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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시골 마을의 중고 거래 라디오...양로원의 장학생들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에서 방송 되고 있는 중고 매매 라디오 방송 ‘스왑샵(Swap Shop)’ 진행자인 코리 앤더슨 씨가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중고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베이’나 ‘크레이그리스트’라는 사이트 등을 통해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팔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내놓은 중고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기도 하죠. 그런데 미국의 시골 지역에선 라디오를 통해 중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십 년 전에 시작된 중고 매매 라디오 방송이 여전히 큰 인기라고 하네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시골 마을의 중고 거래 라디오...양로원의 장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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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미국 시골 마을의 중고 거래 라디오”

미국 중서부에 있는 네브래스카주에는 대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네브래스카주 서부에 있는 오갈랄라시 역시 조용한 시골 마을인데요. 이곳 사람들은 아침 9시만 되면 라디오를 켭니다. 최고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스왑샵(Swap Shop)’, 즉 ‘중고품 가게’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녹취: 스왑샵 방송 오프닝] “팔 것, 빌려줄 것, 교환하거나 주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전화해 주세요!”라는 방송 시작 멘트에 사람들은 라디오 볼륨을 높입니다.

이윤 추구나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매매할 수 없다는 안내에 이어 방송의 진행자인 코리 앤더슨 씨가 소개됩니다.

[녹취: 코리 앤더슨] “저는 ‘스왑샵’ 방송을 28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을 통해 사람들은 필요 없는 물건을 아주 쉽게 처리하거나 팔 수 있습니다. 생방송 중에 전화를 해서, 팔고자 하는 물건이 뭔지 설명해주고, 전화번호만 남기면 되죠. 그리곤 관심 있는 사람의 전화가 걸려 오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매일 아침 스왑샵을 애청하는 모건 맥긴리 씨도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모건 맥긴리] “코리 씨 안녕하세요? 저는 부시 가족을 위한 서랍장을 찾고 있어요. 혹시 서랍장을 주실 수 있는 분은 전화해 주세요. 제 전화번호는요…”

이렇게 사연을 남기곤 스마트폰을 내려놓습니다. 다음 청취자의 전화 연결이 되고 바로 얼마 후 모건 씨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녹취: 모건 맥긴리] “저는 얼마 전 집을 잃은 우리 이웃, 부시 씨 가족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어요.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게 다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아직 구하지 못한 것들은 이렇게 '스왑샵' 방송에 전화해서 찾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랍장을 요청했는데, 가구 대여하는 분이 전화해서는 가구가 많다고 주겠다고 하시네요. 이따 오후에 한번 가 보려고요.”

사연을 남기고 거의 2분 만에 서랍장을 구한 모건 씨. 어쩔 땐 라디오 방송을 타고 난 후 전화가 빗발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스왑샵 방송을 내보내는 ‘아이허트미디어(iHeartMedia)’ 덴버 지구의 모 스컴 국장은 스왑샵이 방송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모 스컴] “저는 스왑샵이 왜 이렇게 인기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처리하기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요. 또 워낙 오랫동안 방송이 됐다 보니까 청취자들이 진행자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인 것 같습니다.”

30년 가까이 진행해온 코리 씨는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 다들 이웃이자 가족 같다고 했습니다.

[녹취: 코리 앤더슨] “저는 우리 청취자들을 무척 신뢰합니다. 대부분 같은 지역에 사는 분들이고요. 청취자분들도 서로를 다 믿고 거래를 하죠. 정직과 신용이 없이는 사람들이 하는 말만 듣고 물건을 사거나 팔순 없을 테니까요.”

애청자 모건 씨는 이런 라디오 중고 매매 방송이야말로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전통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모건 맥긴리] “이 지역엔 나이 든 분들도 많고, 대부분 농사일을 하세요. 또 이 지역이 농경 지대이다 보니 인터넷 서비스도 원활하지 않고요. 모든 사람이 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라디오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 다들 같은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라디오의 매력인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을 들어보면 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중년층으로 2~30대 청취자는 이제 많지 않다고 합니다.

