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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환적 의심 한국 선박, 입항 기록 없어”…한국 해수부 “차항지 허위 기재 위법”


미국 정부 주의보가 공개한 주요 환적 해역. 한국 선박 '루니스' 호가 싱가포르에 입항하지 않은 채 여러 차례 머문 공해상 위치(붉은 원 안)와 일치한다.

북한 선박에게 불법으로 유류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 선박 ‘루니스’호는 출항할 때마다 싱가포르 항구를 목적지로 신고해왔는데요. 싱가포르는 이 배가 자국 항구에 기항한 적이 없다고 최종 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목적지를 허위로 기재한 경우 조사를 받을 수 있으며, 혐의가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루니스’ 호의 입항기록이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싱가포르 항만청 대변인은 1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 깃발을 단 루니스 호가 2018년 4월9일과 2019년 1월12일 사이 싱가포르 항구에 입항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VOA는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 입출항현황 자료를 토대로 루니스 호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싱가포르를 차항지, 즉 목적지로 신고했지만 실제로 싱가포르에 기항한 흔적이 없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VOA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등을 통해 이 내용을 확인했지만, 오류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1일 싱가포르 항만청에 루니스 호의 입항 여부를 문의했고 2주 만에 답변을 받았습니다.

루니스 호는 미 재무부 등이 지난달 21일 발행한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에서 북한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거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18척 중 한 척으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이후 VOA의 취재를 통해 루니스 호가 동중국해 공해상과 타이완 북쪽 해상, 저우산섬 인근 해역 등 미 재무부의 주의보가 주요 환적지로 지적한 곳에 여러 차례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간 항적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올해 초까지 총 12회 한국 항구를 떠나 이들 해역으로 향하면서 차항지로 싱가포르 8회, 해상 구역(Ocean District)과 베트남을 각각 3회와 1회씩으로 신고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루니스 호는 싱가포르처럼 베트남에도 입항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루니스 호를 빌려 운항했던 한국의 D사 관계자는 VOA에 “해당 지역(환적지)은 다른 많은 선박들이 해상에서 어선이나 바지선들에게 정상적으로 화물을 판매하고 있는 지역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미국과 일본, 호주 등 많은 국가의 감시선들이 감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 당국에 목적지로 신고한 항구에 기항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바다 위에서 화물을 푸는 작업을 하는 특성상 항구를 정할 수 없어 해당 해상 지역에서 가깝고 잘 알려진 항구 중 하나를 목적지로 신고해 왔지만, 이번 경우처럼 오해가 발생해 어느 시점부터 ‘해상 구역(Ocean District)’으로 변경 기재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공해상을 목적지로 했기 때문에 특정 항구를 목적지로 신고했다는 설명이었지만, 이는 ‘허위 신고’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해양수산부는 15일 이번 사안을 묻는 VOA의 질문에 “차항지 기재 등 허위 신고 의심선박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혐의가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처벌은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 56조 등을 근거로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차항지를 실제와 다르게 신고하는 행위가 관련 법에 의해 금지된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겁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 달리 한국 정부는 루니스 호에 대해선 일시적인 출항보류를 제외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양수산부는 ‘루니스 호의 차항지 허위 기재 등을 인지했는지’, 또 ‘어떤 조치가 취해졌느냐’는 VOA의 질문에 “루니스 호는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9월 출항보류 조치를 한 적이 있으며, 유엔 안보리제재 이행과 관련하여 관계기관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루니스 호와 비슷한 항적을 보이고, 차항지를 실제와 다르게 기재한 것으로 나타난 또 다른 선박 ‘피 파이어니어’ 호에 대해 출항 보류 조치를 했습니다.

피 파이어니어의 선주는 D 사로, 루니스 호를 A사로부터 빌려 운항한 회사와 동일합니다.

다만 D사는 피 파이어니어와 루니스 호 모두 각각 용선과 재용선을 준 상태였다며, 두 선박의 영업 행위는 선박을 용선, 즉 빌려간 용선주의 책임과 권한 하에 이뤄진 것이며, 자신들은 용선주로부터 일당으로 용선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올해 주의보에서 북한의 해상 불법 활동이 이뤄지는 4개 해역은 물론 북한 선박과 환적을 한 선박들이 이를 전후해 기항했던 항구 14곳을 지목하고, 불법 환적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는 18척을 비롯한 제 3국 선박과 더불어 유류 환적이 가능한 북한 선박 28척과 석탄 운송이 가능한 49척의 선박 정보도 공개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판매되거나 공급될 수 있는 연간 정제유 양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보는 지난해 북한이 공해상에서 조달한 정제유를 263차례 북한 유조선을 통해 북한 내 항구로 옮겼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북한은 378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2일 이번 사안을 묻는 VOA의 질문에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선박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질문에는 추가로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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