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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모래성 호텔...추억의 쾌속 레이스


모래 조각가인 맷 롱 씨가 쌓고 있는 모래성.
모래 조각가인 맷 롱 씨가 쌓고 있는 모래성.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늘 넘쳐납니다. 그렇다 보니 싸고도 좋은 호텔 방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요. 하룻밤에 30달러면 잘 수 있는 호텔이 문을 열었습니다. 가격만 특별할 뿐 아니라 외형도 아주 특별한데요. 바닷가에 가면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고 놀죠? 바로 그 모래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이라고 합니다. 과연 어떻게 이런 호텔이 탄생한 건지 뉴욕의 유명 휴양지 ‘코니아일랜드’를 찾아가 보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모래성 호텔...추억의 쾌속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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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모래성 호텔”

[현장음: 코니아일랜드]

뉴욕 브루클린 최남단에 위치한 코니아일랜드. 이곳은 뉴욕 시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원지입니다.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해변과 100년이 넘은 핫도그 가게 등 오래된 식당이 즐비한 해변 도로. 그리고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놀이 기구도 있는데요. 해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모래성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녹취: 맷 롱] “거기 붓을 좀 가져다주시겠어요? 붓이라고 해서 진짜 털이 달린 건 아니고요. 잔 모래를 털어주는 데 쓰는 겁니다. 벽돌을 표현한 부분이 잘 살아나도록 잔 모레들을 털어주는 거죠.”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모래 조각가인 맷 롱 씨가 만들고 있는 이 모래성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모래성 수준이 아닙니다. 실제 집 만한 크기에, 지붕과 창문 그리고 벽돌 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성이자 숙박객이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이 모래성 호텔은 하룻밤 묶는 비용이 세금을 제외하고 29달러에 불과합니다.

[눅취: 폴 가이거트] “1880년대 이곳 코니아일랜드에 코끼리 모양의 외형을 갖춘 큰 숙박시설이 있었습니다. 100여 년 전에 어떻게 그런 호텔이 있었을까 싶지만, 사실 코니아일랜드엔 딱 맞았습니다. 과거부터 코니아일랜드는 그런 기발함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모래성 바로 옆에 있는 유원지 직원인 폴 가이거트 씨의 설명대로 코니아일랜드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녹취: 맷 롱] “뭔가 예술적 영감을 받고 싶다고요? 그럼 해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모래 조각가 맷 씨도 코니아일랜드에서의 작업을 무척 즐기고 있었습니다. 맷 씨는 건축가로서 다른 건축물도 많이 만들었지만, 모래 조각을 하면서 모래의 내구성이 꽤 크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맷 롱] “우리 딸이 어릴 때 함께 해변을 거닐면서 아이들이 쌓아 놓은 모래성을 보곤 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나도 한번 모래성을 쌓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우리 딸은 관심도 안 보였는데, 제가 오히려 더 모래성에 푹 빠져버린 겁니다.”

이후 맷 씨는 모래 조각가들로부터 모래 조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맷 씨에게 기술을 전수한 모래 조각가 매튜 디버트 씨는 지금도 롱 씨의 작업을 돕고 있었습니다.

[녹취: 매튜 디버트] “저는 다음 주말에 아내와 모래성 호텔에 묵으려고 이미 예약을 했습니다. 모래성 안에서 주말을 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지지 않나요?”

롱 씨의 모래성 호텔은 외부는 물론 모래이지만, 내부에는 바닥도 깔려있고 또 침대와 식탁 등 각종 가구도 갖추고 있습니다.

[녹취: 맷 롱] “저는 물에 종이 풀을 섞어요. 모래로 만든 벽면에 그걸 뿌립니다. 이렇게 해주면 모래가 돌처럼 굳어지면서 내구성이 아주 좋아집니다.”

