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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탄도미사일 이후 한반도 정세는?


15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북한이 최근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북한의 계산과 남북, 미-북 관계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3월의 미사일 발사 상황과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사흘만인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3월 21일에도 북한은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 이어 나흘 뒤인 3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것도 똑같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5일 담화에서 같은 날 실시된 한국 군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앞서 3월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북한이 한 것은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냐"고 비판했었습니다.

차이라면 3월에 한국이 발사했던 것은 현무-3 미사일이었고, 이번에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이란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3월과 8월의 미사일 발사와 갈등이 남북한 군비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정치적 신호를 보낸다면 그것은 한국을 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I think it’s N Korea responding to S Korea, which is also developing its conventionally armed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북한의 대미, 대남 정책은 지난 1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공표됐습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대해 ‘적대시 정책 철폐’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새로운 조-미 관계의 열쇠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강대강 선대선'의 입장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우리 당의 입장을…”

북한은 한국에 대해서는 “북남관계는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남북관계 회복 여부는 한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지난 8개월간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는 겁니다.

우선 남북한 정상간 소통이 재개됐습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 받으며 관계 회복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5월 2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을 중재자로 해 미-북 간에 모종의 소통이 있었을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간에 친서가 오갔다는 얘기는 남-북-미 정상간에 직간접적인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봐야 하는 거구요.”

미-북 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월 말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100일간의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4월 30일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새 대북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이를 위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을 인정하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완화(relif)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만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한 바이든 정부의 새 정책이 북한에 나쁘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식량난이 발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이 계획에 미달돼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80만t 이상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식량난뿐 아니라 북한경제를 떠받치는 에너지, 물가, 외화, 장마당, 광공업, 공장과 기업소 상황도 날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경제난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진퇴양난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미국과 대화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 경우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지만 자신이 내건 제재완화를 비롯한 전제조건을 스스로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제재가 풀릴 때까지 미국과 대결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한 수뇌부의 고민은 6월 1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의 전제조건이었던 ‘적대시 정책 철회’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이 발언이 미국과의 대화에 무게를 싣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특히 이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 계속적으로 유지해왔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돼야만 대화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전제조건을 발언하지 않았다는 것, 이게 일단은 상당히 대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보여지고요.”

실제로 북한은 6월 이후 비교적 조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8월에 실시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대남 경고를 했지만 이렇다 할 도발은 없었습니다.

이어 정권수립일인 9.9절 열병식도 노동적위군 등 민간인 위주로 진행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같은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9월 들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9-10월 중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작되고 남북대화에 이어 미-북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겁니다.

또 다른 것은 부정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거부해 기존의 교착 상황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또 대북 식량 지원이 시작돼 남북 대화와 미-북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미-북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North Korea not interested in humanitarian aid, so basically..”

또 다른 변수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과 ‘영변’입니다.

만일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 같은 전략무기를 시험하거나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얼어붙을 수있습니다.

이미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영변 핵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에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도 있고, 향후에도 영변 핵단지 가동과 함께 전술핵 개발을 위한 단거리 발사체를 집중적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 쪽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반복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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