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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한국 대통령 "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해"...전문가 "미 대북 제재로 종전선언 타격"


문재인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문재인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추가 제재하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 성사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주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재인 한국 대통령]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를 권유를 받은 바 없고 한국 정부도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고위 당국자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 동맹국인 영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했습니다. 일본도 보이콧에 동참하되 올림픽위원회 회장만 파견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입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며,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의 중요성이 한가지 더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종전선언 유관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 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해 주권국으로서의 호주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중국과 대만 간 양안관계가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오커스의 양안관계 개입 움직임에 거리를 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모리슨 총리는 “중국이 오판하는 상황이 생기면 한국도 중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역내에 깊이 관여하는 국가로서 인도ㆍ태평양 국가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오커스를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한국에 대해 ‘유사입장국’이라는 표현을 써 우회적으로 자신들과 함께 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중 전선에 거리를 두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전쟁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종전선언 참여 의지를 밝혀 온 중국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데 중국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지금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에 대해서 우려하는 바 즉 북한이 요구한 실질적 조치가 빠진 종전선언을 북한이 받지 않으면 이게 완전히 무효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종전선언안을 북한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국의 입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10일 인권문제를 명분으로 중국은 물론 북한에 대해 제재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으로선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으로부터의 첫 제재 조치였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최근 북한이 군사행동과 같은 이렇다 할 도발행위를 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이번 조치의 주된 표적은 중국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인권문제를 고리로 추가 제재를 함으로써 종전선언 추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인권문제도 적대시 정책 일환이라고 북한이 과거 주장한 바 있는데 그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 이런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종전선언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려면 시기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권 문제와 관련한 제재는 부정적 방향으로 상황을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관여를 통한 북핵 해법을 추구하면서도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이 대화를 계속 거부할 경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인센티브를 주든지 아니면 압박을 강화하든지 둘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제재와 압박은 유지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니까 아마 그 첫 단추를 꿴 것 같아요, 제재 쪽으로. 그러니까 만일 대화 국면이 계속 열리지 않으면 향후에도 제재는 강화가 되겠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인권문제를 고리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사실상 최고 지도자를 겨냥한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권 제재가 취해지면서 종전선언을 둘러싼 문 대통령의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의 인권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을 종합할 때 이제는 미국 보다는 중국 쪽으로 같이 움직여서 어떻게든지, 이게 종전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를 하겠다,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거죠.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거죠.”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자국법에 근거해서 취한 조치에 대해 논평할 사안은 없다”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북한 인권의 증진을 균형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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