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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과 4년 반 만에 외교차관 전략대화..."북한 대화 견인 중국 역할 기대"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 (자료사진)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 (자료사진)

한국과 중국이 4년 반 만에 가진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종전선언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3일 화상으로 전략대화를 가졌습니다.

두 나라의 이번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2017년 6월 이후 4년 6개월여만에 열린 것으로, 양국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과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심도 있게 협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안정적 정세 관리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종전선언을 포함해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협의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측 발표에는 한국과는 달리 종전선언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 (자료사진)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 (자료사진)

양측은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기로 했는데, 한국은 정세 관리와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안정적으로 상황을 유지하도록 설득하고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데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미-중간 격화된 전략경쟁, 그리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전제조건을 내세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로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이 처한 미묘한 입장이 이번 전략대화에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중국이 과도하게 찬성하고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매우 어렵거든요. 북한이 어떤 입장인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되고. 그 다음에 한국 입장에서도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된 그런 모습을 너무 보이기도 어렵고 적절한 지지를 요청하는 수준에서 신중하게 자세를 취해야 되는 부분 이게 미묘하게 만나는 장이 이번 한-중 전략대화였다고 생각이 들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전략대화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측에 북한을 종전선언에 나서도록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한국 정부는 미-북, 남북대화 재개의 입구로 종전선언 성사에 전력투구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만 한다면 한국 정부는 그것으로 만족을 하겠죠. 한국 정부의 가장 우선순위는 남북관계이기 때문에 대미관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뭔가 작업을 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면 거기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한-중 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며,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한국과 거리를 뒀던 중국의 태도 변화가 뚜렷하게 읽힌다고 평가했습니다.

전 박사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종전선언을 추진하는데 미-중 경쟁구도를 일정 부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한데 부정적인 샌드위치적인 상황에 끼어있다고 보면 부정적 환경인데 이걸 다른 각도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이 굉장히 한국을 전략적으로 유인해내고자 하는 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판단됩니다.”

중국은 최근 들어 종전선언 참여 의지를 연이어 밝히면서도 한국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선 원칙적인 지지 이상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은 종전선언 문안 조율을 미국과 한국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자체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중 양측이 공개한 이번 전략대화 내용에도 그런 미묘한 입장차가 반영됐다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 한국을 최소한 중립지대에 남겨 놓기 위한 방편으로 종전선언을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합의를 했다면 그건 결국 정치적 선언이고 유엔사나 주한미군에 어떤 영향도 못 미치는 종전선언이잖아요. 그것은 중국으로선 별 관심이 없는 거죠. 오히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가지고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역이용해서 자신들의 베이징올림픽 위상 강화 또 한국을 가급적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립지대로 만드는 중국 나름대로의 외교적 아젠다를 달성하기 위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봐야죠.”

최종건 1차관은 이번 전략대화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해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방역·안전·평화의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참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중 양측은 양국 관계 발전에 정상급과 고위급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면 또는 비대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는 데 중국의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한국 정부와 미국과의 경쟁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중국이 조기에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홍민 박사는 한-중 간 최근 고위급 만남에서 비대면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이징올림픽 참석 여부에 따라 문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이달 말로 예고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의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가 주목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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