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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판지 보트 경주대회...농촌을 배우는 주 축제


미국 버니지아주 레스톤의 앤 호수에서 열린 '레가타' 경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출전한 배를 타고 노를 젓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레가타(Regatta)’라는 운동 종목이 있습니다. 노를 저어 배의 속도를 겨루는 수상경기로 일종의 보트 경기인데요.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선 매년 아주 독특한 레가타가 열리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종이 판지로 만든 배를 타고 실력을 겨룬다고 하는데요. 상상력과 기술력을 동원해 얼마나 물에 오래 떠 있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버지니아주 레스톤으로 가서 이 독특한 보트 경주대회를 만나보시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판지 보트 경주대회...농촌을 배우는 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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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판지 보트 경주대회”

평소 조용하기만 한 레스톤의 앤 호수가 많은 사람으로 북적입니다. 오늘은 앤 호수에서 판지 보트 경주대회가 열리는 날. 150명의 참가자 직접 만든 종이배를 들고 모였는데요.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행사이지만, 참가자들은 우승하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경기를 응원하러 온 2천여 명의 사람들은 작은 호수 마을이 떠나가라 응원합니다.

참가자들은 종이로 만든 배로 얼마나 빨리 그리고 오래 달리는지 겨루는데요. 행사를 기획한 ‘레스톤 유적지 박물관’의 커트 로즈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커트 로즈] “대회의 공식 이름은 ‘레이크 앤 판지 보트 레가타’입니다. 판지와 접착력이 강한 덕 테이프로 만든 배를 사람들이 실제로 조정하며 경주하는 대회인데요. 올해로 3회째를 맞았습니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과 소상공인들, 비영리 단체 등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보고자 했고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판지 보트 경주대회입니다.”

커트 씨의 설명대로 참가자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교사, 성직자, 직장인, 미술가 등 직업도 가지각색이고요. 10대 청소년부터 중년까지 나이대도 다양합니다.

올해는 총 73개 판지로 만든 배가 등록했는데요. 55척 만이 참가 기준에 맞아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참가 기준은 판지와 덕 테이프, 풀, 방수 페인트와 코팅제만 사용한 배라고 하네요.

참가자들은 이런 제한적인 재료를 가지도 자기만의 개성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녹취: 샘] “판지로 만든 배를 타고 경주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친구와 의기투합해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죠. 1회부터 올해까지 3회 연속 참가했고요. 계속 같은 배로 대회에 나왔는데요. 올해는 배에 뭔가 새롭고 향상된 기능을 더해보자 싶어서 배 중앙에다 외륜 그러니까 돌아가는 노 바퀴를 달아봤어요.”

그런가 하면 지역 교회에서 출전한 팀은 배에 종교적인 색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틴] “우리는 이곳 레스톤에 있는 교회에 다니는데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주제로 해서 배를 만들어 봤어요. 교회 친구 몇 명이 같이 모여서 만들었는데요. 일단 판지를 기본으로 테이프와 페인트를 이용해, 나무로 만든 큰 배인 방주의 형상을 만들었고요. 또 방주 안에 탔던 동물들을 상징하는 그림도 만들어 붙였는데요. 경기를 마치고 났더니 종이 동물들은 다 떨어지고 없네요.”

참가자들의 배를 보면 판지로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들 훌륭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용 모양의 배부터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 모양의 배, 만화의 주인공이 그려진 배, 유명한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갖다 붙인 배도 있습니다. 행사 기획자인 커트 씨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든, 훌륭한 작품도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커트 로즈] “보시면 굉장히 잘 만들 배들이 몇 척 보일 겁니다. 그중 하나가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인 ‘비틀스’를 주제로 한 배인데요. 선체 두 개를 연결한 큰 쌍동선을 노란색 잠수함처럼 칠하고, 배의 양면에 비틀스 단원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겁니다. 정말 훌륭하죠? 이 팀은 경기할 때 비틀스의 노래 ‘노란 잠수함’을 틀 예정입니다.”

