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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사작전 계속, 적십자 공격...젤렌스키 "우리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적십자 건물이 폭격으로 파괴돼있다. (위성사진: 맥사테크놀로지 제공)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적십자 건물이 폭격으로 파괴돼있다. (위성사진: 맥사테크놀로지 제공)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와의 정전협상 5차 회담 내용을 검토한 결과, 최종 합의로 가는 돌파구를 보지 못했다고 30일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30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잘 정리된 문서를 주긴 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를만한 어떤 약속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현안들을 정리해 제출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나머지 부분에서는 아직 유망하다거나, 돌파구처럼 여길 것은 보이지 않아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한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반도)에 관해 "러시아의 일부"라고 강조하고 "러시아 헌법은 우리 영토의 운명을 다른 누구와 논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틀로 예정했던 5차 회담이 전날(29일) 하루만에 마무리된 것에 대해서는 "회담이 짧았던 것은 아니"라며 "양측 대표단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회담과 관련된 자세한 경과를 러시아 대표단장이 발표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비공개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날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와 북동부 체르니히우 일대에서는 이날(30일)도 폭격과 공습이 계속됐다고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전했습니다.

또한 미콜라이우를 비롯한 거점 도시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 마리우폴 적십자 시설 폭격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적십자 건물이 폭격에 파괴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류드밀라 데니소바 인권감독관은 30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적십자 건물을 공격했다"고 밝혔습니다.

데니소바 감독관은 "적(러시아)군이 흰색 바탕에 붉은 십자가 표시가 있는 건물에 발포했다"며 "적십자 표시는 이곳에 부상자나 민간인 또는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현장 영상과 함께 관련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 젤렌스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을 통해 "아무리 아름답게 꾸민 말이라도 우리는 믿지 않는다"면서 "전장에서는 실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땅의 1m와 우리 국민 한 사람까지 지켜내기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시간동안 통화했다"고 밝히고 "5억 달러 추가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방위가 전환점을 맞았다면서, 무기 지원 확대를 호소했습니다.

■ "목표 달성 시까지 군사작전 계속"

러시아 국방 당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9일 진행된 현안 점검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반적으로 1단계 주요 과제는 완료됐다"고 밝히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이제는 돈바스 해방이라는 작전의 주요 목표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목표들을 달성할 때까지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서는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분리독립을 선언했고 정부군과 내전을 벌여왔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루한시크와 도네츠크 위치. 아래 주황색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루한시크와 도네츠크 위치. 아래 주황색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쇼이구 장관은 이날(29일) "특정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항공기 등을 지원하려는 의도와 관련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실행될 경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같은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현재 포위 중인 마리우폴, 그리고 루한시크와 도네츠크를 잇는 남동부 권역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인 순진하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정전협상을 신중하게 관리하겠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협상(5차회담)에서 들려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신호가 있다고 해서 폭발이나 러시아군의 공격이 잠잠해지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인은 순진하지 않다"면서 "34일 동안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침공과 과거 8년간의 돈바스 전쟁을 거치며 우리는 '확실한 결과'만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진행중인 상황을 볼 때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뿐 아니라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인근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 축소 발표를 믿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 합동 참모본부는 이날 러시아 지상군이 크이우와 체르니히우 인근에서 퇴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우크라이나) 군 지휘부의 오판을 유도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정부 신중한 태도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협상 5차 회담 직후,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크이우와 인근 북동부 접경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 행동을 "급격하게 줄일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전쟁을 종료할 실제적인 진전으로 이어지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부와 그밖의 지역에 관해서는 러시아 대표단 측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군사 행동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북부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잇따라 점령지를 탈환하면서, 전황이 러시아군에 불리하게 진행되는 곳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 측의 실천을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습니다.

■ '첼시 구단주' 정전협상 참가

한편,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팀 '첼시' 구단주로 유명했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협상 5차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대표단 분과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회담장에서 포착된 것은 처음입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날(29일) 회담 시작 전 환영사를 위해 현장을 찾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환담하기도 했습니다.

회담이 개시된 뒤에는 줄곧 통역용 헤드폰을 쓰고 대화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옆자리엔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궁 대변인이 앉았습니다.

2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협상 5차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운데 왼쪽).
2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협상 5차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운데 왼쪽).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인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특권층)'의 대표적 인물이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입니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습니다.

이같은 인맥을 바탕으로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를 오가면서 협상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재자로 나선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를 보류해 달라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브라모비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랐고, 최근 EPL 이사회가 첼시 구단주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첼시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매각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을 위해 쓰겠다고 아브라모비치는 밝혔습니다.

영국의 대 러시아 제재와 첼시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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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8일,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에서 이동해 크이우에서 우크라이나 국회의원들을 만난 직후,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을 호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안구 충혈·통증과 함께 아브라모비치의 피부가 벗겨지는가 하면,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잃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세가 생화학 무기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이 신문에 밝혔습니다.

해당 공격이 "협상에 반대하는 러시아 강경파 연관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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