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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2인용 자전거...가격표가 없는 파머스마켓


뉴욕시 민간단체 ‘인탠덤(InTandem)’의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뉴욕시 민간단체 ‘인탠덤(InTandem)’의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확 사라진다고 하죠? 그런데 이렇게 자전거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인데요. 뉴욕시의 민간단체인 ‘인탠덤(InTandem)’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전거 타기의 기쁨을 주기 위해 2인용 자전거 타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시각장애인을 위한 2인용 자전거...가격표가 없는 파머스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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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달리는 2인용 자전거”

뉴욕시에 살았던 아티 엘러펀트 씨는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력을 잃게 됐고 자전거를 타기 힘들어지자, 친구들의 도움으로 탠덤이라고 부르는 2인용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엘러펀트 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친구들은 2인용 자전거 20대를 준비해 비영리 단체 ‘인탠덤’을 결성했습니다.

[현장음: 뉴욕시 인탠덤 행사장]

뉴욕시의 한 공원. 인탠덤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전거 전용 도로에 모였습니다. 뒤에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어떻게 운전을 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요. 이들 자원봉사자는 자신들이 맡은 시각장애인을 태우기에 앞서, 잠깐 눈을 감고 페달을 밟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때 어떤 기분인지를 느껴보기 위해서 입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신이 태울 시각장애인을 배정받습니다.

[현장음: 뉴욕시 인탠덤 행사장]

자원봉사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뉴욕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IT 기술자도 있죠.

[현장음: 뉴욕시 인탠덤 행사장]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니 이전에 같이 탔던 짝과 다시 또 만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요. 시각장애인들이 뉴욕시 곳곳을 달리는 동안 안내견 역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립니다.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수전 제니스 씨는 인탠덤 덕분에 종종 이렇게 자전거를 타러 온다고 했습니다.

[녹취: 수전 제니스] “처음엔 2인용 자전거를 탈 때 긴장이 많이 됐어요. 누군가의 손에 저를 완전히 맡겨야 하잖아요. 앞에 앉은 사람을 의지한 채 페달을 밟는 게 사실 좀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타서 인지 이제는 여유가 보이는데요. 오늘 수전 씨와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는 벤 겐트 씨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두 사람. 벤 씨는 수전 씨의 의자 높이를 확인하고는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합니다.

2인용 자전거를 타고 함께 달리는 30분 동안 벤 씨는 오래전 시력을 잃은 수전 씨가 자전거를 탔을 때의 기분을 되살릴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녹취: 벤 겐트] “지금 왼쪽 편 잔디밭에선 사람들이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다시 보니 야구가 아니라 소프트볼을 하고 있네요.”

[녹취: 벤 겐트] “평소에 저 혼자 공원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당연히 눈으로 보는 걸 묘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분과 함께 달릴 땐, “저기 나무가 있어요. 강아지가 달리네요.” 이런 식으로 말씀을 꼭 해 드려요. 그럼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녹취: 수전 제니스] “2인용 자전거를 타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니까요!”

지난 2013년 시작된 비영리단체 ‘인탠덤’은 현재 6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400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들과 자전거 타기의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여름 동안엔 열심히 장애인들과 자전거를 타고 또 겨울 동안엔 새로운 장비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며 그 다음 해 여름을 준비합니다.

버지니아 워렌튼의 무인 파머스마켓에서 손님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버지니아 워렌튼의 무인 파머스마켓에서 손님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가격표 없이 신용으로 거래하는 파머스마켓””

대형 식료품점이 많은 미국에서도 파머스마켓, 즉 농산물 직판장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농부들이 직접 농사지은 과일이나 채소, 혹은 직접 만든 빵이나 잼 등을 파는 파머스마켓은 지역에서 난 신선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런데 버지니아 교외지역인 워렌튼에 가면 조금 특별한 파머스마켓이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워렌튼 파머스마켓]

가판대 위에서 사람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파는 사람도 없고, 가격표도 없는데요. 파머스마켓을 찾은 손님들은 맘에 드는 걸 고른 후 자그마한 상자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돈을 넣고 가면 된다고 합니다.

[녹취: 린다 라이트] “처음에 와보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용이 있는 곳이 또 있나 싶었죠. 가게 주인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원래 가격보다 오히려 더 물건값을 많이 쳐주고 싶었습니다.”

신용으로 운영되는 이 파머스마켓은 앨빈 헨리 씨가 아들과 함께 지난해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토마토랑 옥수수 50여 개로 조촐하게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규모가 배로 커지면서 더 다양한 농산물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녹취: 앨빈 헨리] “원래 토마토와 옥수수 농사를 좀 했습니다. 그러데 여분이 남길래 제 사무실 앞에 자그마한 가판대를 만들어 남은 것들을 팔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제가 가판대 앞에 온종일 있을 수가 없어서 상자를 하나 갖다 놓고는 손님들한테 원하는 만큼 돈을 넣고 가라고 했죠.”

앨빈 씨가 사는 지역에선 이렇게 농사를 짓는 사람도 많고 또 여름이나 가을 동안 농산물을 취급하는 파머스마켓도 흔하게 열리는데요. 앨빈 씨는 부동산감정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고, 또 남은 것을 처리할 요량으로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직원을 고용하거나 가게를 지키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손님들]

손님들은 스스로 가격을 정할 수 있으니 이것처럼 좋은 게 또 어디있나며 좋아했고요.

달걀을 사고 상자에 돈을 넣은 이 손님은 이번에 돈을 좀 적게 넣었다 싶으면, 다음 번에 돈을 더 넣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앨빈 씨는 파머스마켓을 운영하며 돈이 적게 들어왔다고 생각되는 때는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녹취: 앨빈 헨리] “사람들이 돈을 내고 갈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잘 운영돼서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가격표가 없는 데도 예상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올 때도 있어요.”

앨빈 씨와 아들 존 씨는 부동산 일보다 오히려 농사와 파머스마켓 운영에서 더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녹취: 존 헨리] “이 지방 특징인지 미국 시골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지역 주민들 사이에 신뢰도가 매우 높은 것 같습니다."

앨빈 씨는 절도 행위는 문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요. 사람들이 물건을 슬쩍 하는 것보다 지역에 사는 곰들이 훨씬 더 많이 훔쳐 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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