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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만리장성 건설 “탈북민들에게 추가 재앙…탈북 방식 근본적 변화 전망”


중국 선전과 홍콩 사이의 철조망. (자료사진)
중국 선전과 홍콩 사이의 철조망. (자료사진)

중국이 거의 5천km에 달하는 남부 국경에 이른바 ‘남부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장벽을 계속 세우고 있어 탈북민들과 지원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지대가 탈북민들이 한국 등 자유 세계로 가기 위한 핵심 경로이기 때문인데,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탈북민 구출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최근 중국 정부가 4천 800km에 달하는 방대한 남부 국경 지역에 계속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당국의 공식 자료들과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높이가 최대 3.6미터에 달하는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센서가 남부 국경지대에 설치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이를 “남부 만리장성”으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표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내세우지만,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 이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국경 전반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권위주의 통치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이 신문은 중국이 남부뿐 아니라 몽골 등 북부 접경 지역의 철책도 더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여러 서방 매체도 ‘남부 만리장성’ 프로젝트가 코로나와 마약 불법 거래 등 밀수 방지, 불법 이민자 차단 목적도 있지만, 위구르족 등 국내 반체제 인사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핵심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을 종단해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과 미국 등 자유 세계로 가는 탈북민들에게도 큰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지원단체인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10일 VOA에, 남부 만리장성 움직임은 이미 1~2년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며, 코로나 상황이 풀려도 탈북민들의 이동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북한을 어렵게 빠져나온다고 해도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동하는 게 대부분 밀림으로 가는데 이런 부분이 가면 갈수록 어렵지 않나. 이제는 중국에서 오는 방법 자체가 쉽지 않겠다는 우려가 듭니다.”

김 목사는 북부 몽골 접경 지역도 철책을 이중으로 세우고 열 감지 카메라 설치를 늘리고 있어 이동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도 중국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 방역 조치로 전자 신분증과 백신 접종 확인서 없이 국내 이동이 힘들고, 탈북민 10명 중 7~8명이 애용하던 남부 접경 지역도 경비가 강화되면서 “탈북민 상황은 역대 최악 중 최악”이라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중국 남부 지역에서 밀입국하는 동남아 국가 출신 불법 이민자들은 중국 당국에 체포돼 본국으로 송환돼도 큰 부담이 없지만, “탈북 난민들은 생명을 감수해야 한다”고 김 목사는 지적했습니다.

지난 10년 이상 탈북민 2천여 명의 한국 망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W 씨는 이미 여러 악재로 중국 남부 지역의 탈북민 이동망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로커 W 씨] “좀 더 가면 더 하기 바빠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중개비가) 2천만 원 소리 나오는데,”

이동은 더 위험하고 브로커는 줄면서 탈북민 1명이 동남아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국 남부 K 도시에서 태국까지 가는데 10만 위안, 미화로 1만 5천 달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전 북-중 접경 도시에서 태국까지 1인당 2~3천 달러면 갈 수 있었던 전례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이런 이유로 중국 북부 지역에서 이동을 못 한 채 정체돼 있는 탈북민들이 적어도 수백 명에 달하고, 북한의 가족을 구출해 달라고 단체에 호소하는 한국 내 탈북민들도 적지 않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통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올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까지 20여 년 동안 매년 평균 1천~2천 명 이상을 유지하던 한국 입국 탈북민은 2020년에 229명, 지난해는 63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아울러 제3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해 4명에 그쳤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비욘드더바운더리’(Beyond The Boundary) 이영석 사무국장은 “김정은의 국경 봉쇄 조치가 2년이 넘으면서 한국 내 탈북민이 북한 내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도 대폭 올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석 국장] “전화 연락하는데 전부 다 힘들다! 돈 좀 보내 달라! 데리고 가달라고 요청하는데 안 되고 있어요. (송금 수수료도) 평균 50%를 뗍니다.”

이는 세계은행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밝힌 세계 평균 송금 수수료 6.3%와 비교하면 거의 8배 비싼 것으로, 세계 어떤 나라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또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해 탈북민 407명을 조사해 12월에 발표한 1회 평균 대북 송금액 1천 700달러를 북한에 보낸다고 가정하면 북한의 가족 손에 들어가는 금액은 850달러밖에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김성은 목사는 “가족이 북한 내륙에 있으면 중간에서 떼이는 비율이 60~70%가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에 따라 사기 행위도 늘어 “탈북민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녹취: 김성은 목사] “일부 브로커가 자기 수입원이 떨어졌잖아요. 그러다 보니 참 애매한 게 탈북자가 탈북자에게 사기 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겁니다. 나는 데려올 수 있어. 나는 확실해. 이렇게 해서 착수금 몇백만 주면 일을 시작한다고. (나중에)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북한에 보냈다! 그럼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거예요. 그런 것 때문에 저희 교회에 많이 오세요. 이렇게 당했다.”

지난 20여 년간 탈북민 구출·지원 활동을 펼쳐온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과거 독일 분단 이후 통일 전까지 서독으로 탈출한 동독 주민이 거의 5백만 명에 달해 통일에 기여한 것과 비교하면 3만 3천여 명에서 정체 중인 탈북민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존의 탈북민 구출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의 첨단 감시 장비와 신분증 검색을 극복하고 고비용 소규모로 탈북민을 보다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소량은 되겠지만 아주 특별한, 지금까지 얘기한 탈북 루트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란 것은 확실해요. 꼭 데려올 사람은 데려와야 하는데, 방법 자체가 여러 가지로 많이 진화할 것 같아요.”

김성은 목사 등 일부 단체 관계자들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라며 “국제사회가 중국을 설득하고 압박해 탈북민들이 합법적 난민 지위를 받도록 하는 게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물론 한국 정부마저 중국과 러시아 내 탈북민 보호에 매우 소극적이거나 적대적이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 ‘조선일보’는 최근 한국 외교부가 중국 내 탈북민을 돕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옥살이했던 한국 사업가에 대해 ‘국위 손상·밀입국 범죄 행위’를 했다며 여권을 무효화하고 발급을 제한한 데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 가운데 하나인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주 한국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한국 영해로 들어온 북한 남성 2명을 중범죄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북송해 이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를 부인하고 국제 강제송환 금지 원칙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 당국자는 그러나 9일 외신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안전과 신속한 이동에 대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인권기록 조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그러나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은 사실과 큰 차이가 있다며, 국제사회가 생명 보호 차원에서 남북한과 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이나 남한이나 중국 모두 탈북민들이 탈출하는 길을 다 막아버리는 상황 또는 돕지 않는 상황이 앞으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게 되면 이것은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북한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생명이 정말 소중한데, 목숨 걸고 나오는 사람들이 살아갈 길이 없다, 이 절망적인 상황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방기할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사회가 이를 굉장히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문제로 삼고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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