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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중국 감옥서 탈옥..."중국 내 탈북자들 어려움 보여줘"


중국 지린성의 기차역. (자료사진)
중국 지린성의 기차역. (자료사진)

중국 감옥에서 복역 중이던 탈북자가 탈옥한 사건에 중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탈북자와 인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중국 내 탈북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보여준다면서, 중국이 강제 북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과 ‘CNN’ 방송은 20일 중국 감옥에서 복역 중이던 북한 국적의 탈북자가 탈옥한 사건이 중국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CNN 방송은 탈북자 주현건이 지난 18일 저녁 6시 중국 동북부 지린성 지린감옥에서 탈옥했다며, 그의 ‘극적인 탈출’이 감시 카메라에 포착돼 여러 중국 국영 매체를 통해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게재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상에서 주 씨가 노동 일과를 마치고 수감동으로 이동하던 중 가건물의 벽을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 끝까지 달려간 뒤 고압전선에 줄을 걸어 잡아당겨 불꽃이 튀어 올랐다고 묘사했습니다. 이후 주 씨는 전선 받침대를 밟고 올라선 뒤 높은 담장에서 뛰어내려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주 씨의 탈출은 탈옥이 드문 중국에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며 중국 포털 사이트 웨이보에서 관련 검색어가 2천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곧 중국 당국이 검열에 나서 지린감옥 웹사이트에 오른 주 씨의 현상금 공고가 삭제되고, 웨이보에서 주 씨 관련 영상과 글들이 사라졌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당국은 주 씨의 인상착의를 공개하고 수색작업에 나서는 한편, 체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경우 10만 위안 즉 미화 1만5천600 달러, 주 씨의 체포에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할 경우 15만 위안, 미화 2만3천400 달러를 지급한다고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도 ‘중국 도시가 탈북자 추적에 나섰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주 씨의 탈출을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법원 기록을 인용해 주 씨의 체포 경위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함경북도 출신 광산 노동자로 2013년 7월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투먼으로 밀입국한 주 씨는 탈북 직후 가정집 세 곳에 침입해 물건을 훔쳤습니다. 미화 230달러 상당의 현금, 전화기, 담배 6갑, 옷, 운동화 등을 훔친 것입니다.

주 씨는 세 번째 집에서 연로한 여성에게 발각되자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택시를 타고 달아나다 몇 시간 뒤 붙잡혔습니다.

2014년 옌지시 인민법원은 주 씨에게 밀입국죄, 절도죄, 강도죄 등의 혐의로 유기징역 11년 3개월 형과 벌금, 추방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후 그는 모범수로 인정돼 두 차례, 총 14개월 감형을 받아서 오는 2023년 8월 출소할 예정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를 인용해 북한 당국이 지난 몇 년간 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한 형량을 상당히 늘렸으며, 이들은 고된 노동 뿐 아니라 고문과 성폭력을 당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올해 7월 현재 약 450명의 북한 남성이 지린감옥에서 수형 기간을 마치고 북송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내 탈북민들의 어려움 보여주는 사건”

10여년 전 미 중서부 시카고 지역에 정착한 탈북자 김마태 씨는 20일 VOA에 주 씨가 범죄를 저지른 것은 잘못됐지만, 탈북자들이 돈이 없이 중국에서 지내기가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탈북을 해 봤는데 돈이 있는 상태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돈이 없는 상태라면 좀 힘듭니다. 그게 참 보면 불쌍한 일이란 말입니다. 사실은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는데.”

영국의 북한 인권단체인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도 중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이 숨어 지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중국 내 탈북자들을 신고하면 포상금이 붙어 있다 보니까 탈북자분들이 갈 곳이 없어요. 일할 것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생존 문제가 있을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도둑질도 했고, 이것 때문에 감옥에 가셨는데요. 이게 바로 생존의 문제인데, 일자리도 주지 않고, 누가 이 분들 한테 밥 한술도 줄 수 없어요. 물론 범죄가 잘됐다는 건 아닌데요. 이분들이 생존으로 했던 일이기 때문에…”

박 대표는 특히 주 씨가 북송의 두려움으로 탈옥한 것으로 봤습니다.

[녹취: 박지현] “이분 같은 경우는 이제 2023년에 북한으로 갔을 때 받아야 되는 또 다른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옥에서 목숨 걸고 나오셨고요.”

박 대표는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서 제 3국으로 보냈다면 주 씨도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번 사건은 중국이 북한 난민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그 한 가지의 일을 하도록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 situation of North Korean defectors in China is truly dire. The fundamental problem is that China noes not abide by its obligations under the 1951 UN conven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refugees or the 1967 additional protocol.”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중국 내 탈북자들이 처한 현실이 실로 심각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1951년 유엔난민지위협약과 1967년 의정서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마태 씨는 북한 당국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북한 당국이 문제지요 첫째로는. 사회적 제도의 악이 그들에게 까지 미쳐서 그들을 악하게 만드는 것이 북한 당국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북한에서 맥없이 굶어 죽기 싫어서 탈북을 해서, 북한에서 힘들기 때문에 중국에 나와서 그렇게 했는데. 그런 일이 안 벌어지게 하려면 북한 당국이 먼저 책임이 있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부국장은 VOA에 주 씨의 강도 행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에 입국하는 북한인들은 생존에 절박하며 그 나라에서 공개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While I can’t speak about what Zhu may or may not have done in terms of robberies, what is clear is North Koreans entering China are desperate to survive and have virtually no opportunities to live openly in the country. They must run and hide, or face being arrested and forced back to North Korea, where they would face torture and worse for leaving the country without permission. Zhu is now going to be targeted in a massive dragnet of officials, as well as ordinary Chinese people seeking that massive reward.”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도망치고 숨지 않으면 체포돼 강제 북송 된 뒤 고문과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주 씨가 이제 경찰의 거대한 수사망의 표적이 될 것이며, 일반 중국인들도 거액의 포상금을 노리고 주 씨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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