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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파이브아이즈'…워싱턴 반응은 '미지근'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국가정보국장 산하 '리버티크로싱 인텔리전트 캠퍼스' 건물.

미국 하원에서 ‘파이브아이즈’로 불리는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에 한국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엇갈린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충분히 효율적인 현행 정보 공유 체계를 비밀 유출 위험을 감수하며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립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아이즈’에 한국 등 4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이 워싱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 상·하원과 행정부의 여러 절차가 남았지만, 미-중 대립 구도에서 한국의 첩보 동맹 가입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돼 현실화 여부와 필요성에 대한 분석이 한창입니다.

한반도 최전선에서 특수정보(SI·Special Intelligence) 등 북한 관련 비밀자료를 다뤘던 전 한미연합사령관들은 영미권 5개국의 정보 공유 공동체인 ‘파이브아이즈’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정보 공유와 연합훈련을 포함한 미-한 양국 간 군사 협력 강화를 촉구해 온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효율적으로 작동해온 미-한 간 기존 정보 공유망을 굳이 파이브아이즈 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가입에 따른 전략적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VOA에 “한국과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정보 수집과 평가 부문에서 뛰어난 동반자 관계를 누려왔다”며 “이런 협력 관계는 북한의 위협과 장단점을 이해하는 동맹의 능력에 중요한 초석이 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have enjoyed a superb intelligence gathering and assessment partnership for many decades. This partnership has been a major cornerstone of our Alliance's ability to understand the north Korean threat and its strengths and weaknesses.”

그러면서 “위협을 이해하는 이 정보 협력의 놀라운 과거 역사와 이런 우수함이 미래에도 계속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나는 이것의 근본적인 특징들을 어떤 식으로든 바꾸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Given the remarkable past history of this intelligence partnership's ability to understand the threat and its likelihood for continued excellence into the future, I would be reluctant to alter its fundamental characteristics in any way.”

벨 전 사령관은 “따라서 한국을 포함시켜 파이브아이즈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할,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면, 나는 이 시점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말라고 권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As such and unless there are compelling reasons to expand the "Five Eyes" program to include South Korea of which I am unaware, I would recommend against such a course of action at this time.”

지난 2일 하원 군사위원회가 승인한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정보국장(DNI)은 국방부 장관과 조율해 내년 5월 20일까지 한국, 일본, 인도, 독일 등 4개국이 파이브 아이스에 가입할 때 발생할 이점과 위험성을 의회에 보고토록 했습니다.

개정안은 “파이브아이즈 출범 이래 위협의 지형이 크게 변화했고 주된 위협은 이제 중국과 러시아에서 비롯된다”며 “강대국 간 경쟁에 직면해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유사한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로 신뢰 관계를 넓혀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

전 한미연합사령관들이 기존에 거론돼 온 집단안보 체제 구축에는 한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하면서도 기밀정보 동맹체 확대 필요성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비밀 유출 우려 때문입니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파이브아이즈에 대한 한국의 접근이 허용된다면, 정보 목적을 위한 훌륭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 “If South Korea is given access to the 5 Eyes it would be a good deal for intelligence purposes…It would make sense for South Korea to be given access however there would need to be complete understanding that sources and methods must be protected.

그러면서도 “한국에 접근권이 주어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만, (정보의) 출처와 (수집) 방법이 보호돼야 한다는 데 완전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서먼 전 사령관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보 유출의 취약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 점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 “The more people that are give access to sensitive information would create an added vulnerability for leaks. South Korea should examine this carefully and understand the rules.”

반면,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심각한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어떤 단점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현시점에서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령관] “The question I would ask you is are there any downsides to sharing intelligence when you have a serious threat?”

전직 한미연합사령관들은 정보 유출이나 전달 방향과 관련해 특정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정보 동맹체가 공유하는 고급 정보가 한국에서 북한이나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비밀 유출은 특정국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는 모든 나라가 안고 있는 취약성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한미연합사 관련 정보가 유출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과거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벌어졌고, 이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정보원이 사망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There have been leaks in Seoul about the combined military forces. That's a fact but there's also been leaks from the United States as well. And there's been leaks from every country. People do bad things and leak information. We've had many spies, many people have been compromised over the years and have provided information that has led to the deaths of assets around the world. So it's a vulnerability in every country.”

맥스웰 연구원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수록 적들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론상으로는 파이브아이즈 확대에 찬성한다”면서도 “반대로 정보를 공유하는 당사자가 많아질수록 모든 나라에서 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am all for sharing information because the more information we share, the better intelligence picture we can gain about our adversaries. So theoretically, I am for it. However, the converse of that, the more participants you have in intelligence sharing, the greater the chances of having a leak, not from any one country but from all the countries. It's just a fact of life that you increase the opportunities for compromise of information.”

따라서 파이브아이즈 확대에 앞서 “회원국을 늘리는 것이 우리의 최고 이익에 부합하는지, 우리의 정보력과 정보 분석을 크게 개선할지, 그리고 그것이 (정보 유출의)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s it in our best interest? Will it significantly improve our intelligence analysis and intelligence capabilities? Will they be improved in such a way that would outweigh the risk? And that's really the issue at its most fundamental basis.”

