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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한일 '대북 공조' 의지 확인...구체적 '대응조치' 없고 제재 '입장차' 드러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왼쪽),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2일 호놀룰루에서 공동 회견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왼쪽),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2일 호놀룰루에서 공동 회견을 했다.

미한일 3국이 지난주 하와이에서 모여 북한 문제를 논의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3국의 대북 공조 의지가 공개적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조치가 나오지 않았고, 대북제재 측면에서 미국, 일본과 한국 사이에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한일 외교장관회담,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은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한일 외교 당국자들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였습니다.

3국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도 거듭 확인했습니다.

과거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전직 국무부 관리 등은 이번 회동에서 미한일 3국의 대북 공조와 협력 의지가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을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북 조치가 발표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미한일 ‘단일대오(united front)’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4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하와이 협의가 증가하는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결속과 결의를 보여주는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Despite obvious friction between Seoul and Tokyo on other matters, on North Korea the two countries and the United States made clear they are concerned about the direction that Pyongyang is heading and signaled their preparedness to take steps to deal with the DPRK's challenge.”

“다른 사안들에 대한 한-일 간 마찰에도 불구하고 미한일 세 나라가 북한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북한이 제기하는 도전을 다루기 위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했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한일 세 나라가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하고 현재 위기를 해결하는 최상의 방법으로서 외교에 집중한다는 의향은 천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선의와 함께 이견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준비가 돼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런 견해를 공유하는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북한은 ‘긴장 고조’ 접근법을 아직 끝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만큼 “의심할 여지없이 세 나라는 북한이 위협을 더욱 확대할 경우 다음 단계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2일 미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대북 독자제재 지정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에 책임을 물릴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일본, 한국 국민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매우 긍정적이고 외교적인 발언이 있었지만 가시적인 결과는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에서 미한일, 미한,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했다. 사진: 일본 외무성.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운데)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에서 미한일, 미한,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했다. 사진: 일본 외무성.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동에서 “북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북한의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규탄, 3국 협력의 공동 견해 등이 강조됐지만, 각국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추가 제재 이행, 최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MB)과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응 조치 등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대북 접근에서도 분명한 이견이 나타났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꼬집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And also, there were clear differences between Washington and Japan on one hand and South Korea on the other, both Tokyo and Washington. highlighted the necessity of all nations fulfilling the requirements of the UN resolutions and the subsequent sanctions enforcement.”

미국과 일본은 모든 나라가 유엔 결의와 그에 따른 제재 이행을 완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한국은 제재 이행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 없이 대화와 외교를 강조했다는 지적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면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한국이 원하는 것 사이에 견해 차이가 계속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이견이 향후 ‘대화 국면’ 등으로 들어설 경우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석좌를 맡고 있는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 교수는 “3국 모두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현재 대화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른바 ‘단일대오’에 대한 즉각적인 도전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 조짐을 보이고,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평양에 선제적으로 양보할 것인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할지 등을 놓고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앤드류 여 교수] “But if North Korea showed signs of coming back to talks, and depending on who wins the ROK elections in March, we might find some differences among the three countries in whether to offer any concessions to Pyeongyang upfront, or whether to see North Korea make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first.”

한편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한국담당 국장은 미한일 3국이 “대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합의를 이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북한이 수용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국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일치된 메시지와 억지 조치가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회동이 외교 당국의 모임인 만큼 억지 조치에 대해 많은 강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think that it's safe to say that deterrence has got to be and probably was a focus of discussion. It's also true that those are the kinds of measures that you don't necessarily announce publicly.”

또 억지력이 논의 주제였겠지만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할 성격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미국이 북한을 향해 더욱 높은 수준의 대화 의지 신호를 보낼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가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가 이번 회동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며 “가시적인 추가 행동 여부는 각국 논의 결과, 또 각 나라가 북한 문제를 얼마나 긴급한 관심이 필요로 사안으로 인식하느냐 정도에 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이번 회동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북 정책에 어떤 이견도 없다는 점을 북한과 중국 등에 강조한 것 외에는 특별한 진전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때 서울은 북한에 대해 더욱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워싱턴에 압박했고, 한국과 일본은 항상 반대할 이슈를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화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한일이 북한 이외에 국제 현안에서도 한목소리를 낸 것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 타이완해협 안정과 평화에 대한 지지, 법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의 중요성 등 다양한 대외 현안에 대해 미한일 3국이 한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역내와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친구와 동맹, 파트너가 연대와 공동의 목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러시아와 북한, 중국이 이런 가치 있고 시의적절한 연대를 주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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