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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0년 '김정은주의' 등장...미 전문가들 "홀로서기" "경제난 속 우상화 강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행사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행사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 지도자와 구별되는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데 대해 ‘김정은 시대’가 공식 출범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데 대해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홀로서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김 위원장이)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8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는 ‘김정은 시대’로 완전히 전환됐으며, 이제는 김일성과 김정일에게서 정통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s really basically telling the people that the regime has fully transitioned to the Kim Jong Un era and that it’s now time to set aside Kim Il Sung and Kim Jong Il as sources of legitimacy for Kim Jong Un and he can establish his own legitimacy through his own actions.”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정권이 자신의 것이며, 정권의 권한과 지혜의 유일한 원천이 자신이라는 점을 언젠가는 선언해야 하는데 ‘김정은주의’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AP' 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윌슨센터 선임연구원도 “‘김정은주의’는 김정은 스스로의 정책을 확립했으며 성과를 냈음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 연구원] “It’s interesting because when he first emerged nobody knew who he was and so he had to lean so much on his grandfather and his father’s legacy. And the first song that came out was ‘Footsteps’. That was an ode to Kim Jong Un that showed you may not know this young man but he’s going to follow in the footsteps of his father and his grandfather. So now 10 years later the message is he can stand on his own.”

리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아무도 그를 몰랐고, 찬양가요 ‘발걸음’을 통해 이 젊은이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발걸음을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는데, 10년 뒤인 지금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 연구원은 “사실과는 별도로, 스스로 이룩한 성공과 유산을 통해 선대와 구분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집권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정치와 역사에서 김정은 시대의 공식 출범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 “I strongly suspect after ten years in power we are seeing the formal launch of the Kim Jong Un era in DPRK politics and history. We might term the last ten years(2011-2021) as kind of a Kim Il Sung Redux Era... As such PAD, the regime’s image makers, are going to boost the volume on Kim Jong Un’s leadership in a way we haven’t seen before.”

매든 연구원은 “지난 10년은 ‘돌아온 김일성 시대’였고, 이제 김정은 시대가 열린다”며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해 전에 보지 못한 정도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북한 정치체제의 절차를 조정했고, 국가 안보와 외교에서도 일부 성과를 냈기에 스스로를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수준으로 위상을 올릴 때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10년 전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로 뿌리를 처음 내렸는데, 이제 이 정권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김정은 지도부 영속성의 징후를 더 많이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 김 연구원] “Ten years ago, the Kim Jong Un regime planted its roots as N Korea’s new leadership. Now, this regime is here to stay, and we’re seeing more indicators of the Kim leadership’s permanence. I also see this as Kim, N Korea’s gesture of defiance. Given his young age and lack of experience, preparation in becoming the leader, Kim was initially met with skepticism and underestimation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fact, though, he’s proven to be quite the capable, ruthless dictator in just a short span of time.”

김 연구원은 또 “‘김정은주의’를 북한과 김정은의 (국제사회에 대한) ‘저항’의 신호로 본다”며, “국제사회는 젊고 경험 없는 김정은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과소평가했지만,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능력 있고 무자비한 독재자임을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경제난 속 김정은 우상화 작업 활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한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 작업이 활발했던 것도 집권 10년이라는 시기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리 연구원은 우상화 작업과 관련해 “주민들의 정서와는 별개로 정권 10주년을 맞아 정치선전 활동이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 연구원] “It’s quite a long time for the leader of any country to rule for 10 years, but he’s a young man who we expect to rule for many years. But that legacy, the mythmaking, the mythology has already been created around him. And they want to make sure to mark 10 years of his leadership in a big way.”

리 연구원은 “10년간 한 나라의 정상으로 통치하는 것은 꽤 긴 시간이데,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통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이"라며, “그의 유산, 신격화, 신화 만들기가 벌써 시작됐고, 북한은 그의 10주년을 크게 기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위인전인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책자를 펴냈고, 5월에는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를 공개했습니다.

이밖에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수척해진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인터뷰를 방영하는 등 북한 매체들은 한 해 내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기사들을 많이 내보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우상화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집권 10년은 물론 현재의 경제난을 꼽았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s part of this legitimacy process. I think it’s going to get heightened because of the situation N Korea is in. As long as N Korea is suffering the way that it is, he has to play the traditional politics in the regime… He has to really go back to the tricks of the trade of totalitarianism and one of those is to pump up your legitimacy artificially by idolization campaigns.”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우상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전체주의 체제의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수 김 연구원] “Consolidation of Kim Jong Un’s power and authority is ongoing and we can also read these developments as the Kim regime’s efforts to maintain control and demand loyalty from the people. These ‘mementos’ may be trite to the average N Korea, but from the regime’s perspective, it probably helps to preserve some level of obedience and order.”

수 김 연구원도 김정은의 권력과 권력 공고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기념품’들은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진부할지 몰라도 정권의 입장에서는 충성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 작업은 오래 전에 끝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든 연구원] “Kim Jong Un solidified his leadership as N Korea’s paramount leader and decision-maker quite a while ago... He is no longer riding on the fumes of the transition, regency from his father and he no longer needs to emulate his grandfather to make N Korean citizens feel nostalgic. I think that’s what his weight loss was mainly about. He can now be his own man.”

매든 연구원은 “김정은은 더 이상 아버지의 섭정과 과도체제에 의존하지 않으며,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할아버지를 모방할 필요가 없다”며 “이제는 자기 자신으로 통치할 수 있기에 살을 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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