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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글로벌펀드 “대북 지원 활동 재개 논의...북한 결핵 방치, 한국 공중보건에 위협”


27일 서울에서 '말라리아와 결핵 퇴치를 위한 고위급 심포지엄'이 열렸다.
27일 서울에서 '말라리아와 결핵 퇴치를 위한 고위급 심포지엄'이 열렸다.

글로벌 펀드가 북한의 결핵 퇴치 등 대북 지원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감염병 방치는 결국 한국 보건안보에 위협을 줄 것이라며 예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결핵과 에이즈, 말라리아 퇴치 활동을 벌이는 국제협력기구 글로벌 펀드가 지난해 잠정중단했던 대북 지원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펀드의 결핵담당 코디네이터는 27일 서울에서 열린 ‘말라리아와 결핵 퇴치를 위한 고위급 심포지엄’에 참석해, 대북 의료 지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 주 안에 최종 결정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부와도 다양한 우려사항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펀드는 지난 2010년부터 북한의 결핵과 말라리아 환자 치료, 예방을 위해 자금 1억 달러를 지원해 왔지만, 지난해 이를 중단했습니다.

북한의 ‘독특한 환경’ 때문에 지원 물자의 배급과 효율성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피터 샌즈 글로벌 펀드 사무총장도 북한 주민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이 검증에만 동의하면 지원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북한에 제대로 된 결핵과 말라리아 진단, 신약 제공이 이뤄지지 못해 보건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주민의 결핵 감염 실태는 심각하며, 이를 방치하면 한국 보건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김희진 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은 28일 VOA에, 북한은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일반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의 고위험국으로 희생자 수는 한국의 8배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결핵 감염 실태가 국제사회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희진 박사] “글로벌 펀드가 작년부터 기금을 중단하면서 약제 공급도 중단됐거든요. 내년 하반기가 되면 결핵약이 없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되는데.”

김 원장은 북한의 결핵을 막지 못하면, 그 위험이 한반도 전역에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남북 간 교류 활성화로 북한 결핵 문제가 한국 쪽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결핵 문제는 세대를 거쳐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김희진 박사] “결국은 북한의 결핵을 단속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죠). 북한 사람 가운데 일부가 한국으로 오는데, 바로 북한이탈주민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결핵에 많이 감염되고, 또 정착 중에 발병하면 남한 주민들에게 2차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김 박사는 결핵균은 공기 중으로 전파돼 발병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만 해도 주변 사람에게 쉽게 옮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결핵 퇴치에 대한 국가보건정책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한 북한의 잠재적 결핵환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데, 현재 결핵약 공급 상태로는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진 박사] “결핵은 한 번 감염되면 평생 그 균이 몸에 남아있어요. 평소에는 그 사람의 면역에 억제돼 있는데, 어떤 이유로든 면역이 약해지면 발병하는 거죠.”

앞서 북한 결핵퇴치 활동 단체인 ‘유진벨 재단’은 내년 6월이면 결핵 치료에 필요한 항결핵제 재고가 떨어진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글로벌 펀드’의 지원 재개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치료제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통관과 검역 등을 고려하면 치료약 주문부터 배송까지 9개월이 걸리며, 북한 결핵 퇴치 운동은 공기로 전염되는 결핵의 특성상 한국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지적입니다.

샌즈 글로벌 펀드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를 외부에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면 에이즈에 대한 지원도 고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하버드 의대 매리 스미스 파우지 교수 등 미국과 북한 공동연구진의 논문을 단독 입수하고, 지난해 북한의 에이즈 양성 판명 환자가 8천36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999년 1월 발생한 북한 내 첫 에이즈 환자가 20년 만에 급증했으며,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이 감염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에이즈 환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2002년 설립된 국제협력기구인 글로벌 펀드의 기금 93%는 각국 정부 지원으로 이뤄집니다.

미국이 가장 큰 기부를 하며 그 뒤를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일본이 잇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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