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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버지니아대학교(2)


버지니아 대학교 내 앨더만 도서관.
버지니아 대학교 내 앨더만 도서관.

이 시간에는 미국의 대학들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동부 버지니아주에 있는 명문 주립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성의 산실, 미국 대학을 찾아서 오디오] 버지니아대학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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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1819년에 세워진 버지니아대학교는 흔히 '아이비리그(Ivy League)'라고 부르는 동부 명문 사립대학들에 비하면 외국에는 좀 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미 전국 주립대학 순위에서는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표적인 미국의 명문 주립대학교입니다.

미국의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세운 버지니아대학교는 2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데요. 특히 미국 역사상 가장 혼란한 시기였던 남북전쟁 시기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는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당시 버지니아주는 남북 전쟁의 격전지로서, 특히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근거지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그런 전쟁의 와중 속에도 멀쩡할 수 있었던 걸까요? 미국에서 38년간 대학 진학 상담과 교육을 해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의 도움말로 당시 상황 좀 살펴볼까요?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대부분의 남부 대학들이 남북전쟁 기간 동안 폐교됐지만, 버지니아대학교에서는 계속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전쟁 막바지에 이르면서 1865년 북부군 사령관인 조지 커스터 장군이 북부군을 이끌고 버지니아대학교가 있는 샬러츠빌(Charlottesville) 마을로 입성했는데요. 당시 버지니아대학교의 교수진, 지역사회 대표들이 버지니아대학교 캠퍼스에서 커스터 장군에게 탄원한 것이 받아들여져, 캠퍼스에 입성했던 북부군이 3일 만에 퇴각했습니다. 이로써 인근 지역에서는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에도 버지니아대학교의 교정은 무사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남북전쟁을 겪으면서 남부의 거의 모든 학교들은 잿더미로 변했지만 학교를 사랑하는 교수들과 주민들의 노력이 북부군 장군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버지니아대학교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고요. 이후 지역 사회의 재건 운동과 수많은 자선사업가들의 기증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뒤늦게 출발한 총장 체제"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은 총장 체제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버지니아대학교는 독특하게도 설립 후 100년 가까이 총장 없이 운영된 학교입니다. 그러다 1904년에야 처음 총장 체제로 전환했는데요. 초대 총장인 에드윈 엘더만은 오늘날의 버지니아대학교가 있기까지 설립자인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과 함께 거론되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남북전쟁 당시만 해도 대학 총장 체제가 아닌 대학 운영이사회 체제로 운영되던 버지니아대학교는 대학 설립 후 85년 만에 초대 총장을 영입했습니다. 버지니아주에 최초로 설립된 주립대학교 총장으로서,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버지니아주의 공교육 개혁을 주도했던 앨더만 총장은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지원 정책을 처음으로 버지니아대학에 도입했습니다. 1931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앨더만 총장이 27년간 재임하는 기간 동안 버지니아대학교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버지니아 대학교 상징물인 로툰다가 있는 센트럴 그라운드.
버지니아 대학교 상징물인 로툰다가 있는 센트럴 그라운드.

"학교 현황"

현재 버지니아대학교 샬러츠빌 캠퍼스에는 7개의 학부 단과대학을 포함해 총 12개의 대학이 있습니다. 학부에 1만 6천여 명이 재학 중이고요. 대학원에는 7천 명 넘게 재학 중인데요. 하지만 UC버클리나 미시간대학교 등 비슷한 위상의 주립 대학들에 비하면 학생 수가 많이 적은 편입니다.

그런가 하면 버지니아대학교는 대부분의 주립대학교와는 좀 다른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버지니아대학교가 미국의 다른 주립대학교들과 판이하게 다른 것은, 대부분의 주립대학교들은 80% 이상이 대학이 소재한 주의 주민들이 차지하는 데 비해, 버지니아대학교는 정책적으로 전체 학생의 3분의 2만 버지니아 주민으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다른 49개 주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배경과 환경,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버지니아대학교의 2017~2018년도 등록 현황을 보면 69%가량이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학생들이었고요. 31%가 버지니아주민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고요. 전체 재학생 중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계는 12% 정도였습니다.

