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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달라진 종전선언 대응..."7시간 사이 무슨 일 있었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24일 두 번이나 입장을 냈습니다. 처음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가 7시간 뒤에는 종전선언이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왜 입장을 바꿨으며 그 노림수는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24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반응이 있기 사흘 전인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

그러자 북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오전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7시간 뒤에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그 날 오후 북한의 대남,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별도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은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끝내고, 남북간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의미에서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밝힌 겁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해 건설적 논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다음날인 25일 오후 9시께 또다시 담화를 내어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24일 하루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한의 반응은 상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반나절 사이에 ‘부정적’에서 ‘조건부 긍정’으로 바뀐 겁니다.

담화의 대응 수위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처음 담화는 외무성 부상이 낸 반면 두 번째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북한의 대남,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이 냈습니다.

북한이 담화의 내용과 톤을 바꾼 배경에 대해 한국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가정보원 박지원 원장 개입설’을 제기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이 지난27일 한국 `JT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핫라인은 살아있다”며 “박지원 원장이 7시간 동안 김여정에게 전화했을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남북한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 받았으며 이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정원장의 전화 한 통화로 북한이 담화를 바꿨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한국의 언론 반응 등을 보고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담화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리태성 부상의 담화 가지고는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같으니까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서 좀더 명확한 메시지를 냈다고 봐야됩니다. “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북한의 입장이 종전선언도 가능하다고 유연하게 바뀐 것은 중국의 압력이나 협의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담화가 나온 그 날 노동신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총서기에게 보내는 답전이 공개됐는데, 이런 전달 과정에서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관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전달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내부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중국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모종의 제안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China may offer an advice…”

중국은 내년 2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릅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한반도 긴장 완화가 바람직합니다.

북한 내부적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담화의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 북한은 미국과의 핵 협상을 위해 외무성 인사를 중심으로 ‘핵 상무조’를 구성해 대처했습니다. 이 조직에는 강석주 당시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김계관, 리용호, 최선희 등이 참여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핵 문제와 대미,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북한판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직을 올해 34살로 외교안보에 경험이 없는 김여정 부부장이 이끌었을 경우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She is not qualified. She is just a mouthpiece. She is not a strategist…”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23일 귀국길에 기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북한이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국에 대화 신호를 보냈다는 겁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도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도움을 바라고 한국에 손을 내미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이 식량과 코로나 백신 지원을 바라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They are desperate for some kind of aids from South Korea, foods,”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80-100만t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카드도 제시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25일 담화에서 “북남 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문제들도 빠른 시일 내에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준비를 잘 한다면 11월 또는 12월 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청와대는 정상회담에 대해 신중한 입장입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정상회담을 한다, 무엇을 한다는 목표를 정치적으로 설정해 놓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 전망은 다소 밝아졌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10월 남북관계가 통신선 연결-남북대화 재개-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이어지고 11월 들어서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탐색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북 관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북 적대시 정책이 변한 게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북한이 아직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아인혼 전 특보] “N Korea has no current intention to engage with the U.S... We don’t know why Kim Jong Un is so reluctant to engage”

전문가들은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이 ‘절반의 성공’에 그칠지, 또는 미-북 대화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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