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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잇단 관광지구 시찰...제재 외화난 반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재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의 이런 움직임 뒤에는 갈수록 고갈되는 외화보유고가 자리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그의 최우선 관심사가 제재 해제와 금강산 관광 같은 ‘돈’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 달가량 자취를 감췄던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에 이어 지난 23일 강원도 금강산을 방문해 관광이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북남관계가 발전하지 못하면 금강산 관광도 못하는 것처럼 돼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북한은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을 시작해 매년 4-5천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6일 평안북도에 있는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도 현지 지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당에서 기능공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 뒤에는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문제, 특히 외화난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전장관]”이 상태로 가면 무역은 적자고, 수출은 중단되고, 외화벌이는 죽어버렸고, 외화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질 겁니다.”

북한은 그동안 석탄과 무기 수출, 관광, 개성공단, 해외 노동자 송금, 수산물, 임가공 등 6-7개 경로로 외화를 벌었습니다.

특히 2011년부터는 석탄 수출이 잘 돼 ‘외화풍년’을 맞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에는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은 2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11년에는 11억 달러, 2012년에는12억 달러, 그리고 2016년에도 11억 달러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씩 벌어들였습니다.

외화 사정이 좋아지자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 신시가지를 조성했습니다. 평양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한 창전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가 잇달아 들어섰습니다. 또 석탄 수출로 돈을 번 돈주가 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시기에 20억 달러가량의 외화를 축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상황은 크게 변했습니다. 북한이 그 해 두 차례 핵실험과 22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보리는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을 전면 중단시킨 데 이어 대북 원유 공급을 50만 배럴로 줄이고 기계류 등 금속류의 대북 수출을 차단했습니다. 또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도 24개월 내 송환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에 따라 북한과 중국의 무역은 크게 줄었습니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뤄지는데 북한의 대중 수출은 붕괴됐다고 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2017년 북한의 대중 수출은 2억2천만 달러로, 전년도(16억5천만 달러)에 비해 90% 가깝게 줄었습니다.

북한의 대중 수입도 33%가 감소한 22억 4천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북한의 돈줄이 거의 끊어진데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20억 달러의 적자를 본 것을 의미한다고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ost of China’s import or export plummeted almost 90%..."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면서도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밀가루, 비료, 담배, 술 등 20억 달러 상당의 각종 물품을 중국에서 수입했다는 겁니다. 또 환율도 1달러에 8천원 선으로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이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시작될 때 북한이 상당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그동안 북한이 축적해온 외환보유고가 상당한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와 위안화 등 외화의 규모입니다.

한국의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와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의 외화보유고를 25-58억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이들은 북-중 무역통계와 밀수출, 외화벌이, 해외송금 등을 감안해 2018년도 북한의 수중에 적게는 25억 달러, 많게는 58억 달러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합리적인 외환보유고 추정치라고 김병연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지금 나온 추정치 중에서는 최선의 평가(Best available estimate)인데, 얼마나 정확할지는 정보가 제한돼 있죠, 하지만 저도 그 정도 아니겠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논문은 지금처럼 중국에서 20억 달러 상당의 물품을 계속 수입할 경우 북한의 외화보유고는 내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병연 교수도 북한의 외환보유고가 빠르면 내년 또는 몇 년 뒤에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빠를 경우 즉, 2018년 말 25억 달러 외환보유고가 있다고 하면 내년 말에 바닥을 드러내지만 최대치로 계산한다면 향후 4년 더 걸리겠죠.”

관측통들은 외화보유고 고갈 싯점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58억 달러는 북한 정부와 민간에 있는 외화 총량을 의미합니다.

만일 북한 정권에서 외화를 총괄하는 노동당 39호실이 보유한 달러와 위안화만 계산하면 실제 외화 보유량은 훨씬 줄어들 수있습니다.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 정권이 민간에 있는 외화를 흡수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려면 달러와 위안화를 갖고 있는 돈주와 무역회사들의 재산을 몰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상당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강인덕 전장관] ”만약 돈주들로부터 달러를 걷으면 시장 자체가 죽고, 시장이 죽으면 인민들의 생활이 급속히 악화될텐데, 이건 정말 반발, 반항을 일으키는 거지요.”

실제로 북한의 외화난이 심각해진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 NK’는 지난해 8월 이후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20-30 만 달러에 거래되던 70평 크기의 평양 중심가 아파트 가격이 8월에는 5만 달러 이상 떨어졌습니다.

지난 2년 간 안정세를 유지하던 북한의 환율도 출렁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 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8천~8천200원대의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변동 폭이 급격히 커지면서 3월에는 최대 8천5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7월에는 7천800원대로 내려앉았고, 지난달에는 다시 8천4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외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올 12월까지 북한에 돌아가야 합니다.

북한의 외화난이 외화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수뇌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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