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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 태풍 ‘링링’비상회의 소집…“민심 챙기는 정상국가 이미지 부각”


7일 평양 시민들이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거세진 비바람을 우산으로 막고 있다.

북한이 태풍 ‘링링’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재난방송을 내보내는 등 보기 드문 행보에 나섰습니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며, 재난관리 역량도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입니다.

북한은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제 13호 태풍 ‘링링’으로 지금까지 사상자 8명이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번 태풍으로 지금까지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습니다. 또 460여 가구와 공공건물 15동이 부서지고 침수됐으며 농경지 458 제곱킬로미터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특히 보기 드물게 속보식으로 재난특보를 내보내며 태풍의 진로, 피해 상황을 전했습니다. 전기, 철도와 같은 기반시설에 대한 복구와 예방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피해 지역에는 인민군을 투입해 빠른 피해 복구에 들어갔다고 강조한 겁니다.

방송은 또 김정은 위원장이 태풍 상륙 전인 6일 오전,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 대책 마련을 위해 중앙군사위를 소집한 적은 있지만, 재해를 앞두고 군사위를 소집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를 두고 민심을 챙기는 정상국가 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사랑하고 보호하려 한다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북한이 실제적으로 이런 재난 방송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아 왔는데 재난 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센터장은 9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은 국민을 사랑하는 여느 나라의 지도자와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복구의 성과를 내세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국가적 위기관리를 하는 지도자이며 이 모든 상황에서도 솔선수범해 대응하는 모습을 부각해 주민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겁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소장은 북한이 과거와 달리 가뭄 등 자연재해와 관련한 보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민심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재해는 북한 정권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우정엽 소장] “자연재해라는 것은 김정은의 귀책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에 대해서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러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 소장은 정상적으로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례적인 재난방송을 내보낸 것일 수도 있지만, 북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자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내부 정치용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재난 관리 역량을 과시하며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주민 결속에 나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가을 추수기와 맞물린 이번 태풍이 북한 식량난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가 나오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 이르다면서도 태풍 ‘링링’이 아니더라도 이미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은 예측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링링’은 비보다 바람 피해가 컸다며, 북한 작황에 부정적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식량난의 주범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식량난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북한의 2대 작물인 옥수수와 벼 피해인데, 해당 농작물 모두 바람에 쉽게 꺽이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옥수수는 지금 막 수확이 이뤄지는 시기인데, 옥수수는 쓰러진다 하더라도 잘 쓰 러지지도 않지만, (이번 태풍이) 작황에 거의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고요. 옥수수는 지금 다 익은 상태니까 쓰러진다 해도 비가 많이 와서 물에 잠긴다면 큰 피해가 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아니고 그냥 바람 피해니까요. 벼는 지금 꽤 알이 굵어서 안에 쌀이 차 있는 상황인데, 만일 쓰러져 버리면 수확량이 좀 줄고 품질이 일단 좀 떨어지겠죠. “

권 원장은 다만 북한은 가뭄과 폭염, 태풍 등 만성적 자연재해 피해국인데다가, 특히 올해 강수량은 지난 37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며, 이번 태풍이 직접적 원인이 되지는 않아도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가 올 여름 위성을 통해 본 북한의 초목 상태를 공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7월, 8월 위성을 통해 소위 전반적인 북한의 ‘베지테이션’을 봤는데, (이는) 얼만큼 식물이 잘 덮여 있는지 (보는 겁니다.) 잘 덮여 있지 않으면 식물이 상당히 피해를 받았다는 건데 그 부분도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한편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태풍 ‘링링’ 피해 복구 지원과 관련해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간 소통을 통한 대북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에 상주하는 재해 재난 관련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피해 상황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태풍 피해 규모를 집계해 보도하고 있다며, 지금은 구체적인 피해 상황 보도를 면밀히 파악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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