파이브아이즈 확대에 대한 워싱턴의 다소 ‘미지근한’ 반응에는 미-한 양국이 이미 효율적인 정보 공유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중복성’ 문제와 기밀정보 유출과 관련한 ‘신뢰성’ 외에 추가 회원국으로 함께 거론되는 한-일 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인식도 깔렸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훌륭한 회원국이 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관련 정보는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고, 우리는 물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South Korea would be a great member, but most of the intelligence related to Korea comes from the ROK and the US, and we already collaborate closely of course—and the other key party, Japan, does not really need five-eye membership so much as an improved relationship with the ROK.”

그러면서 “또 다른 주요 당사국인 일본은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는 것 보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한국 국방부 청사에서 '제8차 미한일 안보회의(DTT)'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한국 국방부 청사에서 '제8차 미한일 안보회의(DTT)'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파이브아이즈 확대를 환영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원활하게 작동하는 미-한 간 정보 공유를 보다 광범위한 정보 동맹으로 통합·개편한다면 날로 치열해지는 정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미국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많은 동맹·파트너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파이브아이즈에 동참해 이들 국가와 협력함으로써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에 걸친 민감한 정보를 통해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The United States already shares intelligence with many allies and partners including South Korea. But by joining or working with the Five Eyes countries, however, Seoul can protect security through sensitive information spanning the region and the entire world.

“정보 협력의 폭을 넓히는 것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네트워크에 상호 이익”이라는 설명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Advancing wider intelligence cooperation is a mutual benefit for South Korea, the United States, and the network of like-minded democracies.”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을 가르는 기준”으로 간주되는 파이브아이즈에 참여하는 것이 영향력 확대와 위상 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옵니다.

2000년대 이후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북한 문제를 다루기 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동아시아와 유럽 관련 기밀 정보를 다뤘던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파이브아이즈에 초대받는 것은 영광”이라며 “이들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자 모두 비슷한 가치를 지닌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It’s an honor to be invited to “five eyes”. These are the closest allies, all liberal democracies with similar values. They share the most sensitive information on all issues affecting global security issues that could affect each of these nation states.”

아울러 “이들 국가는 세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한 가장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는 안보 동맹의 이점도 언급했습니다.

물론,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려면 파이브아이즈 확대 필요성을 담은 국방수권법에 대한 상·하원 군사위 심사와 본회의 통과, 상·하원 합동위원회 조율, 상·하원 전체 회의 표결 등 수많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아울러 기존 파이브아이즈 회원국들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동의도 중요한 추가 관문입니다.

미국과 기존 회원국들의 이같은 합의와 초청을 한국 정부가 수락해야 한다는 것 역시 필수 요건입니다.

한국 외교부에서 “미국 의회 입법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이 나오고, 국방부에서 “국가 간의 정보 교류·협력에 관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며 참가 여부에 말을 아끼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현실적 제약이 깔렸습니다.

여기에 미국 등 서방국가의 역내 군사 활동 등 안보 협력 확대에 크게 반발해 온 중국의 반응도 변수로 꼽힙니다. 기존 파이브아이즈 5개국이 이미 정보 공유를 넘어 안보·군사 협력으로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춰온 상황에서 회원국까지 늘릴 경우 중국의 불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미 의회 의원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맹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것이라면 중국을 화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이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을 통해 ‘전랑외교’를 구사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쿼드와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FDD 선임연구원] “I wonder if those in Congress are actually doing this as a way to strengthen, in their mind, the US alliances, the intelligence sharing, really to counter China and Russia…That will be upsetting to China, and I'm sure that China will practice its wolf diplomacy, next week and really try to put pressure on South Korea, and to make them pledge that they will not only not join the Quad, that they will not join Five Eyes as well. I expect that we'll probably see that pressure. It probably won't be publicly displayed, but I think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ill probably get an earful from Wang Yi.”

“중국의 압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한국 정부가 왕이 외교부장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왕이 부장은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14일 한국에 도착해 이틀간 머물며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과 회담할 예정입니다.

크로닌 안보석좌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자위권 추구에 대해 간섭하기를 원할 것”이라면서 “정보는 본질적으로 방어적 정책 수단이며, 한국은 중국이 영국이나 호주에 가하는 정도의 압력을 확실히 견딜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China would love to dictate the terms on which every other country may pursue its right to self-defense. But intelligence is an inherently defensive policy tool, and South Korea can surely endure the same amount of pressure Beijing imposes on the UK or Australia.”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만약 초청장을 받는다면 참가 여부는 한국의 결정에 달렸다”며, “한국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결정이 아니라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If invited, it would be South Korea’s decision whether to join. This is not China’s or any other country’s decision and Seoul should just consider their own interests, in my view.”

앞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 국방수권법에 대해 “법의 내용은 한국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참여가 가능한지 아닌지 검토해서 보고하라는 내용”이라며 “지금까지 파이브아이즈 가입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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