워낙 청취자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송이라서 그럴까요? 듣다 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고 하는데요. 그냥 대화할 사람이 필요해서 매일 방송에 전화 연결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똑같은 내용으로 전화해 진행자인 코리 씨와 대화를 시도한 여성도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모 스컴] “방송으로 감당이 안 되는 전화들도 있었습니다. 차마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선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래서 생방송이긴 하지만, 실제 청취자들에겐 몇 분 늦게 방송을 내보내는 ‘딜레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웃음과 정보를 주며, 돈까지 벌 수 있게 해주는 라디오 중고 거래 라디오 방송. 오갈랄라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버지니아 ‘에릭슨 리빙 은퇴 노인 시설(Erickson Living retirement community)’의 근로 장학생 프레드릭 로이 마르케스 군이 노인들의 아침 식사시간에 서빙을 하고 있다.
버지니아 ‘에릭슨 리빙 은퇴 노인 시설(Erickson Living retirement community)’의 근로 장학생 프레드릭 로이 마르케스 군이 노인들의 아침 식사시간에 서빙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양로원에서 일하는 청소년 장학생들”

은퇴한 노인들이 노후를 보내는 곳이 양로원인데요. 어떤 양로원은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도와주며 장학금을 받는다는데요. 올해에만 벌써 30명 이상의 학생들이 각각 1만 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네요. 미국 내 11개 주에 시설을 운영하는 ‘에릭슨 리빙 은퇴 노인 시설(Erickson Living retirement community)’의 버지니아 스프링필드 지점을 찾아가 보죠.

[현장음: 에릭슨 리빙 양로원]

에릭슨 리빙 양로원의 아침 식사 시간, 백발의 노인들이 식탁에 앉자 젊은 청년이 음료를 가져다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프레드릭 로이 마르케스 군은 양로원에서 일하는 장학생 가운데 한 명입니다.

[녹취: 프레드릭 로이 마르케스] “저희 조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그렇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랑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무척 부러웠죠. 그런데 여기에서 일하면서 저도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노인분들 중에 가족이 없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분들껜 우리 장학생들이 가족이 되어드리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필요를 살뜰하게 챙기는 프레드릭 군을 노인들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녹취: 샐리 프리쳇] “학생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일합니다. 학교에서든 이곳 양로원에서든 매사에 적극적이에요. 아주 훌륭한 친구들입니다.”

에릭슨 리빙 양로원의 코트니 벤호프 씨는 이렇게 노인 시설에서 학생들이 일하는 걸 ‘장학 프로그램’으로 부른다고 했습니다.

[녹취: 코트니 벤호프] “우리 ‘장학 프로그램’은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분들이 여기서 일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입니다. 학생들의 봉사나 도움에 감사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이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양로원에 거주하는 로이 오코너 씨는 학생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녹취: 로이 오코너] “우리 양로원은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해요. 특히 여기서 일하는 학생들 가운데는 처음으로 일해보는 친구들도 많은데 다들 열심히 잘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을 시작해서 졸업할 때까지 일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프레드릭 군은 거의 매일 노인들과 만나다 보니 가까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소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양로원에서 일하는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라고 했습니다.

[녹취: 프레드릭 로이 마르케스]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은 다들 굉장히 독립적이세요. 그리고 얼마나 젊어 보이시는지 몰라요. 어르신들 연세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니까요? 한번은 연세를 여쭤봤는데 아흔 살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뭐라고요? 예순 살밖에 안돼 보이세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놀리지 말라며 좋아하셨죠. 다들 얼마나 활동적이신지 단체 여행도 자주 가시고요. 저보다 외출을 더 많이 하신다니까요!”

노인들은 학생들을 통해 활력을 얻고, 학생들을 노인들을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양로원. 학생들은 장학금 외에 더 큰 사랑과 지혜를 얻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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