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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탈북민 보호와 북한인권 단체 지원에 한국 정부 역할 중요"


지난 2007년 5월 태국 치앙라이주 치앙사엔 경찰서에서 제 3국 행을 기다리는 탈북민들. (자료사진)
지난 2007년 5월 태국 치앙라이주 치앙사엔 경찰서에서 제 3국 행을 기다리는 탈북민들. (자료사진)

유엔이 제3국 내 탈북민 보호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망명 의사를 밝힌 탈북민은 국제 강제송환 금지원칙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북송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설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2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의 프레스센터에서 ‘2021 북한인권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마도카 사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인권담당관은 첫날 토론에서 제3국 내 탈북민 상황과 강제북송에 우려를 나타내며 한국 정부의 지원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사지 인권담당관] “ROK has an important role in supporting people escaping from the DPRK…”

탈북민들은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우려가 있고 국제난민법과 인권법은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지 담당관은 특히 “제3국 내 탈북민이 체포된 경우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이들의 북송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3국 내 탈북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사지 인권담당관] “Sometimes when they are arrested, direct intervention from the Republic of Korea could help prevent their repatriation. I know that the Republic of Korea continues to work on it, but I think it should also continue to find ways together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protect North Korean escapees in third countries.”

유엔 인권담당관이 한국 국가 기구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탈북민 보호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제76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정기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북한에서 제3국으로 탈출한 탈북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남북 관계 개선과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 체류자로 여겨 북송을 지속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 등 민감성을 고려해 탈북민 구출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마도카 사지 인권담당관은 또 이날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해 “한국 내 북한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수립에 참여해 이들의 입장이 자세히 반영되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엔 주요 특별보고관들은 앞서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과 탈북민 단체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사무조사와 대북전단금지법 처벌 등의 조치에 대해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공개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바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특히 지난해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내 인권 상황과 한국 내 탈북민 정착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사무검사 및 행정감사를 중단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며 시민사회공간을 보호할 수 있는 수용 가능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고 권고했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노체인’ 등 여러 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VOA에,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남북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보는 한국 정부의 입장 때문에 많은 단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미국 정부와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지원이 없으면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지 유엔 인권담당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단체들의 구체적 상황을 언급하지 않은 채 퀸타나 보고관이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사지 인권담당관] “Engage with civil society organizations with a view to enabling victims, families, escapees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to continue their efforts on fighting impunity, and supporting peace building and access to information.”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피해자와 가족, 탈북민, 시민사회단체가 불처벌(impunity)에 맞서 싸우고 평화 구축과 정보 접근 지원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지 인권담당관은 북한 인권 관련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 노력과 대북 관여를 통한 인권 증진 등 ‘투 트랙’ 접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편 30일 속개된 이틀째 회의에서 백범석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은 국제 원칙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 예외 조항이 없다며, 한국 정부는 한국행 의사를 밝힌 어떤 북한 주민도 북한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범석 위원]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난민지위협약상의 강제송환 금지원칙과 달리 예외 조항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대상이 난민일 필요도 없고 그냥 인간이면 다 적용받게 됩니다.”

백 위원은 한국의 헌법과 출입국관리법, 북한이탈주민법 등 국내법 역시 망명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정부가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범석 위원]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송시켰다면 이는 국내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겁니다…설사 간첩으로 발각되더라도 우리 국민으로서 국내에서 처벌하고 간첩이 무사히 잠입했음에도 추후 심경 변화가 생겨 귀순 의사를 표시하면 그 의사를 존중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 나아가 설사 탈북 동기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로부터 도피라 하더라도 그것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헌법 및 관련 국내법에 따른 국가 실행이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지역에서 나포된 뒤 한국에 망명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조사한 후 이들이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알려져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당시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한국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위협,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적법 절차 없이 북송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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