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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늘어난 유엔 대북제재 면제…“협상 카드 활용” 지적도


지난 2016년 3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새 제재결의를 채택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인도주의 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북제재 면제 조치를 크게 늘렸습니다. 한 번 결정하면 되살리기 어려운 제재 해제나 완화보다 ‘제재 면제’ 조치가 미-북 협상에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

[녹취: 팔라디노 부대변인] “As part of that, of course though, we remain united in enforcing and implementing the United Nations’ sanctions until we achieve that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We’ve been very clear that the sanctions relieve will follow denuclearization.”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제재 완화가 비핵화에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 왔다”면서 비핵화가 제재 해제의 조건임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제재 해제를 결정해도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법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이뤄진 경우에만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가드너 의원] “We have to pass the law that says...”

따라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하려면 또 다른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제약 속에서 미국이 최대 압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제재 완화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가 있습니다. 바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면제’ 조치입니다.

현재 북한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특정 사안에 따라 제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대북 인도주의 단체들에게 승인된 제재 면제 조치들이 가장 눈에 띕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유니세프의 대북지원 물품 반입을 허가한 이후 현재까지 10건의 제재 면제 조치를 승인했습니다.

이중 8건이 올 들어 이뤄진 조치이며, 가장 최근인 1월31일엔 3건이 한꺼번에 허가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면제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닙니다. 각 단체들이 승인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대폭 단축됐습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면제 승인을 받았던 유니세프와 유진벨재단은 최초 신청을 각각 지난해 8월과 9월에 했습니다. 최종 허가를 받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 겁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면제 승인을 받은 국제적십자사(IFRC) 연맹은 지난달 16일에 신청해 같은 달 31일 허가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보름밖에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미 스탠포드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빨라진 대북제재 면제 조치가 미국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녹취: 비건 대표] “In December, at the direction of Secretary of State Pompeo, the United States, working together with humanitarian aid groups operating in North Korea, eased rules on the delivery of legitimate humanitarian assistance to the people of North Korea. We are now making quick progress, clearing a backlog of approvals that had accumulated at the United Nations sanctions review committee.”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침에 따라 북한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들과 협력해 적법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전달 규정을 완화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현재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쌓여 있던 신청서를 빠르게 처리하고, 적체된 건들을 승인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말 남북 철도연결 공동조사를 허가한 바 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2018년 연례보고서에서 지난 한해 허가한 제재 면제 조치가 모두 17건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제재 면제 조치는 표면적으론 대북제재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사실상 대북제재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남북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해 내려진 제재 면제 조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결정은 미-한 두 나라가 설치한 미-한 워킹그룹의 협의를 통해 나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사실상 제재 면제의 열쇠도 미국이 쥐고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재 면제 조치’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안보리 이사국들을 소집해 기존의 제재 결의를 무력화시키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해제’나 ‘완화’보다 ‘면제’가 더욱 수월한 방법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비건 대표 역시 지난달 연설에서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녹취: 스티븐 비건] “And I would encourage any of you - and you, sir - to apply the same careful attention to the words that we use when we say we will not lift sanctions until denuclearization is complete. That is correct. We didn’t say we won’t do anything until you do everything...”

비건 대표는 비핵화가 끝나기 전에는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상대방이 모든 걸 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제재 면제를 미국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it’s a tool we can satisfy...”

북한이 특별히 나쁜 행위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면제라는 조치 정도는 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북한 문제의 진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제재 면제는 매우 타당한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재 면제 조치가 북한을 얼마나 만족시킬 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Problem is though...”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재 면제 정도로는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북 대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제재 면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Certainly exemptions are lower bar...”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제재 면제’가 (미국 입장에선) 물론 낮은 조치가 될 수 있겠지만, 미 행정부가 유엔 제재 혹은 미국의 법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자세에서 한 발 물러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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