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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정원장 방미…미한 정상회담 후속 대북 대화 방안 협의 가능성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이 미-한 정상회담이 끝난 지 나흘만에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미-한 양국이 함께 북한에 대화 호응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구체 방안을 조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박 원장이 뉴욕과 워싱턴을 차례로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원장의 방미는 미-한 정상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린 지 나흘만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2018년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미-북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해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때문에 박 원장의 이번 방미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한 행보라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관련된 문제가 원론적으론 잘 조율이 된 편이지만 구체적인 행동계획과 관련해선 부족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후속조치로서 뭔가 북한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협상안들을 논의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 원장의 구체적인 동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방미 중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롯한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 동향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단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이번 미-한 정상회담 때 깜짝 발표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박 원장이 뉴욕에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비록 남북 간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소통 채널 자체는 살아 있다는 점에서 굳이 뉴욕 접촉에 나서겠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원장은 앞서 지난 12일 일본에서 미-한-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했고 이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의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12∼14일 방한했을 때도 헤인스 국장을 거듭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해결 원칙이 강조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진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 사이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미-북 간 초기 협상안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미 지난번에 DNI 국장이 왔다 갔는데 국정원장의 방미가 급하지 않거든요. 이 얘기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위한 방미로 봐야 합니다. 이 얘기는 결국 당연히 박지원 국정원장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북 접촉 라인이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채널 내지 합의안 형성을 위한 방미라고 봐야겠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이나 판문점 선언에 대한 미-한 정상의 지지 천명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 답변으로 평가절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한 북한과의 소통채널 재가동을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지금 중요한 것은 대화채널의 복원이기 때문에 어쨌든 대화채널이 복원되면 그 다음 북한이 희망하는 그런 의제로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메시지가 지금은 중요한 것 같고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당초 한국 정부는 이번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유인책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를 얻어내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선을 그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도 한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고 미-북 관계의 교착도 2018년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대화에 무게를 둘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북한은 미국과 직접 접촉할수 있는 모든 통로가 있고 더군다나 블링컨 장관이 그저께 ABC 방송에서 다시 또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공개적으로 외교를 하겠다고 공을 던져놓은 상태인데 그렇다면 북한이 원한다면 직접 접촉하면 되는 거죠.”

박 교수는 그러나 북한도 미국이 대화를 연이어 촉구하는 가운데 침묵을 길게 끌고 갈 경우 명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진의 파악과 미-한 양국의 대중 견제 공조 여부 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만간 대응해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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