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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파이브 아이즈는 냉전 산물"...미한 동맹 강화 견제


문재인(오른쪽)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오른쪽)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한국 가입 구상과 관련해 파이브 아이즈는 구시대적 냉전의 산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한 동맹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왕이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왕이 부장]

왕이 부장은 “한-중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떠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밝혔습니다.

왕이 부장은 “근 30년 이래 양국은 상호 근절된 상태에서 밀접한 교류를 하게 되고 서로 서먹한 사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를 구축하게 됐다”면서 “함께 평화와 안정의 수호자, 발전 번영의 촉진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발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미국 의회가 최근 자국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을 가입시킬지를 검토하고 나선 데 대해 “파이브 아이즈는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며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왕이 부장의 이번 방한의 주된 목적이 미-중 전략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미-한 동맹과 미-한-일 협력 강화를 제어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파이브 아이즈 얘기를 구체적으로 짚어서 냉전의 산물이라는 얘기는 결국은 한-미 동맹이 냉전의 산물이고 한반도 내에서 냉전적 잔재를 벗어 던지고 과거에서 벗어나서 미래지향적으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 이런 맥락인데, 그게 결국은 미국을 견제하는 데 주요목적이 있지 않나 판단이 됩니다.”

북한의 최근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행동이 합리적 안보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중국의 기존 인식의 바탕 위에서 북한과의 우호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왕이 부장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을 초청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를 통해 각국을 초청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IOC와 각국 지도자를 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를 원한다”면서 “현재는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해선 “시진핑 주석은 방한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완전히 안정됐을 때 안심하고 고위급 교류를 할 수 있다고 본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평가에 관한 질문에는 “미국을 선호하든 중국을 선호하든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도 "한-중 관계가 계속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기여를 평가한다”며 “중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더 성숙한 한-중 관계의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이에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인사를 전달한 뒤 “한-중 양국은 서로 떠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을 통한 윈윈을 실현하는 파트너로, 양국은 친척처럼 자주 왕래해야 한다”고 화답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한-중 양국이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존중했고 중요한 관심사, 각자의 민족문화, 국민정서를 존중해 왔다”며 “양국 경제발전은 고도의 상호보완성이 있으므로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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