버지니아대학교는 또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대학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97% 정도라는 것은 버지니아대학교에서 1년을 지낸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방 교육부의 통계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주립대학들에서 4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이 약 30%, 6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이 58% 전후로 알려져 있는데요. 버지니아대학교는 6년 만의 졸업률이 94%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단 1학년에 입학한 후부터 신입생들 대부분이 공부에 전념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버지니아대학교 학생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버지니아대학교 학생] "제가 버지니아대학교를 택한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버지니아대학교가 공동체를 강조하는 학교라는 점이었습니다. UVA는 규모가 큰 주립대학이긴 하지만 것은 크고 작은 공동체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공동체를 찾아 좋은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학교에 대한 평판이 좋기 때문에 좋은 직장을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생 지원내역"

계속해서 이번에는 버지니아대학교의 신입생 지원 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도움말입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2018년도 신입생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3만7천 명 정도 지원해서 9천800여 명이 입학 허가를 받았고 이 중에서 3천 822명이 최종 등록했습니다.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의 90%는 각 고교에서 상위 10위 안에 속했습니다."

"입학 지원 방식"

버지니아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조기 지원 또는 정기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버지니아대학교를 지원할 때 입학 허가를 받았어도 다른 대학으로 갈 수 있는 구속력 없는 조기 지원(early action)은 11월 1일까지 모든 제반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1월 말경에 입학 허가 여부를 통보받게 됩니다. 정기 지원(regular decision)은 1월 1일이 마감일이며 3월 말경에 입학 허가 여부를 통보를 받게 됩니다. 여러 명문대학이 각 주별로 지역 안배를 하는데요. 하지만 버지니아대학교는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고교 11학년까지 고교 최우수 성적을 유지했고, SAT나 ACT 같은 표준시험 등과 특별활동 등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실행했던 학생들이라면 구속력 없는 조기 지원 방식이 입학 사정 평가에 유리하다고 입학 사정국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2년 버지니아대학교 잔디밭에 '아너시스템(Honor System)' 150주년을 기념하는 판이 바닥에 설치돼 있다.
지난 1992년 버지니아대학교 잔디밭에 '아너시스템(Honor System)' 150주년을 기념하는 판이 바닥에 설치돼 있다.

"엄격한 학생 규칙, 아너시스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버지니아대학교의 '아너시스템(Honor System)'은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1842년 버지니아대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제도인데요. '아너(Honor) ', 명예로움을 존중해 학생들의 양심에 맡겨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고 하겠습니다.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의 도움말 좀 더 들어보시죠.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버지니아대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막론하고 모두 입학 전 ‘아너코드(Honor Code)’라는 것에 선서하게 됩니다. '아너코드'란 기본적으로 학생 윤리 장전 같은 것인데요. 요약하자면 거짓말하지 말고, 남의 것 훔치지 말고, 부정행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학교는 유난히 아너시스템이 강해서 만일 시험 보는 데 속임수를 썼거나, 남의 것을 보거나, 리포트를 쓰는데 인용 표시 없이 인용하면 학생들로 구성된 배심원 앞에서 재판을 받고, 부정행위 사실이 증명되면 학교에서 제적당할 만치 엄격한 양심지향 주의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워낙에 엄격하다 보니 논란도 적지 않고요. 부정행위에 따라 제적 외에 형벌을 좀 약하게 하려는 시도들도 종종 있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학교와 학생들의 명예를 지키는 매우 뜻깊은 전통으로 엄격히 지키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교육 전문가 손승호 씨] "표절은 매우 심각한 부정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표절 관념이 희박한 외국인 학생들이 주로 아너코드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몇 명의 아시안계 학부생들이 노트를 공유하면서 공동으로 시험을 준비하다가 시험 답안에 같은 표현을 써서 단체로 제적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법과대학원에서는 지난 2004년도에 한 학생이 졸업 논문 중 단 한 문단을 인용표시 없이 인용했다고 해서 졸업식 바로 전날 제적당할 만큼 버지니아대학교는 학생들의 정직성과 양심을 엄격히 요구하는 학교입니다."

네, 지성의 산실 미국대학을 찾아서, 시간이 다 됐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고요. 다음 시간에 또 다른 명문 대학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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