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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베이징올림픽 불참" 중국에 서한...정부 대표단 파견도 안할 듯


지난 2012년 7월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7월 영국 런던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5일 중국 측에 편지를 보내 다음달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물론 정부 대표단 파견 가능성도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올림픽위원회와 체육성이 지난 5일 중국 올림픽위원회와 베이징동계올림픽, 그리고 장애인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중국 체육총국에 편지를 보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편지에서 “적대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상황으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지만 성대하고 훌륭한 올림픽 축제를 마련하려는 중국 동지들의 모든 사업을 전적으로 지지,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0 도쿄올림픽 불참에 따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로 그렇지 않아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을 거론하며 불참을 공식화한 겁니다.

IOC는 지난해 9월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으로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대회 참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올해 말까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을 정지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다만 올림픽 불참이 불가피한 사정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중국과의 친선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은 편지에서 “중국의 체육기관들과 체육인들과의 친선적인 교류와 협조, 왕래를 보다 강화함으로써 전통적인 조-중 친선의 강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편지는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5일 중국 국가체육총국 간부를 만나 전달했습니다.

이는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행위가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켜 결과적으로 인류의 잔치에 재를 뿌렸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사일 발사가 자위력 강화 차원의 정당한 주권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에 양해를 구한 행동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입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을 고려하지만 자기들 일정표대로 가는 나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당일 날 서한이 갔다는 게 정치적 복합셈법을 갖고 했다고까지 생각되진 않아요. 다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엔 아마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선수단 파견은 물론 정부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도 희박해졌다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때 출전선수가 없음에도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파견한 전례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엔 신종 코로나 상황이 가장 큰 불참 이유라며, 신임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아직까지 부임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 대표단 파견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리진쥔 대사도 12월 말 6년 9개월만에 중국으로 귀국했고 후임인 왕야쥔 대사는 2021년 2월에 이미 임명됐거든요. 근데 부임한다는 동향도 전혀 없거든요. 그렇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이고 대표단이나 뭐 물리적 교류를 하긴 쉬운 상황이 아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최근 열린 당 전원회의 결과에서 북한이 대외관계 측면에서 당분간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임을 예고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외교적 차원에서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올림픽 성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미국과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우방국인 중국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미 대남 정책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은 기존 정책을 당분간 이어가면서 유연성을 가미하겠다는 그런 입장으로 봤잖아요. 유연성의 계기는 3월 9일 한국 대선이나 그 이후가 될 것이고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에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특별한 외교적 계기로 활용하긴 어렵겠다는 자체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봐요.”

이에 따라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 간 회동은 물론이고 고위급 교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차덕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편지 전달 시점이나 의도 등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베이징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이 사실상 합의됐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던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미국이 종전선언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의 기대에 호응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전략무기를 1차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대남 관련해서도 쉽게 뭔가 대화라든가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는 쪽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김정은이 베이징 행을 통해서 뭔가 이벤트를 만들 가능성은 애초부터 그리 높지 않았다고 봐야겠죠.”

신범철 센터장은 한국 정부 내부에서도 베이징올림픽을 종전선언의 동력으로 삼으려던 구상이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국과의 관계 관리 차원에서 장관급 정도의 올림픽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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