 등에 의해 제 3자에게 공개가 제한되지만, 미 법원은 ‘보호명령’을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베럴 하월 판사는 요청서가 접수된 당일 ‘보호명령’을 승인했습니다. 다만 정보 공개는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과 재판부, 그리고 이번 사안의 관련자들로 제한했습니다.

앞서 웜비어 부모인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 씨는 북한 당국의 고문으로 아들이 사망했다며 2018년 4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약 5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5억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과 관련해 최근 해외자산통제실이 이체한 자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이에 대한 소유권 주장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테러범 자산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내에 동결된 북한 자산이 3천169만 달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 자산이 어떤 형태로 묶여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이번 ‘보호명령’을 통해 웜비어 씨 부부가 이 자산에 대한 회수 노력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웜비어 씨 부부가 법원의 보호명령을 토대로 북한 자산에 대한 정보 파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2019년부터 매년 법원으로부터 보호명령을 받아 웜비어 씨 측에게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또 2020년 5월에는 미국 웰스파고와 JP모건 체이스, 뉴욕멜론 은행이 보유한 북한 자금에 대해 보호명령이 내려졌는데, 이를 통해 이들 3개 은행에 북한 관련 자금 2천379만 달러가 예치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웜비어 씨 부부는 2020년 11월 미국 뉴욕주 감사원이 보관 중인 북한 자금에 대해 보호명령을 받아냈는데, 이를 통해 해당 자금이 조선광선은행 소유의 24만 달러라는 사실을 밝혀내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올해 2월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이 보유한 특정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법원에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구체적인 제출 배경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페이팔이 보유한 북한 자금 혹은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된 제 3자의 자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웜비어 씨 부부는 북한 정권에 대한 승소 판결 이후 북한 자산 압류와 의회 로비활동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북한 정권을 계속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 1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토에게 한 짓은 실책”이라면서 “이는 정치의 밑바닥에 그저 묻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한 미국인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