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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미-북 대치 국면...실무협상 재개 주목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 스톨홀름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됐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백마 행보’ 이후 연일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11월 중 미-북 실무 협상 재개 여부가 주목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새로운 길’ 즉, 핵 보유국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고는 지난 16일 나왔습니다.

이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눈이 내린 백두산을 달리는 모습을 공개하며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

이날 ‘백두산 백마 행보’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노동당 조직지도부 조용원 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그리고 유진 당 군수공업부장 등 10여명이 수행했습니다.

백두산과 백마는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부터 내려오는 ‘백두혈통’의 상징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백마에 오른 모습을 자주 연출했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공식 집권 후 백마 탄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매체도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백두영장의 준마행군길’로 치켜세우며 ‘절대 충성’을 강조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데 대해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수하시려는 신념의 선언”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 지역으로,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향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에도 중대한 결단을 앞두고 백두산을 찾는 장면을 연출하곤 했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미국과 남한과의 대화에 앞서 백두산에 올랐고,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기 전인 2013년 2월에도 백두산을 찾았습니다.

백두산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16일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둘러봤고, 18일에는 함경북도 경성군 온실농장을 시찰했습니다.

이어 23일 강원도 금강산을 방문해 한국이 건설한 호텔과 식당 등 관광시설이 보기 싫다며 철거를 지시했습니다. 다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보기만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이번 금강산 시찰에는 부인 리설주 씨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수행했습니다. 미-북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제1부상이 김 위원장의 금강산 현지지도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는 미국에 대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허용하라는 뜻이라고 한국의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박사] ”금강산관광 자체는 제재의 대상이 아니지만 몫돈, 현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국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거기에 대한 불만이죠.”

전문가들은 백두산-삼지연-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대내용과 대외용 2가지로 나눠보고 있습니다.

우선 내부적으로 이번 현지지도가 던지는 메시지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을 수 있으니 참고 견디라는 겁니다. 북한은 2016년부터 시작된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로 심각한 에너지난, 외화난, 물자난을 겪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 당국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등정 이후 북한 TV는 주민들의 인터뷰를 잇달아 내보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북한 선전매체에는 ‘현 세기 최강의 영수’ ‘위대한 태양,’ 그리고 ‘김정은 조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내비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 친북단체인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이 미국의 요충지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노동신문'은 20일 핵 무력이 ‘민족자존’이라며,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기적적 승리가 이룩된 주체106(2017)년 11월의 그 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017년 11월 29일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인 화성-15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날로 북한은 이 때가 핵 무력을 완성한 날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워싱턴을 겨냥해 ‘제재 해제’ 등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 자신들은 핵 보유국 즉, ‘새로운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경고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개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 가능성을 흘리며 미국을 압박하는 한편 막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종의 제의를 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관련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 중요한 재건이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There’s some very interesting information on North Korea. Alot of things are going on. And that’s going to be a major rebuild at a certain point.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진 않았지만 막후에서 미-북 간 접촉과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들립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재건(rebuild)’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ought it was economic. I think that he is going back to his same playbook, the prospect of economic prosperity in exchange for making a deal on denuclearization.”

북한의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정책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22일 북한의 비핵화에 실패한 기존의 방식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24일에는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담화를 냈습니다. 김계관 고문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강조하며 연말까지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의 친분 관계에 기초해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담화는 양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실상의 정상회담 제의라고 미국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박사]”North Korean prefer to meet Trump directly…”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11월께 실무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추가 실무 협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미국과 정상회담 또는 ‘새로운 길’ 등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먼저 실무 협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문성묵 통일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박사]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을 한번 더 갖는 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사실 다급한 것은 북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을 앞두고 성과를 극대화하고 싶고..”

전문가들은 북한에게 열린 ‘기회의 창’이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2020년 대통령 선거는 내년 1월부터 본격 시작됩니다. 따라서 11월과 12월에 실무협상과 미-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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