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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미국 '적대정책' 비난...한국엔 "남북연락선 10월 초 복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시정연설을 하고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변한 게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거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선 다음달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면서도 향후 관계 회복 여부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인 29일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의 새 행정부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보여준 바와 같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자신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 특징”이라며 대미 전략적 구상 집행을 위한 전술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방과 관련해선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최우선적 권리이며 우리식 존립과 발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건설 목표’ 관철을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바이든 미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더불어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행동에 대한 ‘이중기준’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 전에는 적대시 정책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중적 태도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자신들의 첨단무기 개발의 필요성, 당위성 그리고 앞으로 계속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그 안에 다 담겨 있거든요.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그것을 쏘겠다는 건데 자신들은 그것을 쏠 테니까 한-미가 도발이라고 얘기하지를 말라. 특히 한국은 도발이라고 얘기하지 말라, 그러면 어떤 상황이 올 수 있느냐 하면 북한의 그런 탄도미사일, 불법적인 행동을 하면서 한국과 대화를 할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선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할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남북한은 앞서 지난 7월, 13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지만 북한은 2주 만인 지난달 10일 미-한 연합훈련 진행을 이유로 또 다시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 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한국 정부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미국과 한국이 도를 넘는 무력증강, 동맹 군사활동을 벌이며 한반도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남북한 충돌위험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다음달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 당 부부장의 2건의 담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 위원장의 발언 등 일련의 움직임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교착 상태 해소의 첫 걸음으로 통신연락선 복원을 원했기 때문에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표명한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7월 29일 북한에 공식 제안한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문제부터 협의할 것이며 이후 북한이 생각하는 의제의 우선순위와 입장이 있을 수 있으니 같이 협의하며 논의할 의제들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통신연락선 복원 같은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 정세 드라이브를 화해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을 하고 있다, 의지가 실려있다 라는 것을 반증한 것이고 김정은이 한 번 이렇게 정의를 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의지를 갖고 아마 정세 전환의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여지거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에 한국 정부가 유감 표명 수준의 반응을 보인 데 대한 우호적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향후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겠다고 한 언급은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기 하면서 자신들의 핵 무력 강화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앞으로도 이중기준 철회하고 적대정책 전선에서 이탈해서 우리 말 들어라, 그러면 당신들이 그리도 원하는 정상회담도 가능하고 종전선언도 가능하다, 그런 의지를 김정은이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의 대미·대남 메시지를 종합해볼 때 한국을 활용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전략도발을 자제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국제관계의 신냉전구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미 전술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협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남북관계를 복원해서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 그러니 한국이 대북정책 그리고 북-미 관계에서 적절한 역할하라는 얘기를 암시하고 있는 겁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하고 대미 협상 창구였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국무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는 대미 대남 총책임자 역할을 했던 김 부부장의 위상을 공식화한 조치로 설명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두 사람의 위상은 이제 확실히 김여정이 최선희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만들어 준 거죠. 국무위원회라는 공식적인 조직 틀 안에서. 그러니까 앞으로도 당연히 김여정의 대외적 발언이나 행보는 발언할 수 있는 정확한 타이틀을 갖게 됐으니까 훨씬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것을 위해서 이번 국무위원회 인선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김덕훈 내각총리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박정천 당 비서, 오수용 당 비서, 리영길 국방상, 장정남 사회안전상, 김성남 당 국제부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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