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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핵잠수함 기술 이전 촉각..."안전 영향 미치면 대응"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서명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서명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최근 미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결정을 비난하며 상응한 대응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한국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의 의미를 깎아 내리면서 자신들의 핵 탑재용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은 20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기사에서 “미국이 영국, 호주와 3자 안보협력체를 수립하고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아태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연쇄적인 핵 군비경쟁을 유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과 전망에 대해 엄밀히 분석하고 있고 북한의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반드시 상응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조성된 정세는 변천하는 국제안보 환경에 대처하자면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잠시도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외보도실장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그 어떤 나라든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부합된다면 핵 기술을 전파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으로서 국제적인 핵전파 방지제도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미국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앞서 지난 15일 3국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 창설을 발표하면서 옛 소련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미·영간에만 공유해 오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예외적으로 호주에게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8년 4월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핵폭탄을 만들어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스스로 탈퇴까지 했던 북한이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자신들의 핵 무력 증강을 정당화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은 NPT를 위반하고 그래서 NPT를 이미 탈퇴하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위반한 불량국가로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죠, 기본적으로. 자격이 없는데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은 자기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기만전술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핵 추진 잠수함은 핵폭탄처럼 핵을 이용한 직접적인 무기체계와 다르기 때문에 관련 기술 이전을 NPT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북한의 반발이 미국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지금 미국에선 중국 견제가 주요 관심사이지, 물론 이런 북한 기술들이 테러단체에 들어 간다든지 지금 ISIS라든지 아프간에 다시 모여들고 있는 테러단체에 핵 기술이 전파돼 미국을 또다시 위협한다면 이게 그 때 돼선 문제가 되겠지만 북한 자체는 지금 거의 외교정책 리스트에서 빠졌다고 봐야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은 핵을 포괄적 의미에서 군사적 목적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NPT 위반은 아니어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이번 비난 발언의 주체나 기자와의 문답형식을 택한 것은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미국의 기술 이전 결정을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둔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자기들이 제시했던 비확산 문제를 미국이 먼저 넘는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거고요.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보면 대미 압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정말로 북한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아마 더 높은 급에서 얘기를 했을 거에요. 최선희가 한다든지. 그 틀에서 보면 중국의 편을 들면서 미국을 적정 수준에서 압박하는 정도로 봐야 됩니다.”

미국의 ‘오커스’ 창설 카드로 미-중간 군사적 긴장 고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한층 강화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예상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국제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은 보이고요, 자신들의 핵 개발도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하다고 계속 북한이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여기서 한번 또 좋은 명분을, 핑계거리를 잡은 거죠.”

한편 장창하 북한 국방과학원장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글에서 한국이 최근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에 대해 “초보적인 걸음마 단계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발사가 수심이 얕은 곳에서 거의 정지 상태로 이뤄져 복잡한 유체 흐름 해석을 비롯한 핵심적인 수중발사 기술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장 원장은 또 “한국의 속내를 주시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한범 박사는 통상 첫 발사 시험은 안정된 조건에서 실시하게 돼 있다며 아직 3천t급 잠수함을 진수 조차 못한 북한이 자존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한국의 성과를 폄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한국의 SLBM과 이를 발사할 잠수함 건조 기술은 북한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라며 실전배치를 염두에 둘 만큼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 15일 SLBM 잠수함 발사 시험 성공 사실을 알리면서 “이 SLBM은 향후 추가적인 시험평가를 거친 후 전력화 계획에 따라 군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장 원장의 글에서 보듯 북한이 한국의 SLBM 개발에 자극을 받아 조만간 SL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극성 4ㅅ, 북극성 5ㅅ 같은 경우는 아직 보여주기만 했지 발사를 안했거든요. 그러니까 오커스에 호주 핵 잠수함 지원도 있고 한국의 SLBM 발사 성공도 있고 아마 북극성 5ㅅ이 될 가능성이 높죠. 왜냐하면 지금 한국 미사일을 깎아 내렸기 때문에 강력하고 대형화된 SLBM을 발사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그런 시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이번에 글을 발표한 장 원장은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북한 내 대표적인 핵과 미사일 전문가로, 현재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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