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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장관 "'한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제거는 무관"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오른쪽)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오른쪽)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군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은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개념엔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이 한국에게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또 한국 군에 대한 미국 측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지원은 미-한 연합군사훈련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한때 주장했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의 차이를 묻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북한의 비핵지대화라는

개념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통해 사실상 소멸됐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정 장관은 북한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비핵지대화라는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은 남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개념이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은 앞서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 방미 성과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한국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엔 큰 차이는 없다”고 답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 장관은 브리핑 당시 비핵지대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질문한 기자가 해당 표현을 썼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며 국회에서 이같이 해명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장관] “주한미군 주둔 문제라든지 또는 확장억제라든지 핵우산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와는 상관이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입니다. 이것은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북한 측에 분명히 얘기를 했고 북한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1991년 12월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엔 “남과 북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기 위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 금지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금지, 쌍방 동시사찰 등을 선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최근 미-한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군 55만 명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지원키로 한 것과 관련해 이는 미-한 연합군사훈련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를 이유로 연합훈련을 안 한다고 하니까 미국이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게 아니냐’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백신 공급은 연합훈련 때문이 아니”라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어 “연합훈련 규모와 방식 등은 양국 군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 때문에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과 관련, ‘미-한 양국 간에 이면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번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미-한 정상회담 이후 북한 동향과 협상 재개 전망에 대한 문답도 오갔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한 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 북한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탐색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장관은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과거 미 정권 교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절제된 반응을 보이면서 관망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최대 유연성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그 윤곽을 드러낸 만큼 북한은 후속 대응 여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 장관은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지적에 즉답을 피하면서 북한이 대화에 호응해올 경우 미-북간 협상이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장관] “구체적인 협상 전략에 대해선 공동성명에 포함할 수가 없었고요. 한-미간에 긴밀히 계속 협의를 하고 있고 특히 미국과 북한간 접촉이 성사되면 거기서 미국이 갖고 있는 구상들을 북한에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미-한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이뤄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방미 행보에 대한 질문에 정 장관은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직후 시행됐지만, 미국 정보당국과 국정원의 협력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장관은 ‘박 원장이 북한과 접촉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느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아닐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박 원장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26일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워싱턴에 앞서 뉴욕을 들러 일각에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을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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