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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북 대화 ‘안갯속’… “북, 대미전략 변화 없어...권력 강화 필요한 듯”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가 열렸다.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내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해 한국 전문가들은 대미 협상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미-북 대화 전망도 어둡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입니다.

이례적으로 넉 달 만에 또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상했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관련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30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의 불참 하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외 메시지가 없었던 것은 북한의 입장이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과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당분간 대미, 대남 압박을 이어가며 연말까지 지켜보겠다는 기조로 읽힌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미국과 당장 대화를 재개하는 대신 관망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지금 한-일 관계 좋지 않죠, 또 지소미아로 한-미 관계 좋지 않아지려고 하죠. 이건 북한에게 기회의 요인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태를 관망하면서 어차피 연말까지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그 때 가서) 그에 따른 행보에 나서겠죠.”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하며 대화 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설정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인연구원도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 방향에 큰 전환이 없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최고인민회의를 넉 달 만에 다시 연 배경에는 내부 정치적 요인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혔다면 이 시점에 돈과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며, 김 위원장의 내부적 입지가 약화했음을 나타낸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원] “지금 저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굳이 이 시점에 치러야 했냐는 의문이 들거든요. 뒤집어 얘기하면 사실 국무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미 김정은 체제는 정착이 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을 더 집중시키는 행보를 보인 것이거든요.”

대내외적 압력과 위협에 직면한 김 위원장이 아직도 권력 강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보인다는 게 조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미-북 대화는 6개월 넘게 멈춰 섰고, 여전히 대북 제재 국면이 이어지는 만큼 북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이튿날인 30일, 이번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위원장의 법령공포권과 대사 임명 권한을 추가하고, 국무위원회의 법령, 정령 개정 권한을 부여해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권한을 한층 강화한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장의 법적 지위가 더욱 공고히 되고, 국가사업 전반에 대한 위원장의 유일적 영도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흔치 않은 시점에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미국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대화 준비를)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있거든요. 원래는 이번에 인사 개편을 통해 최선희가 외무상으로 승격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것을 계기로 미국 측과 곧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을까 했는데, 일단 추석을 전후해서 대미 접촉이 있지 않겠나 싶어요. 북한도 사실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적어도 9월 초, 중순에는 미-북 접촉이 이뤄져야 북한이 설정한 대화 시한 틀에도 맞아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회의에서 대내외적 메시지, 당초 예상됐던 인사 개편 등 주목할 만한 발표는 아직 없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미-북 대화를 앞둔 준비 작업의 일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욱 한국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위원장의 권한이 강화된 이번 회의 결과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북한의 대미 대외 전략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권력이 강화됐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전처럼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겠다 이렇게 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아니면 자력갱생을 통해 제재에도 굳건히 가고 그러면서 북한 내부를 확실하게 통제하겠다. 즉, 미국과 대화가 없어도 미국의 제재를 견디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그러한 형태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만 향후 미-북 대화 재개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셈법을 바꾸면서까지 북한과 대화하려 할지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그랬다가 미국 국내적으로 왜 그런 ‘나쁜 딜’을 했느냐는 여론이 일면 오히려 대선 국면에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북한이 원하는 딜에 맞춰 미국이 딜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요.

게다가 북한 역시 미국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실무 협상에 나서는 것은 김 위원장의 권력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분간 진전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위축된 김 위원장의 입지를 만회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북한도 지금 상황에서 선뜻 대화에 나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미-북 정상들이 원한다면 추가 정상회담은 이뤄질 수 있지만, 비핵화 합의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는 한, 미국 대선이 열리는 내년까지는 지금의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김 센터장] “이란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기존의 협상을 이란에서는 파기하고, 새로운 협상을 추진 중인데, 이란이 협상하지 않으면 그냥 두고, 이란이 또 긴장을 고조하면 거기에 맞춰 나름대로 봉쇄, 억제하죠. 북한도 비슷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 센터장은 이어 최근 북한은 잇달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확장억제력을 실험하고, 양국 반응을 살펴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미-북 간 물밑 접촉에서 어떤 결과도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북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은 협상 카드로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미 메시지를 누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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