보기엔 이렇게 훌륭하지만, 배의 노를 젓는 건 쉽지 않습니다. 종이로 만든 배이다 보니까 사실 언제 물에 빠질지 모른다고 하네요.

대회 참가자들은 배를 조종하는 게 힘들어도 정말 재미있고, 한 번쯤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고 했고요. 또 배가 어떻게든 물에 떠 있기만 바랐는데 끝까지 잘 떠서 갔고 결국 상대편 배를 이겼다며 기뻐하는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대회는 여러 부문에서 우승팀을 가리는데요. 물에 빠진 배도 상을 준다고 합니다. 100여 년 전 영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다 침몰한 호화 유람선, ‘타이태닉’호를 기념해 가장 극적으로 물에 빠진 배를 뽑아 ‘타이태닉 상’을 수여 한다고 하네요.

미국 메릴랜드 티모니움에서 열린 ‘스테이트 페어(State fair)’에서 어린 소녀가 어미 젖을 물고 있던 새끼 돼지를 만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티모니움에서 열린 ‘스테이트 페어(State fair)’에서 어린 소녀가 어미 젖을 물고 있던 새끼 돼지를 만지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농촌의 삶을 배우는 주 축제, 스테이트 페어(State Fair)”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잘 못 할 겁니다. 대형 상점에서 대부분 잘 다듬어진 식자재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으니 말이죠. 이런 도시 아이들에게 매년 여름철에 열리는 ‘스테이트 페어(State fair)’, 주 지역 축제는 농촌의 삶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메릴랜드주 축제가 열린 티모니움시에서도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시골 체험을 하며 축제를 즐겼습니다.

[현장음: 메릴랜드 주 축제]

비가 내리는 티모니움의 주 축제 현장. 궂은 날씨 때문인지 놀이 기구가 돌아가는 야외 행사장은 한산합니다. 하지만, 실내 행사장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며 축제 분위기로 넘쳐나는데요. 간이로 만든 가축 우리에는 도시에선 보기 힘든 각종 동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장음: 아이들]

원래 소와 돼지를 좋아한다는 이 소년은 동물들을 실제로 보고는 신기해했고요.

특히 새끼를 밴 동물들이 출산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건 도시 아들에겐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현장음: 아이들]

돼지가 새끼를 낳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는 걸 알았다는 이 소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크리스 게이브리얼 씨는 주 축제에 손주들을 데리고 온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 게이브리얼] “저는 우리 손주들이 농촌에 대해 좀 배웠으면 해서 주 축제에 데려왔습니다. 시골에는 농장도 있고, 삼림 지대도 있고, 또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이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죠. 특히 4-H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4-H 운동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농촌 운동인데요. 명석한 머리를 뜻하는 Head, 충성스러운 마음인 Heart, 부지런한 손인 Hands, 건강한 몸인 Health의 첫 자를 따 4-H라고 부르는 이 운동은 청소년들이 여러 활동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건강한 삶과 농업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청소년 교육 운동입니다.

4-H에 소속된 청소년들은 자신이 습득한 기술을 사람들 앞에서 직접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4-H 청소년 프로그램 개발자 크리스 앤더슨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크리스 앤더슨] “주 축제는 4-H 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식물을 가져오기도 하고 또 직접 훈련한 동물을 데려와 사람들 앞에 선보이기도 하죠.”

4-H 회원인 레슬리 포트필드 씨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를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녹취: 레슬리 포트필드] “많은 사람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또 농촌에서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촌에서 키우는 동물들과 직접 교감해보도록 하고요. 또 어떻게 농산물을 수확하는지, 가축에서 고기는 어떻게 얻는지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농촌 인구는 약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주 축제는 미국인들이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는데요. 무엇보다 사람들은 농부와 축산업자들의 노력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요. 또 4-H 운동에 속한 농촌 지역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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