이렇게 지어진 모래성은 1년은 끄떡없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건축물과 비교하면 빨리 허물어지는 거지만, 맷 씨는 섭섭하기보다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되새기게 해준다고 했는데요. 잠시 있다 사라질 모래성 호텔은 조각가에게도, 또 모래성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숙박객들에게도 특별한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미 남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열린 ‘남동부 노스탤지어 드래그 레이싱’ 대회에 참가한 차가 전력질주하고 있다.
미 남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열린 ‘남동부 노스탤지어 드래그 레이싱’ 대회에 참가한 차가 전력질주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추억의 쾌속 레이스”

스포츠카를 이용해 속도를 겨루는 자동차 경주는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입니다. 특히 오랜 자동차 역사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을 가진 미국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경주 대회도 있는데요. 미국 남부에 가면 사람들이 직접 조립한 차로 실력을 겨루는 소규모 대회들이 여전히 인기라고 합니다. 대배기량 엔진을 얹어 개조한 구형 자동차로 단거리 직진 속도를 겨루는 일명 ‘드래그 레이스(Drag Race)’도 그중 하나인데요. 미 남부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열린 ‘남동부 노스탤지어 드래그 레이싱’ 대회를 찾아 가보죠.

[현장음: 노스탤지어 드래그 레이싱]

대배기량 엔진 소리로 시끄러운 이곳은 드래그 레이싱, 즉 쾌속 경주대회 현장입니다. 오래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자동차들이 하나, 둘 몰려드는데요. 차에서 내리는 운전자들은 대부분 머리가 흰 노신사들입니다.

[녹취: 로버트 워커]
“우리 대회에 참석하는 회원들은 다들 오래된 구형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달렸던 차들을 개조해서 다시 대회 무대로 끌고 오는 건데요. 본인이 직접 개조한 차를 사람들 앞에 선보이기도 하고, 시력도 겨루는 겁니다.”

대회 참가자들이 얼마나 차를 애지중지하며 닦고 또 닦았는지, 대회에 출전한 차들은 60년대 달렸던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 차처럼 깨끗합니다.

[현장음: 노스탤지어 드래그 레이싱]

서로 안부도 묻고, 개조한 차도 구경하는 참가자들. 다들 자동차 경주에 한두 번 참가한 솜씨가 아닌 듯합니다.

[녹취: 로버트 워커]
“저는 평생을 자동차 경주와 함께했습니다. 제가 워낙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고 또 뭐든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자동차 대회에 나갈 차도 제가 직접 개조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취미인데요. 사실 큰돈은 안 되는 취미이지요. 뭐, 돈이 좀 된다고 해도, 제가 자동차에 쏟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로버트 씨는 ‘57년산 쉐보레’라는 구형 모델을 인터넷에서 찾아 8천 달러를 주고 구입했고, 차 앞쪽에 대배기량 엔진을 얹어 경주차로 개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주용 차로 개조하고 나면 엔진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동네에서 타기는 무리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렇게 대회가 있을 땐 큰 트럭에 차를 싣고 온다고 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워커]
“우리 그룹에는 회원이 50명쯤 있습니다. 테네시주는 물론이고요.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등 남동부 지역 주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나이대도 다들 저와 비슷하고요. 저처럼 평생을 자동차에 미쳐 사는 친구들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20대 여성 브리아나 러셀 씨인데요. 브리아나 씨는 쟁쟁한 중년 참가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당찬 여성입니다.

[녹취: 브리아나 러셀]
“저도 평생을 자동차 경주와 함께했어요. 제가 처음 자동차 경주 대회 구경을 갔을 때가 생후 6주 때였다고 하니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늘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어요. 요즘 도로에서 보기 힘든 오래되고 특이한 차를 개조해 경주하는 게 너무 멋지잖아요.”

브리아나 씨의 아버지는 여자라고 해서 차별 대우를 한 적이 없으셨고, 브리아나 씨 역시 남자도 하는 걸 내가 못 할 건 없다는 생각으로 자랐다고 합니다.

[현장음: 대회 시작]

첫 번째 대결에서 로버트 씨와 브리아나 씨가 맞붙었습니다. 세대 차이가 조금 있지만, 좋은 경기를 펼쳐 보자며 힘차게 출발합니다.

경기의 승자는 브리아나 씨. 두 사람은 좋은 경기였다며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다른 차와의 대결에서 계속 이긴 브리아나 씨는 결국 결승전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대회 1등은 브리아나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녹취: 브리아나 러셀]
“대회에서 우승해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아주 쉽게 이겼어요. 살면서 최고로 좋은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닐까 싶네요. 게다가 600달러나 되는 우승 상금까지 받았어요!

우승 상금과 트로피를 들고 자신이 경주한 차 앞에서 멋지게 포즈를 취하는 브리아나 씨. 미국의 오랜 전통인 자동차 쾌속 경주는 이렇게 세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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