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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은 '청년 탄원운동' 중


지난 6월 북한 평양 청년공원야회극장에서 탈북민을 비난하는 청년학생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요즘 북한 당국은 전국 각지에서 ‘탄원’ 행사를 열고 청년과 여성들을 농촌, 탄광, 건설 현장 등지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왜 청년탄원운동을 벌이는지, 그 배경과 한계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청년탄원 운동’은 올 3-4월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3월 말에 졸업식을 갖는데 이 때를 기해 ‘탄원’ 행사를 열고 졸업생들을 농촌과 탄광에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를 보면 이제 학교를 갓졸업한 17살 정도의 학생들이 협동농장과 탄광에 배치됐다고 보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평성시와 평안군을 비롯해 도 안의 많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탄원했습니다.”

북한 청년들의 탄원 행사는 지난 4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제10차 청년동맹 대회를 계기로 한층 고조됐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 대회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탄원이 이뤄져 1만여 명의 청년들이 농촌과 금속, 석탄 등 채취공업 부문, 그리고 양강도 삼지연시 건설장 등에 배치됐습니다.

6월에는 황해남도에서 1만3천700여 명의 여맹원(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이 농업 부문에 탄원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탄원행사를 열고 청년들을 노동 현장에 배치하는 것은 1월에 열린 제 8차 노동당 대회의 여파로 보입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시인하고 새로운 경제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같은 경제난이 계속될 경우 새 경제계획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년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최악이 -6.5% 였는데, 한국은행이 지난해 북한 경제가 -4.5%라고 발표했거든요, 지금 상황은 최악이고, 해법이 없는 거지요.“

‘탄원’의 성격도 문제입니다. 북한 방송은 청년들이 당과 국가에 충성과 보은을 하기 위해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일하기를 자원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민들에 따르면 청년들 대부분은 농촌이나 탄광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탄원행사 자체가 반강제적입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씨]”당 조직, 청년 조직에서 다 조직을 합니다. 인원을 채워서, 명목상, 대외적으론 탄원한다고 하는 거지요. 강제적으로 보내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청년들을 농촌과 탄광에 3-5년 정도 배치한 후 노동당 입당 기회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인권 전문가인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같은 탄원과 배치가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국제 기준에서 보면 아동노동, 강제노동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북한 주민들이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노동 현장으로 내모는 것은 일종의 ‘경제적 고육책’이라고 말합니다. 농촌과 탄광에서 경제적 성과를 내려면 필요한 자재와 전력, 그리고 인센티브를 보장해줘야합니다.

그런데 필요한 물자를 주지 않으면서 대신 노동력으로 때우려 한다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농촌은 주기적으로 인력 부족을 겪어 왔지만 이렇게 10대 어린 청년들이 배치되면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North Korean system often have labor shortage….”

전문가들은 북한이 청년탄원 운동 등 노력동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식량난 등 경제가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김정은 위원장의 특별공급 조치에도 일부 지역의 식량 가격은 이상할 정도로 30-50% 이상 오르고 있거든요. 금년은 최악의 식량난이 자명한 암울한 현실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15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인정하고 ‘특별명령서’를 내렸지만 쌀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과거 kg에 4천원이었던 쌀값은 6월 22일 7천500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다 8월 4일에는 5천85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쌀값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오른 시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식량 가격이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 쌀이 없는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의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씨] ”북한에는 중국돈이 많이 유통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돈 100 위안이면 입쌀을 25kg을 샀는데 최근에는 100 위안에 5kg 밖에 못 산다는 거에요. 쌀이 없는 거지요.”

식량난은 사회 문제, 정치 문제가 됐습니다. 쌀과 옥수수(강냉이) 가격이 오르자 북한 당국은 장마당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안전원들은 식량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메뚜기’라고 부르는 길거리 가판과 노점을 금지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안전원 사이에 욕설과 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일본 ‘아시아 프레스' 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개인의 경제활동을 엄청 심하게 단속합니다. 장마당의 조그만 두부장수, 담배장수를 단속해 몰수합니다. 그걸 뺏기면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울고불고, 욕하고 분위기가 너무 안좋다는 보고가 각지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8일자 논설에서 “당이 민심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이나 같고, 민심을 잃는 것은 당 자체를 잃는 것이나 같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난과 관련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고 말합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그동안의 입장과 모순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수뇌부가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할만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 경제를 구하려면 당장 수 십만t의 식량과 비료, 의약품, 백신 등이 필요한데 이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 북한은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적 행동을 하기도 곤란한 상황입니다. 만일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는 것은 물론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화와 협상 기회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바라는 대북 제재 해제도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집권 이래 최악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김정은 위원장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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